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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Oct 13. 2020

이성에 감성 더하기

감성에 접근하는 방법


 앞서 말했듯 감성을 가장 많이 표현하는 곳 중 하나가 SNS다. SNS가 감성 표현 창구이지만 콘텐츠를 올린 사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이것 하나는 꼭 배우는 게 있다. 시는 작가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란 시가 있는데, 담백하게 표현한 구절에서 연인의 전화를 받은 화자의 진심 어린 그리움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처럼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고스란히 감정이 전달되는 시가 있는 반면,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시에서 진심 어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시가 있도 있는데, 오늘날 우리의 감성이 딱 그러한 시와 같다.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감정에 대한 이해가 아닌 나열을 하며 스스로 “감성적인 사람“이란 걸 자랑하기에 그칠 뿐이다.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충분히 고찰을 했다면 그가 쓴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감동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감동이다. 즉, 내가 쓴 시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시가 곧 감동적인 시가 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아무나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풀어내고자 하는 생각과 마음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쓴 글은 김용택 시인과 같은 애절한 시가 될 수도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이성적으로 나를 어떻게 이해할까?


 시인이나 소설가 등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서술하는 모양새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작가들도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글 쓰는 기술이나 표현 방식도 무척 중요하지만 먼저는 글을 쓸 때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와 함께 글에 맞는 주인공을 설정하거나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소설의 캐릭터에게 소설을 이끌어나갈 매력이 없다면 그 소설을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와 함께 그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시켜야 한다. 당연하게도 작가부터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인물은 작가에게서 나오기에 그를 넘어서는 캐릭터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스스로를 파악하고 생각의 한계를 알고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이해해야 오래 묵혀 우려낸 장맛 같은 깊은 맛이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나 미술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하게 사진이 예쁘다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좋은 작품이라고 하던가? 하나의 사진 작품이 나오기 위해선 사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이해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사진작가이므로 작가는 먼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작품들은 주관적이다. 주관적인 작품 안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면 누구의 의도가 담기겠는가?


 상담 장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상담사는 자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상담사는 먼저 자신이 상담을 받아보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나서야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일에 공감하기 어렵듯이 스스로를 알지 못하면서 타인을 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이해는 타인과 공감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보다 의도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를 알아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무척 간단하다. 스스로를 돌이켜보거나 의문을 던져 보는 방법도 있다. 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나에 대한 생각을 물어도 좋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고 물어도 보면서 자신에 대해 하나씩 기록해나가면 된다. 나의 경우엔 한 권의 노트에 나를 기록하고 있다. 가족 가계도부터 가족의 성향,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향과 성격, 친구의 성향 등 나를 이루는 정보들을 모두 기록해나가고 있는데, 적다 보면 노트가 나를 알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것처럼 늘 감정에 앞서서 반응하지 말고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성에 감성을 더할 때.


 무수하게 올라오는 감성 콘텐츠 사이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작품들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더욱 마음에 꽂히고 공감이 가는 글귀는 나를 대변하는 것만 같고, 내 마음을 후벼 파는 사진 한 장에 온 마음을 다 뺏기기도 한다. 그런 콘텐츠들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감성으로 잘 표현했고 마침내 마음이 그 콘텐츠와 맞닿아 있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감이 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그 의도에 맞게 만들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가 화려하고 멋진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그 마음을 울리는 콘텐츠가 있기도 하다. 그 표현 방식이 조금은 서툴더라도 그 진심만은 보는 이에게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담은 콘텐츠에 기술이 더해진다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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