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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Oct 14. 2020

감성의 인문학

인문학의 뜻?


 나는 대학에서 국문과를 졸업했다. 국문과가 있던 인문대의 영어 이름은 Humanities였는데, 직역하자면 ‘인류, 인간, 인간성, 인간애’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Humanities는 인문학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그 단어가 사용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퍼져나갔는데, 이전에는 Liberal arts라고 표현되었다. 이는 아직도 인문학이란 말을 지칭할 때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Humanities와 Liberal arts의 구분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Liberal arts는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민의 교양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서 가르쳤던 과목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학 이외의 학문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 범주 안에는 학문이라는 의미 외에도 음악, 기하학, 수학과 같은 기술적인 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후에 Liberal arts와 arts 역시 구분이 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Liberal arts의 범주 안에 인문학이 있었고, 중세 이후 Humanities가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Humanities의 경우 그 시작은 라틴어의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55년 키케로가 마련한 웅변가 양성 과정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중세 시대에는 성직자들의 기본 교육 과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후마니타스의 의미는 ‘인간다움’이며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한 인문과학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사회과학과도 구별되고 있으나 그 구분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그 의미만큼은 인간을 알고자 하는 것이며,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인문학 서적 역시 자연과학을 다루는 게 아니라 철학이나 사회현상 등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나 생각을 다룬다.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래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느냐 하면 우리가 알아야 하는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알아야 하는데, Humanites의 원문인 후마니타스가 말하는 ‘인간다움’과도 연관이 있다.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 만화를 많이 봤고 그 안에서 인간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런 역사 속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소년기 개인적 우화의 같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방황으로 심리학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많이 고민했다.


 인간다움이라는 건 ‘인간미 또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질이나 덕목’을 의미하는데, 인간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알면 좀 더 쉽게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로 인간성을 떠올리게 하거나 인간다움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그 대척점에 있는 소재를 사용하면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로봇, her과 같은 A.I라는 소재로 인간다움을 다루는 영화가 있다. A.I가 아니더라도 같은 인간 중에서도 인간답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살인자에게 ‘인간 같지 않은’이라고 표현한다던가 ‘짐승 같은’이라고 지칭하는 것처럼 인간 중에서 인간 같지 않은, 즉 인간다움이 없는 사람도 있다. 


 위와 같은 예시를 생각하면서 인간다움이란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구나 생각했다. 인간은 여러 학자들이 말했듯 인간다움이란 유전적으로 이어져온 것일 수도 있으며 후천적인 환경과 학습으로 인해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인간다움이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人間)에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목엔 이성과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로 인간이 소통하기 위해선 상대의 행동과 생각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내 생각과 마음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부담과 위협 또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에서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다움을 다루는 학문이 오늘날의 인문학이다. 이렇듯 길게 인문학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서이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명확하게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듯이 말이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각의 구조와 같은 지식적인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런 부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분야가 바로 인문학인 것이다. 인간다움의 기준은 개개인이 나름대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소설의 세계관이 작가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만들어 내는 감성이 자신의 생각 범위를 넘을 수 없다. 하물며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만 만족하는 감성이라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는가. 


 자신만 만족할 감성이라면 그냥 혼자 생각하는데 그치는 게 낫다. 결국 SNS나 여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자신의 감성을 보여주는 일은 스스로 뿐 아니라 타인의 공감을 받거나 유대를 쌓기 위해서 아닐까. 그렇다면 자기만족적인 감성에 그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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