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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Jul 10. 2024

직장 생활의 '의미'

여기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에 면접관이 질문을 한다.

맨홀 뚜껑이 둥그런 이유는?

1번 그럴싸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2번 역시 그럴싸한 대답을 하지만 면접관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더 난처한 질문으로 공격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3번 주인공은 면접관들의 강한 압박 질문에 답을 못한 채 머리가 하얗게 되어  

포기하듯이

맨홀 뚜껑이 둥그런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

.

.

그런데 이 주인공이 합격한다.

그리고 메타버스- NFT 미래 전략팀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팀에  발령을 받는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은 네모로 종이에 꽉 채우고 다시 지우고 별을 그린다. 그리고 지우는 일을 반복한다.

이런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팀장에 항의를 하지만

시키면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강한 핀잔을 받는다.

그러면서 옆에 앉아 있는 고참 사원에게 신입사원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킨 거냐고

고참 사원을 나무란다.

고참 사원은 계단으로 신입사원을 데려가서  조용히 말한다.

연극한다고 생각해. 의미는 없어.

대신 돈을 많이 받잖아.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고 신입사원은 회사 생활에 만족하며 열심히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유튜브에 본인과 자기 팀의 생활이 영상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하고 팀장에게 퇴사를 하겠다고 말한다.

사장이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신입사원을 퇴사한 팀원들 앞에서 팀장을 잘라 버린다.

이걸 본 여주인공은

팀장은 잘못이 없어요.

이 일은 의미가 없잖아요.

동그라미 그리고 다시 지우고 별을 그리고 다시 지우고 네모를 그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냥 바보짓 시키는 거예요.

사장이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다 알죠?

알면서 뭐 하는 거예요.

다른 직원이 말한다.

일이니까.

돈 주잖아.


월급만 두둑하다면 하루 종일 선 긋기만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세계적인 스타, 운동선수 등도 그들이 하는 일이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대단함을 부여하는 거 아니야?

사장이 말한다.(일리 있다.)



그리고 에피소드는 옆에 있던 고참 선배(양동근)의 이야기다.

직원 중에 어릴 때 외계인으로부터 죽음 이후 12시간 더 살 수 있는 능력을 선물받은 양동근은

교통사고로 죽은 이후에 딸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난다.

그리고 딸에게 고백한다.

아빠는 조금 있으면 하늘나라로 갈 거야.

딸은 아빠에게 이렇게 갈거면 왜 나랑 안 놀아줬어?

응 아빠가 바빴어.

회사일이 바빴어.

무슨 일을 하는데?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세모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별을 그리는 것.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그게 일이야?

왜 하는데

의미가 있어?

의미 없이 일하느라

소중한 것을 놓쳤어.

아빠가 미안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너무나 몰입해서 보았다.

나는 회사에서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다시 세모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별을 그리고 이 일을 밤새우면서 20년 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디자이너로  A를 그렸다가 다시 B를 그렸다가 그리고 이를 상사에게 가져가면 고치고 다시 그리기를 20년 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의미가 있어?

그럼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주니까.

돈 때문에 의미 없는 일을 20년 동안 넘게 하고 있다.

이 여신입사원,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하루 종일 앉아서 네모, 세모, 별을 그리고 지웠다 다시 그리는 것이 의미 없지만 돈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8시간을 채우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인 나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아빠는 조금 있다가 죽을 건데 왜 아빠는 나랑 안 놀아줬어?

회사일이 바빠서?

회사에서 뭐 하는데

A 안을 그리고 버리고 B 안을 그리고 다시 페기 되고 C 안을 그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나의 삶과 닮아 있다.

매달 주는 직장인의 마약,  월급을 받기 위해 위해서 말이다.


가끔씩 나도 후배 사원들이 팀장이나 선배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화를 내거나 꾸지람을 하면 후배 사원들이 어떻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저게 맞아? 의미가 있어? 도대체 저걸 왜 하는 거야?

이런 투덜대는 것들로 나에게 하소연할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양동근처럼 말을 해주곤 했다.

회사에서 연기한다고 생각해.

너의 감정을 싫지 말아.

화를 내면 한쪽으로 듣고 반대쪽으로 흘려보내.

그리고 최대한 깍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연기라고 생각해.

얼굴에서 너의 본심을 절대 보이지 마.

직장인에게 직장 생활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좋은 드라마이다.




아빠는 내일 죽는데 왜 이리 바뻣어?

응 회사일이 바뻣어?

회사에서 뭐 하는데?

응 동그라미 그리고 다시 지우고 네모를 그리고 있지.

의미가 있어?

돈을 주잖아.

그 돈으로 너를 만날 수 있고 너에게 책과 학원비 그리고 예쁜 옷을 사줄 수도 있으니까.

일은 의미가 없지만 이 돈으로 가족들을 지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거지.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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