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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치 Feb 02. 2020

[단편 소설]Blah..

2016-07-31

<근대성불안감 Lit.>


그대 모습 파리함은


하늘에 오르고 땅을 굽어봐


외로이 떠돎에 지친 탓인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


 


 


꿈속에서는 전쟁 상황이었다총을 피해 들어갔던 ‘2번 방은 평화로웠다어떤 노인은 무기로 무장한 채 우리를 공격하려 했지만자신의 늙음과 약함으로 위장을 한 채 무리 깊숙이 들어온 그를 우리는 쉽사리 의심할 수 없었다하지만그가 무기를 꺼내 들었을 때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나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였는가나의 착각이었는가?


혼자 남아있던 나는 뺨 한 쪽의 칼부림을 부여잡고 뒤늦게가까스로 탈출했다.


 


 


우리가 모든 혼란스러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그저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함인가 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그것을 부정할 것이다그것은 각기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분명 많은 것들이 변했다하지만 작년과 제 작년엔 선명하게 맡지 못했던그보다 옛날인 3년 전을 상기시키는 봄철의 밤의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떠오르는 냄새다나의 변덕이 날 잡고 또 오르락 내리락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붕 띄우길 반복했지만우스꽝스럽게도 글 몇 줄과 말도 안 되는 괴상한 몸 사위그리고 무례하게 이어폰도 끼지 않고 크게나의 작은 방 안을 메우고 있는 음악소리는 잠깐 동안이나마 평화로운 상태를 연출해준다.


 


 


매일 아침마다 어렴풋한 꿈의 형체를 바스러뜨리고 잠에서 일어난다오늘 아침 또한 꿈을 꿨다평소보다 더 바스러진 오늘의 몽상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로 풀어낼 수가 없다매우 졸렸지만 그래도 새벽같이 일어났다. 1분만 더 있다가일어나서 남은 잠의 부스러기들을 떨쳐내야지.


 


 


낮 종일 산의 쓰레기를 주우며 심신이 정화됐다고 생각했다아니었다저녁엔 억지로 웃으며 음악공연을 감상했다너무나 부담스러운 위치였다 - 딱히 나의 취향이 아닌현실을 배제한 듯한혹은 모든 것을 다 포용해버리겠다는 식의 비인간적인밝고 희망적인 비트와가사와공연자들이 내보이는 인위적인’ 부푼 열정과동시에 그들이 관객들을 향해 애걸하는 동적인 기대가 맞물려왠지 벗어나고 싶은 기피감 비슷한 걸 불러일으켰다 -. 공연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나의 형체는 거울에 비춰지며열등감과 미움그리고 동시에 남다른 나의 취향에 대한 뒤틀린 자만감을 반사해낸다모순적인 느낌들을 동시에 느끼길 강요 받으며난 울렁거렸다.


 


이 복합적인 감정은 나의 왼발을 내밀고다음 발을 휘젓고비틀거리게 한다눈가는 억지로 힘을 주어야만 어렴풋이 피어나는 반달을 꽃피우지 못한 채 점차 흥건해지는 중이다머릿속엔 막상 다른 전율이 일고 있는데 나는 지금 놓여진 이 가증스러운 길을 박차버리지 못하고 있다걸어온 길을 발로 툭 차버리지 못한다못하겠다오늘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귓구녕을 울리는 착하다’, ‘똑똑해 보이세요’, 따위의 칭찬을 허허.. 무슨..’ 따위로 사람 좋게’ 웃어넘긴다.


또 그런 사람으로 그냥 남아버리려는 것이냐결국 너는 그 정도구나’. 난 놓치지 않고 비난한다하지만 나그녀는 눈을 부라리며 응한다주저앉는가 싶었겠지만다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오산이다무릎만은 아직 땅에 닿지 않았으니.


 


 


아직 다른 사람이 온전히 실현시켜내진 못한 나만의 미를 창조해내기 위한 노력은일절 두려움으로 묶여있는 단단한 매듭을 풀어내지 못한 채 고정되어 있다예전의 감흥으로 인해 순식간에 박제된 형태만은 갖춘 상태인 나의 이상은 진보되지 못한 채로 먼지더미들을 마주한다먼지가얹힌다쌓인다바래진다바스라진다깨진다.


지금의 난뭣 모를 상실감과 공허함에 휩싸여 또 이런 글 몇 자를 끄적이는 것을 대단한 위안으로 삼고 있다실제로 뭔가를 했다고 착각하며과분하게 뿌듯해한다세상에는 나보다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널렸는데나도 분주히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달려야 어디론가 나아갈 수 있을 텐데내가 추구하는 종착점이자 방향인나의 대단함은 내부적으로 충돌하고 깨지고 녹아 내린다그 호칭을 벗어버리려 한다실은 대단한 것도완벽한 것도 아닌 보잘것없는형편 없는 꿈일 뿐이라고 자꾸만 스스로를 덧칠한다칠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반복되는 덧대임에 무거워진다그는 자신의 불어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눕는다아직 공상에 불과한 그 개념들은 장의사를 초청해실체도 없이 암흑 속에 처박히려 한다체념의 빛이 서린 마지막 손짓을 한채흙이 그를 다 덮어버리기 전에 구출해내야만 한다.


 


 


지금껏나는 어딘가로부터 조종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언제나 땅을 밟고 있던 내 두 발과 다리는마치 안테나 같았다강하고 지루한 전파의 근원과 나를 끊임없이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같았달까그러고 보니나는 왜 땅에서 진정으로 탈출해본 적이 없었던 것인가왜 항시 이 곳에 고정되어 있었던 거지장소의 고정성은 그저 여기 있다를 뜻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 있는 나의 정체성을 규정했다이 땅에 맞닿아 있어야만 한다는 철칙을 강요받았다무거운 중력은 날 밑으로 눌렀고상상의 날개를 잘랐다사실자르진 않았다다만 끊임없이 두 팔 밑의 날개를 무시하고 헐뜯었을 뿐그 무가치함을 끊임없이 되새겨주었을 뿐차라리 잘려나간 것이었으면하고 느낄 정도로.


발과 다리를 땅에서 떨어뜨려본다탁한 공기를계단처럼 밟고 올라선다섬뜩하게도발작하듯 몸을 떨어봐도찰나에 난 다시 떨어진다착륙한다공기방울들은 내 강렬한 열망에 미동을 내어주지 않는다아니전능한 감시자에 의해 그들도 제어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감정적인 지탄은 내려둔다반복되는 도움닫기에도 그저 내게 한정된 만큼만을 뛰었다 떨어질 뿐땅으로 금새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예상대로 내 근육들은 땅 밑의 손에게 조절 당할 뿐이었다육신의 주도권은 나에게 없었다. ‘’ 근육이 아니었다땅바닥에 온 몸을 흡착시킨 채 기어가는 저 지렁이는 이 순간만큼은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다.


 


 


이 인형극을 내려다보고 있는 미지의 관리자여당신은 자신의 꼭두각시가 실을 끊고 달아나리라고 차마 예상할 수 없었으리라그것이 걷는 것조차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불구임에도 불구하고모든 것을 감수하고 고작’ 주체가 되기 위해형체가 갖춰진 땅이 아닌 불모의 하늘을 힘겹게 걸으려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꼭두각시들은 지금껏자신이 버리기 위해서 떼어낸 것이 아닌 한당신의 실에서 떨어져 나간 적이 없었고지금 당신이 쥐고 있는 작은 인형인 나 또한 그것들의 일부’, 즉 전체의 부품일 뿐 당신에겐 아무 의미도 가진 적이 없었겠지사라지더라도잠시의 귀찮음을 수반해서 대체품을 찾으면 되는그만큼의 존재.


자신의 핏대 세운 손가락이 인형들의 유일한 동력의 원천이라고 자신했던 그는 공기 같은 이 작은 존재가 자신만의 숨결을 내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감히.   


 


 


그 바다는 너무 잔잔하고 고요해서,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의 양식에 대해 뭔가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것은 그 당시 심하게 뒤틀려 있던 내 천성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젊은 혈기는 보다 거친 인생을 원했다… 내 가슴 속에는 더 위험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변화와 뜻밖의 상황에서 느낄 흥분을 위해서라면 나는 뾰족한 바위와 숨은 여울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 달과 6펜스


 


 


나는 마침내 작은 주머니칼을 찾아 바스락거리기 시작했다다행스럽게도빛 바랜약간 녹이 슨 파란 주머니칼이 잡초더미 한 켠에서눈에 들어왔다분명 나의 것이었던 적은 없는낯선 내음이 느껴지는 손잡이다사람의 손길이 많이 타지 않아 보이는헐었지만동시에 거의 새 것이었던 그 주머니칼은 팽팽하게 째려보고 있는 내 등 뒤의 실을 잘라내는 데 그렇게 용이하지는못했다당신을 파괴하고벗어나고 싶은 불타는 열망이 잠시 이성에 자리를 내주었을 때난 자르기를 멈추고잠시 주머니칼을 응시했다실제보다 더 둔탁해 보이는 회색 빛의 칼날은 돌멩이를 갈아서 만든 야생 그대로의 빛깔이었다너무나도 투박한 것이마치 생존을 향한 발악의 응고물 같았다이것은 아그래뗀석기뗀석기 같았다뗀석기는 자르는 데 쓰기는 쉽지 않지.


-


깊게 찔러 넣었다더 이상 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도록 – 사실 그의 행위에는 자유라는 칭송적인 단어가 붙어서는 안된다그의 행위는 모든 것이 전체의 효율을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기에 틀을 벗어난 것이라고는 없었다혹은 간간이그 자신의 본능적인 해소를 위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부품들을 파괴하는 것 정도가 고작해야 약간의 일탈적 행위였다고 보여질 수 있으려나 -  그 손을 향해 증오의 칼날을 박았다순식간에 모든 힘이 빠져버렸다난 주저앉았고무언가 마침내 해냈다는 뿌듯함에 시원한 눈물을 흘렸다이제 나는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까몸에서 모든 힘을 뺀다처음에는 조심스레 뒤꿈치를발바닥과발가락과 다리를 들어올리며 한 차례 더 눈물을 쥐어짠다


 


 


근데아직도 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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