불과 몇 년 사이,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에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보급량이 서서히 늘어나더니,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영상을 찍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달려있는 질 좋은 카메라가 있어 접근성이 쉬워지니, 이제 너도나도 SNS를 하며 자신의 삶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SNS가 이제는 어느새 광고의 장, 그리고 허세와 과시의 장이 되어버렸다. 처음에 내가 인*그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광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내가 팔로우하지 않은 광고성 피드가 자주 올라왔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팔로우해서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핫플레이스, 유명하다는 신상템등을 경험해 봤다는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어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어느새 그 풍조에 따라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떤 경험을 하면 그것을 진정으로 느끼기보다는 일단 SNS에 올릴 사진 먼저 찍고 보는 게 우선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마치 내 일상을 위해 SNS가 있는 게 아니라, SNS를 위해 내 일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렇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너무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SNS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입는 것, 무엇을 먹는 것, 어디에 사는 것 이렇게 의식주 자체부터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에 놀러 갔는지 등등 모든 것은 SNS를 통해서 다 공유할 수 있다. 최대한 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사진을 살짝 수정하기도 하며, 거의 사진을 바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조작해서 올리기도 한다. 물론 이 현상을 잘만 이용하면 순기능도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하며, SNS자체를 개인의 프로필 삼아 일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순기능은 SNS를 이용함으로써 생겨나는 많은 현상 중 하나일 뿐,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본질이다.
결국 우리는 이로 인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더욱더 집중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다 행복하고 잘 살아 보인다. SNS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은 어쩜 그리 예쁘고 감성적인지, 나도 그런 일상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나도 퇴사하고 여행 다니며 자유롭게 살아 보고 싶고, 나도 그런 좋은 아파트에서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집을 꾸며놓고 살아보고도 싶다. 그렇게 SNS를 보면서 로망을 갖게 되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나의 현실로 돌아오게 되면 마주하는 나의 작은 삶. 분명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고, 지금 나의 삶이 결코 불행한 게 아닌데, SNS를 보다 보면 더 비교가 된다. 상대적으로 나의 삶은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별 문제없었는데, SNS를 보다 보니 말이다.
이미 이렇게 SNS가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와 널리 퍼진 이상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SNS를 막 시작했을 당시, 사진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시각에서 이제 조금은 눈을 뜬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요즘에 나는 SNS를 이전보다 더 활발히 이용 중이다. 얼마 전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기의 기록들을 남겨놓는 데에 그만큼 좋은 것이 없다.
SNS의 순기능은 분명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얽매이지 않으려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나 자신이 조절을 잘하면서 이용을 해야 할 것 같다.
SNS를 위해 내 일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을 위해 SNS를 이용할 뿐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