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귿 Sep 20. 2020

이성과 감성 사이

웬 감성?

이성과 감성


 남녀가 사귀다 보면 다툴 때도 있다. 서로가 다르다 보니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다툴 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 무척 답답하다. 특히 이성적인 쪽은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만 하고 감정적인 쪽은 그저 공감해주길 바라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평행선은 그 차이가 좀체 좁혀지질 않는다.


 모든 커플이 반은 이성적인 사람, 반은 감정적인 사람으로 정확하게 양분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이성적인 면에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지만 어디로 치우쳐져 있느냐에 따라 비교적 더 강한 쪽이 있을 뿐이다. 형제자매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음에도 자라나는 환경 속에서 반대되는 성향이 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에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음에도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른 두 자매가 나온다. 첫째 딸 엘리너는 이성적인 성격인 반면 둘째 딸 메리앤은 정열적이고 감성적인 여성이다. 엘리너는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랑을 발전시켜나가는 스타일이라면 메리앤은 순식간에 감정에 휩싸여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하는 열정적인 스타일이다. 엘리너가 사랑을 하며 모든 면을 고려하는 이성적인 사람에 가깝다면 메리앤은 순간적인 사랑의 힘 앞에 모든 걸 불태워버리는 감성적인 사람에 가깝다. 두 자매가 사랑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듯 우리 역시 다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 말고도 필요한 것이 있음을 느끼게 되는데,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과 같은 ‘감성’이 필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왜 감성인가요?

 

 연애를 하다 보면 기념일을 챙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념일엔 선물을 주고받는데, 상대방이 주는 선물이 평소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물건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선물 자체로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상대방을 생각해 맞춤 선물을 준비한 나에게 그런 감정을 배반당한 마음이 들 것이다. 단순히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떠나 선물을 보며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연애에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중요한 상담 관계에서도 공감과 이해와 같은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리학자 로저스가 개발한 인간중심상담에서는 상담자의 태도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 공감적 이해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의식적·무의식적인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그대로 내담자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상담자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은 내담자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말한다. 셋째, 일치성 또는 진실성은 상담자가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고 꾸밈없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담자에게 나타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사실이 아닌지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모든 이야기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감성적인 능력이 바로 이런 곳에서 발휘된다.


 감성은 마케팅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초코파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이 형태의 과자다. 초코파이가 맛있긴 하지만 그와 비슷한 과자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파이 종류의 과자를 떠올릴 때 초코파이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초코파이가 가장 먼저 생각나기 때문이다. 여기엔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만드는 마케팅의 기술이 접목되었다.


 초코파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情)’이다. TV에서 한 번쯤은 초코파이 광고를 본 적 있을 텐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초코파이 CF송 가사를 듣는 즉시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될 것이다. 그만큼 초코파이가 각인된 이유는, 마케팅으로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인 ‘정’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정이라는 요소는 우리가 친근하게 초코파이를 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정으로 친구에게 선물을 하거나 생일 케이크로 사용되기도 하고, 군대에서는 군대를 대표하는 과자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이처럼 감성을 활용한다면 인간관계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자기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전 챕터에서 언급했듯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감성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크리에이터의 콘셉트와 맞는 영상이 제작되지만 이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에 맞는 형태로 점차 발전해나가고 있다.



우리 감성은?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감성을 단순히 감정의 덩어리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도 매우 모호한데, 인터넷과 더불어 SNS의 사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느낌적인 느낌의 감성을 전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 말 그대로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을 늘어놓고 나는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사람’,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감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따위를 전시할 뿐이다.

이전 01화 감성? 감정과 다른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