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귿 Oct 01. 2020

감성충이세요?

-감성충과 감성인간-

감성충을 아시나요?

 

 ‘OO충’이란 말이 많이 사용하곤 한다. 특정 단어 뒤에 곤충을 의미하는 충을 붙여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감성충’은 말 그대로 감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감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첫째, 감성의 악용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고 당연히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지만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감성에 호소하며 눈물 흘리는 유명인들의 사과문이나 사과 영상을 숱하게 봐왔다. 그리고 감성을 건드리는 과장 광고가 SNS에서 판을 치는데 SNS 광고는 걸러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감성을 팔아 장사한다는 ‘감성팔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시대의 정서가 바뀐 것도 한몫한다. 앞서 초코파이의 ‘정’을 예로 들었는데, 초코파이가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인 ‘정(情)’ 마케팅은 성공적이었고, 오리온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코파이의 위상이 찬란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모자란 느낌이 든다. 이미 시중에는 초코파이가 유사한 과자가 많이 나왔고 꼭 과자가 아니더라도 초코파이가 내세우는 이미지를 대체할 음식이나 물건은 많다. 


 셋째, 사회의 개인주의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집단주의와 사회 공동체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 인간은 하나의 개인으로서 중요해지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직장상사, 선배는 배움의 대상이고 선망의 대상이지만 이제는 그 범주를 벗어나 부정적으로 보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꼰대와 같은 단어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회사를 생각해보면 회사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그리고 회사에는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보통 선배나 직장상사가 된다. 과거에 이들이 하는 말은 마치 과거 권위적인 가정에서 아버지가 하는 말과 유사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를 따르는 것처럼 상사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말하는 상사는 꼰대가 되어버린다. 하나의 가족이었던 조직이 이제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제는 ‘나 그리고 너’가 되어 서로를 구별하고 다름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개인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주의가 되면서 각자의 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1인 가구에 맞춘 물품이나 음식점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해서 본인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개인주의가 되어 버린다면 감정 교류에도 인색하고 오히려 그런 감정 교류를 하려거나 표현하는 사람을 거부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인색한 그들이 비하하는 표현 ‘감성충’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감성충이세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감성을 표현하는 곳은 역시나 SNS일 것이다. 그들이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감성사진·감성글귀·감성셀카·감성그림 등 감성과 관련된 해시태그만 봐도 수십 가지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곳 중에서도 왜 SNS에 감성표현을 하는 걸까?


 먼저 SNS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말 그대로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게 되는 공간이다. 내가 쓴 글, 내가 찍은 사진, 내 얼굴, 내 생각 등 스스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업로드할 때 나를 향한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게 된다. 좋아요와 댓글이 늘어날수록 즐거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하루의 일기를 SNS에 기록한다고 한다.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해둔 상태에서 혼자 본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SNS는 보이는 공간이다. 일기는 내가 하루를 보내며 있었던 일과 감정 등을 기록하는 것인데, 그 모든 것들을 SNS에 스스럼없이 다 노출할 수 있는가? 타인이 본다고 생각하면 자체적인 검열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부분만 편집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기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SNS는 결국 타인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보여주기 위한 글과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은 그건 그냥 관심 끌기 용도나 단순 자기 과시용에 불과하지 않을까? 만약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본인이 감성충인 것을 인지해야 한다.



감성충 말고 감성인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감성이 어디 쓸모가 있겠는가. 기왕 남에게 내 감성을 보여주고 싶고 내 생각과 감정을 알리고 싶다면 제대로 알고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감성을 전시하거나 순간적인 감성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성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감성인간이 되어야 한다. 


 감성충이 순간적인 감성에 취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저지를 줄만 아는 사람이라면 감성인간은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이해하고 의도에 맞게 감성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감성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연습이  필요하고 감정에 맞게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 02화 이성과 감성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