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감정을 아는 사람의 장점
감정을 알고 감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오고 있다. 그리고 알고 표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그런 감성적인 사람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가을이 되면 새파란 하늘이 먼저 눈에 띈다. 가을에는 운동회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데,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지만 나에겐 먼저 만국기가 주렁주렁 달린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유독 가을 하늘이 유독 새파랗고 맑은 느낌이다. 새파란 하늘을 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트이는 것 같고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참 직장을 다니며 마음이 팍팍할 때에는 하늘을 봐도 그저 하늘이라고 생각했을 뿐 하늘에서 감동을 찾지 못했는데, 퇴사를 하고 마음이 편해졌을 때 보던 하늘은 전과 무척 달랐다. 그때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처지와 생각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나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 이후로 나는 없어졌던 감성을 다시 되찾자 다짐하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직장생활 전만 해도 나름의 감성 충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팍팍했다고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던 것은 직장생활 당시의 나는 핑계를 대며 그저 삶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고 내 감정을 깊이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흐름으로 자연스레 마음도 삶도 팍팍해진다. 당시의 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했고 우울의 초기 증세까지도 보였었다.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약간은 번아웃 증후군처럼 되어 버렸지만 지금은 다시 감성을 찾으려 애쓰며 많이 나아진 상황이다. 당시 자신의 상태를 알고 돌아봤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의 내 삶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병을 앓곤 한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TV 속 연예인들을 봐도 그렇다. TV에서 연예인들은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며 마음의 병을 얻곤 하는데, 대표적인 병이 공황장애다. 공황장애는 갑작스레 밀려드는 공포감이 발생하는 장애로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직종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마음의 병이다.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는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공황장애가 아니더라도 우울증과 같은 질병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흔한 병이 된 것 역시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마음의 병은 우리 가까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마음을 파고든다.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가듯 마음이 아프면 상담사에게 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꼭 몸이 아프다고 바로 의사를 찾는 것은 아니듯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바로 상담사를 찾지 않아도 된다.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면 증세가 나타날 때 스스로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몸이 으슬으슬 해지면 난로 앞에 자리한다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연스레 달달한 음식이 손이 가듯 말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픈데 내가 왜 아픈지 알면 내 나름의 대처를 할 수가 있다. 자기의 마음을 알고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는 사람은 그만큼 아픔에 대처할 수 있다. 쏟아져 내리는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 스스로를 바로 잡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떠오르는 감정을 표현해낼 수도 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잘 느낀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감정을 이해하고 있으니 상대방의 말과 행동 속에서도 유사한 감정을 보다 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대화하다 보면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는데, 내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과 내 마음도 이해하면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의 그 차이는 무척 크다. 흔히 공감이라고 표현하는데, 공감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내가 어느 쪽에게 더 마음을 여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2. 감성은 삶에 충만감을 줍니다.
혹시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는가?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지나가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또는 파란 하늘을 보며 깊은 마음의 위안을 얻은 적이 있는가? 말로는 표현 못할 솟구치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본 적 있는가?
감성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세상을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그로부터 오는 충만감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나는 주로 글로 내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과거에 썼던 글을 보면 굉장히 오글거리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싶은 글이 많으면서도 당시의 그 충만한 느낌만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말주변이 부족한 나에게 친구에게 말 못 할 고민들이 쌓여 스트레스가 되어 갈 때, 글을 쓰면서 참 많은 위안을 얻었더랬다. 이별의 아픔이나 사무치는 외로움 같은 어려운 마음을 정제되지 않고 생생한 감정을 담은 글로 승화시키면서 스스로 위로를 얻고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그로부터 시작된 글쓰기는 공백기가 있었지만 어느덧 몇 해를 헤아릴 만큼 긴 시간 동안 이어졌고, 지금의 나는 부족하지만 느끼고 생각하던 내용들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있다.
꼭 글쓰기를 찬양하는 것 같지만 내 경우엔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글이었을 뿐 그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자신의 숨겨진 감정을 가만두지 말고 그 감정을 표현해보자. 단, 계속 말하는 것처럼 감정의 주체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먼저 거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