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할 일들을 찾고, 책을 읽고 하려는 찰나.
여기 오기까지 참 많이 노력해왔다는 생각이 스쳤다. '여기'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햇빛이 드는 책상(겸 식탁이지만)이 있는 쾌적한 집, 혼자 있을수 있는 시간, 두려움을 약간은 버텨내줄 통장, 좋아하는 일을 해보려 직면한 용기, 그래서 온전히 내가, 내 취향대로, 내 힘으로 만들어낸 시간.
길게는 10여년이 넘는 직장생활, 그동안 모은 돈 - 그래서 얻은 지금의 적당한 안락함(그동안 서울살이 하며 전전한 원룸들도 생각나고)- 같은 것들이 생각나고, 최근에는 아이가 새로운 나라에 오고 새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내 시간이 없어지면서.. 작년 11월부터니까 6개월만에 비로소 찾은 내 시간. 이게 뭐라고 순간 감격스럽다.
그러니까 회사를 그만둔건 2020년 3월인데 1년 3개월만에 이제야 회사를 그만둔 진짜 의도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찾는 것.
20년 3월 시점이 절묘했다.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비자가 막혀 중간에 붕뜬 상태가 되어 살 집이 사라졌고 어찌저찌 일본으로 왔지만 또 아이가 유치원 입학 대기 상태였고. 통째로 날아간 시간 같이 느껴지지만 이 시대에 누군들 안 그랬을까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