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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록 Oct 12. 2019

무엇으로 당신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자기소개 한번 해보세요”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기 위해서 나는 매번 자기소개를 준비한다. 어느 면접장에 가도 자기소개는 최초의 시작이며, 이력서의 첫 시작 역시 자기소개다. 지금까지 나의 자기소개는 이것이었다.

“안녕하세요 OO대학교에 다니는 김영록입니다”

매번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면접관들은 당황했다. 시간 내에 뭐라도 한 줄 더 말해보려 애쓰는 지원자를 보다가, 10초도 안 되어 끝난 자기소개를 들었으니 오죽할까. 

나 역시 인상 깊은 지원자가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를 참고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해보기도, 모든 정보가 다 있다는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자기소개도 ‘OO 학교 김영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몰랐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의 자기소개는 이랬다. 나의 이름 앞에 나를 증명할 수 있는 학교 이름을 붙이는 것. 그렇게 도합 18년 동안 나의 자기소개는 “OO 학교 김영록” 대학을 졸업한 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 역시 나의 이름 앞에 붙일 무언가를 찾는 일이었다. 이제는 학교에서 회사로 바뀌는 것인가. “OO에서 근무하는 김영록”으로 바뀌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공식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는 삶을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현실 도피는 아니지만 잠시 한국을 떠나 나의 젊음과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65일 동안,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면서 새삼 나를 표현할 무언가를 찾아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전과 달리 글쓰기를 시작하며 나의 하루 동안 어떤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지,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사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보고자 떠난 여행이지만 새로운 것을 보기는커녕 나를 알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하는 생각과 고민들, 하루의 일상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 기록들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떤 단체, 어떤 조직에 속해야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김영록’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이고, 성격은 어떤지, 무엇을 고민하고 사는지, ‘김영록’을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사실 나를 소개하는 글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삶을 살아내기 위한 작은 다짐의 시작이다.     


비로소 나를 찾는 여행이자 어머니와 함께 떠난 65일의 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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