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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Sep 26. 2023

내 삶의 본질

구름 가득한 하늘 속에 유난히 달빛이 환한 어느 날이었다. 그날 달이 얼마나 환했던지, 구름 속에 갇혀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그 속에서 내는 빛에 어두운 밤하늘 속 하얀 구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고개를 든 채 두리번댔다. 얼마나 크고 둥근 달이길래 이토록 밝은 빛을 내는 건지 궁금했다. 밤하늘을 빈틈없이 채운 구름 때문에 한참을 두리번대다가 겨우 찾은 달은, 구름에 반쯤 가려진 건지 반달 모양이었다. 저 달이 반달일까 동그란 보름달인데 구름에 가려져 반만 보이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한참을 올려다보다 문득 고민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달은 동그랗잖아!’     




살다 보면 본질은 잊은 채 쓸데없는 걱정이나 고민으로 감정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간혹 있다.

몇 년 전, 3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친구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있다. 변해서였다. 친구가 아니라 내가 달라져서였다. 내 마음은 뒷전, 타인의 마음을 신경 쓰고 배려하던 내가 내 마음을 최우선으로 챙기게 되면서부터 배려받으려고만 하는 친구가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오래된 친구를 불편하게 느끼게 된 탓에 죄책감을 느꼈다. 마음이 짊어진 죄책감의 무게만큼 불편함이 덜어졌다면 조금은 덜 힘들었을 거다. 친구를 불편해하면서 미안했고, 미안해해도 여전히 불편한, 좀 모순적인 마음이었다. 우리의 우정은 오래된 만큼 깊었기에 모순된 마음을 안고서도 친구와 멀어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래된 친구, 깊은 우정이라는 허울에 눈이 가려져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있는 내 마음,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다.      

‘상처받았구나. 내 마음.’


삼십 년 넘게 이어온 그 친구와의 관계를 놓았다. 서서히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배려하느라 지쳤다고, 맞춰주는 게 힘들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건넨 후에 불필요하게 소모할 감정이 아까웠다. 친구가 나의 변화를, 멀어진 우리 관계를 서운해해도 그건 이제 그녀가 감당해야 할 감정, 그녀의 몫이라 생각한다.

친구와 멀어졌지만,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도리어 후련했다. 친구로 인해, 그녀와의 관계로 인해 받고 있던 압박감이 생각보다도 훨씬 컸던 모양이다.      


살면서 내가 맺는 모든 인간관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봉착하게 되는 이런저런 문제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 목표, 성격, 감정의 본질은 한 마디로 ‘나’이다. 내 삶의 본질은 결국 ‘나’다. 타인의 마음이 어떤지 고민하고 배려할 시간에 가장 나다운 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본질은 잊은 채 쓸데없이 고민하느라 시간과 감정을 낭비할 때가 많다. 내 삶의 본질은 나,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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