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감정과 다른 건가요?
21세기형 감성인간
감성? 느낌적인 느낌!
SNS에서 ‘감성’만 검색하더라도 수백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은 감성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인용하는 걸 알 수 있는데, 비단 SNS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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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단어로 ‘갬성’도 있다)
감성은 어떤 단어 앞에 가져다 붙여도 느낌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어디에 붙여 쓰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꼭 김영하 작가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짜증 난다’라는 말을 금지하게 했던 말이 생각나게 하는데, 짜증난다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유사성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짜증과 감성은 쓰이는 방식이 비슷한데,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짜증 난다라는 말을 금지하게 한 이유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짜증 난다는 말은 너무나 많은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 완전히 다른 감정의 무늬를 뭉뚱그리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하나의 표현방식만 고집한다면 그만큼 다양한 표현의 기회가 줄어들고 종래에는 짜증 외에 사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예로 어린 시절엔 “짱난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는 다른 단어들을 충분히 대체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친구가 말도 없이 약속을 어겼다거나 우산 없이 집을 나섰는데 비가 오는 상황, 급한데 차가 막혀 빨리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떠오르는 여러 감정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친구의 예기치 못한 화가 날 수도 있고, 비를 쫄딱 맞았으면 찝찝함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급한데 빨리 가지 못한다면 초조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상황마다 떠오르는 감정은 다 다르기 마련이다. 이처럼 짜증이란 말은 표현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한 채 단 하나로만 표현하게 된다.
감성도 이런 상황처럼 짜증이란 단어와 비슷하다고 쓰인다. 앞서 언급했듯 감성은 어떤 단어 앞에 가져다 붙여도 ‘느낌적인 느낌’이 나는 단어다. ‘감성사진’하면 어떤 느낌부터 떠오르는가? 분위기? 따스함? 기분 좋은?
혹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붉은빛 노을이 지는 도시? 파랗게 탁 트인 바다? 그것도 아니면 분위기 있게 찍은 셀프 카메라 사진? 이처럼 감성이란 단어는 자신이 느낀 바를 뭉뚱그려 표현하거나 어떤 특정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되곤 한다.
감성과 감정의 차이
감성을 이해하기 쉽게 먼저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다. 국어사전에서 감성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말하거나 철학에선 이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자극에 대해 논리적·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감성이라 말하는 것이다. 유의어인 감수성이란 단어가 풍부하다는 말과 어울리는 걸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의 직업이 대개 소설가·미술가·사진작가 등 예술 활동 쪽에 치우쳐 있는 걸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성이란 말은 보이지 않는 감각을 말하는 것이기에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도 정의하지 못하는 자극이나 상황을 느낌적인 느낌이란 말로 표현하는 게 감성이다.
반면 감정은 국어사전에서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감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감정은 보다 명확한 표현이 존재한다. 감성은 앞서 얘기하듯 어떤 자극에 대해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감정은 ‘기쁘다, 슬프다, 외롭다, 쓸쓸하다, 화난다, 불쾌하다’ 등 분명하게 표현을 할 수 있다. 즉 감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반면 감정은 자신이 느낀 바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감성적이란 말과 감정은 구분해서 사용함이 옳지만 일부 감정은 감성이란 말로 대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감성이란 단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데, 괜히 요즘 ‘마케팅’에 감성을 싣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감성 마케팅’에선 잠재적인 판매 대상에게 물건(혹은 기타 등등)에 대한 구매 욕구를 일으킬 수 있도록 물품과 판매자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통하게끔 하는 판매 전략을 세운다. 마케팅 관련 도서만 보더라도 최근엔 감성 마케팅과 관계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감성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단어이며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감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고 우리는 그걸 그대로 소비하고 있지 않는데 우리는 왜 감성과 관련된 콘텐츠에 열광하고 주목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느낌적인 느낌은 무슨 느낌인지, 우리의 감성이 어디로부터 발생하는지, 왜 감성을 선호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면 알 수 없었던 내 감정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다양한 표현을 통해 삶이 더욱 풍족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감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표현할 줄 아는 감성인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