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개똥 임산부의 출산 휴가

임신은 베네핏일까? 핸디캡일까?

by 어머나

예정일은 9월이었다. 더운 여름에 만삭이 됐다.

아침, 저녁 출퇴근하는 길이 덥고 멀었다. 버스의 작은 흔들림에도 휘청였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은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임산부를 배려할 만한 여유가 없는 만원 버스 손잡이를 잡고 흔들흔들하면서 속으로'개똥벌레'를 흥얼거렸다.


배를 내밀어도 자리가 없네~임산부 배찌가 흔들거려도 다들 눈을 감네~

자지마라~자지마라~자질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양보를 해주렴.

라라~라라라라 뭉치는 배를 안고

오늘 아침도 이렇게 버스 출근한다~


회사에서도 '나 임산부네'하기는 어려웠다. 되려 곧 업무를 인계해야 하니 눈치를 챙겨야 했다.

함께 일하는 미혼의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쩐지 편치 않았다. 새로 부임한 팀장이 오고부터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다. 신임 팀장에 대한 메신저 뒷담화가 계속 이어졌고, 업무를 거부하거나 점심을 따로 먹는 식으로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현됐다. 임산부인 나는 그저 내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워 뒷말은 듣기도 하기도 싫었다. 점심시간 그이들과 보조를 맞춰서 걷기가 힘들었다. 멀리 있는 횟집을 간다거나 하면, 배가 무거워 그냥 가까운 데서 점심을 떼웠다. 그런 날이 빈번했다. 새로운 팀장이 퇴사를 하고 팀장 대우를 하게 된 나와도 사이가 데면데면해졌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외롭거나 슬프지만은 않았다. 되려 편하기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뱃속의 아기가 소중해서 제반의 일들은 대수롭지 않았다.


회사에서 임신은 핸디캡이다.


어느 날, 지인이 말했다.

“이제 임신도 했는데, 회사 생활 좀 편하게 해.”

하지만 임신은 회사생활에서 핸디캡이지, 절대 베네핏이 아니다.

예정일 2주 전, 출산 휴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임신 기간에 출산 휴가를 쓰기보단 출산 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동료들은 인수인계를 최대한 늦게 받으려고 했다.

복귀를 안하실수도 있으니 최대한 문서로 자세하게 남겨 달라고 했던가.

업무가 많은데, 대체 인력도 없이 업무가 나눠져서 불만이라 했던가.

그 말이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고, 마음이 있는거겠지.

나름의 태교의 일환으로 마음을 너그럽게 쓰기로 한다. 내게 중요한 건 내 아이의 평안이지 다들 이들의 사소한 생각에 잠길 여유가 없다.


출산휴가 전 마지막 날까지, 인수인계서를 업데이트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주말에 짐을 좀 챙겨나와서 짐이 많지는 않았는데, 회사에서 짐을 빼는 기분이 묘했다.

"회사야 안녕. 건강하게 출산 잘 하고 올게!" 스스로를 토닥였다.


개똥벌레의 다른 이름은 '반딧불이'다.

임산부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개똥 벌레보듯 아니라 소중한 반딧불을 품은 이를 보듯 따뜻하고 반짝였으면 한다.

그리고 예비 임산부에게 말해주고 싶다. 누구보다 임산부 스스로가 반짝이기를, 두번 오지 않는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누리기를 바란다.

(만삭,긴 육아 시작 전 마지막 휴가일수 있으니까

부디 만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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