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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들

안빈낙도란 말은 가난한 사람들의 단어?


15년 전에 이집트와 터키로 여행을 떠났었다.

군대를 다녀온 지 불과 1년밖에 안된 시점이었고 당시 20대 여성에게 유행하던 여행지라 자유여행 패키지 같은 것으로 그룹을 묶어서 가면 왠지 여대생들이 많을 것 같다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서 군대에서부터 3년간 모아 왔던 돈을 모두 쏟아부어 가게 되었다. 당시 이집트 카이로 IN - 튀르키예 이스타불 OUT이었는데 정작 우리랑 같이 같던 그룹에는 여대생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저 여행과 반대로 동일한 날짜에 갔던 곳은 여대생 천국이었다는 것이 정설. 흑흑흑 세상에나... (하긴 그래도 뭐 없었을 것 같긴 하다)




당시 같이 여행을 갔던 사람들 중 스님 한 분이 계셨다.

지금은 따로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우셨던 분인데 내가 알고 있던 스님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이미지라서 놀랐다. 일단 정식 스님은 아니었고(스님이 해외여행 나오는 것도 좀 웃기긴 하는데...) 불교에 귀의한 신자로서 머리는 일단 스님삘 났었는데 산채비빔밥 집을 하나 운영하고 계셨다. 장사가 너무 잘돼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잘되니 자신은 여행을 왔다나 어쨌다나... 암암리에 부자이신 스님들도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눈앞에서 보긴 처음이었다.


"피자 먹을래, 얘들아?"

"네~!"

"풀만 있는 피자 하나 시키고 나머진 너네 먹고 싶은 거 먹으렴, 내가 사 줄게."


참 풍족했던 시기다. 정말. 스님이 피자를 먹어도 되는지 안되는지 여부까지는 고려해 보진 않았지만 뭐 어떤가? 공짜라면 하늘 끝까지 쫓아가겠는가? 타국에서 얻어먹는 맛이란 정말 꿀맛이었다. 종종 얻어먹었고(아 물론 나도 산 적이 있긴 하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잊힐만할 때쯤...




풀 소유 그분


몇 해 전, 무소유로 유명해진 혜민 스님의 풀 소유 논란이 참 재미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일단 유명해지면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는 항상 따라온다고 생각은 들지만 '무소유'라고 시작한 사람이 이렇게 풀 소유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는 않았나 보다. 사실 스님이 풀 소유든 무소유든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은데 그들은 그가 그렇게 돈 버는 것조차도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덕에 여러 짤만 남기고 방송가에서 퇴출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소식은 들려오지만 아마도 '괘씸죄' 때문에 돌아오긴 힘들 것 같다.


내가 스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했던 이유는...

나이가 40이 되니까 이제는 중년층이라고 해서 회사든 어디든 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가끔씩 이런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난 지금 버는 걸로도 충분해.'

'난 굳이 목숨 걸고 돈을 더 벌어야 하나 싶어, 지금도 충분히 넉넉한데.'


정말 1만 명 중 한 명은 '진짜로' 넉넉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데도 넉넉하다는 표현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내가 포장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실제로 항상 월급날에 가까워지면 본인이 돈이 없다고 죽는소리를 하면서 나중에 월급 나오고 나면 '난 물욕이 없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는 물욕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을 다 그냥 쓰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몇 해동안이나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서로의 어려움에도 기꺼이 웃으면서 도와주고 변변찮은 산업 하나 없지만 오직 관광 산업 하나만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자, 그러면 다시 생각해 보자. 과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부탄에서 평생 살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나는 정말 100이면 100명 모두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 자신한다. 아무리 세상이 글로벌화되었고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의 환경은 이미 저 나라의 상태와 맞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        

네이버를 한 번 검색해 보았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페이지에서 조용해 뒤로 가기를 하면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진짜 본심이 과연 '안빈낙도'가 목표인가?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안빈낙도' 자체가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안빈낙도를 꿈을 꾸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서 펑펑 쓰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제 나이 40에 그냥 솔직해지자. 주변에 '난 돈 없어도 괜찮아'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난 돈이 너무너무 필요해' 이렇게 그냥 솔직해지자. 그래야 누가 정보라도 하나 던져주지 않겠는가?


PS: 정보 듣고 코인 샀다가 내가 부도 위기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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