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정말 못 말리게 못된 사람이다. 특히 가족한테 그렇다. 그래서 가족이 미울 때가 많다. 이렇게까지 화나게 하는 것 때문에. 그런데 다 별 일은 아니다. 엄마도 아빠도 남편도 아이도 특별히 나쁠 것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문제다.
오늘은 남편한테 화를 내다가, 네가 이러니까 회사에서 일을 못하는거라고 했다(사실이 아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편일 것이다. 승진이나 직급이 증명하는 거라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내 화를 주체 하지 못해서 또 못된 말을 쏟아 놓았다. 제일 나쁜 점은 몇일전 남편이 회사에서 힘든 점을 털어놓은 것을 이용했다는 거다. 남편은 자기가 오늘 나한테 잘못한 것에 대하여(사실 이것도 별일 아니었다. 내가 몇번이나 말해서 챙겨야할 걸 안했고 지금 하겠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고 나는 나쁘게 말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항상 후회하면서 꼭 마음속에 차오르는 나쁜 말을 꼭 입밖으로 뱉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는 곧바로 후회가 되어 사과를 한다. 쓰다보니 병이다. 고쳐야할 병이다. 또 이 일의 나쁜 점은 남편처럼 한없이 받아주는 사람한테만 그럴거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 대상은 엄마, 아빠, 남편, 아이 정도겠다.
아이한테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남편한테만큼은 아니지만 참지 못하고 하지말아야 할 말들을 할때가 늘고 있다. 밥을 안 먹으면, 그래 밥 먹지마 좋아하는 과자도 케잌도 먹지마. 자장가도 없어. 하고 엄포를 놓는다. 남편은 내가 이럴때마다, 아이한테 내 화를 푸는 거라고 그러지 말라고, 나를 아이한테서 떼놓는다.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네가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힘들어서) 유치원에 가야되는거야, 라고 해버렸다. 그랬더니 말 잘 들을게요 하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내가 너무 싫어져버렸다.
4달째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정말 부족한 것 같다. 남편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가끔은 엄마도 인간인데 어떻게 다 바른대로 책대로만 해 싶다가도,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싶어진다. 메리 올리버는 '우리가 습관과 벌이는 싸움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이라고 했다. 습관과 벌이는 싸움을 시작도 안하고 매번 습관에 지는 삶인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