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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Oct 05. 2023

행복은...

노력한 만큼 가질 수 있는 것

  

나는 행복하다. 지금 내가 내뱉은 행복은 감정에 기댄 것은 아니다. 딱히 기쁠 일도 없고, 즐거울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걱정할 일이 많은 요즘이기에, 행복감이 가만히 있는 나에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나는 행복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내가 행복한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행복의 이유를 굳이 찾지 않고서도 행복할 때가 있다. 걱정이나 고민이 없이, 마음에 아무 거리낌이 없을 때 나는 뭘 해도 행복하다. 날씨가 좋아서, 커피 향이 좋아서, 산책길에 본 들꽃이 예뻐서, 떡볶이가 맛있어서,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마음의 평온이 나의 행복에 있어 필수 요소이기에 그렇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때 나는 부지런히 내가 행복한 이유를 찾는다. 한참을 찾아도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에 대입한다.      


[국어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쉽사리 놓아지지 않아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생각이라는 건 매번 처음 시작한 그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자꾸만 꼬리를 물어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상상하도록 하고, 그로 인해 걱정과 불안까지 파생시켜 마음이 평온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이건 나만의 나쁜 ‘생각 습관’ 일지도 모르겠다. 걱정이나 불안은 늘 이렇게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몸에 밴 습관처럼 쉽게 나를 찾아온다. 꼬리를 무는 생각의 방향이 긍정적인 쪽이면 참 좋을 텐데,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이 ‘생각 습관’은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을 듯하다. 그렇기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내가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요즘 내 마음의 평온을 방해하는 건 다시 사춘기가 온 첫째 아들이다. 뭘 해도 아들 생각이 나고, 생각이 꼬리를 물어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에 도달한다. 걱정하면 불안해지고 마음이 힘들어진다. 어젯밤에도 아들 생각을 하다 잠든 나는, 눈 뜨자마자 또 아들 생각을 했다. xx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은 사춘기는 대체 언제까지인 걸까? 엄마인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그냥 지켜보는 게 최선일까? 뭐가 맞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쩌지? 제대로 된 어른이 못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불안해지자 금세 우울해졌다. 혼자서 아등바등 애를 써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고,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둘러 내가 행복한 이유를 생각했다. 커피 향은 좋았고, 날씨는 맑았으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예뻤다. 마음이 복잡해서였을까, 행복하지 않았다. 세븐틴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키고, 떡볶이를 먹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을 꺼냈다.      


사춘기가 온 xx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내 곁에 있다.

사춘기가 온 xx는 반항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한 선은 넘지 않는다.

사춘기가 온 xx는 학습적으로 무기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은 활력 넘치게 누구보다 즐겁게 하고 있다.

사춘기가 온 xx는 건강하게 내 곁에 있고, 적정한 선은 넘지 않으며, 공부는 ‘더럽게’ 안 하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춘기가 온 xx 때문에 걱정되고 불안하고, 마음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xx의 엄마라서 행복하다.      

첫째 아들 때문에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고,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에 대입해 생각을 바꾸다 보니 나는 행복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원래 행복은 ‘내가 찾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오는 것’인 줄 알았다. 크게 좋은 일, 기쁜 일, 즐거운 일, 성공적인 일이 일어나야 행복했다. 일상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모르는 건 당연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기 시작한 건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행복을 찾았다. 요즘 내가 마음이 평온할 때만 느낀다는 행복을 닥치는 대로 찾아 마음에 주입했다. 날이 좋으면, 꽃향기가 좋으면, 하늘이 예쁘면, 떡볶이를 먹을 때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면 행복했다. 당시 나는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외면하며 무작정 행복을 찾았고, 그렇게 행복하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며 살았다. 그렇게라도 버텨야 했다.      


남편과 사별로 인한 아픔을 제대로 바라보고 아파한 후에야 치유됐다. (이렇게 덤덤해지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외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내 마음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마음이 평온할 때나 힘들 때나, 적극적으로 행복의 이유를 찾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행복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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