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진이의 새로운 별명
우리 세 자매는 모두 엄마를 닮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빠를 꼭 빼닮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
그래서인지 경진이는 딸 셋 모두 본인의 얼굴이 없다며 한탄하곤 한다. 낳느라 고생한 건 엄만데 왜 딸들은 아빠를 닮을까?!
그런 나와 엄마의 공통점은 사소한 거에 궁금증이 많다는 것. 길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 미동 없이 앉아있는 비둘기,
심지어 경비실로 향하는 치킨 배달원을 보면서 의문을 품곤 한다.
"저분은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
"비둘기 좀 봐. 어쩜 저렇게 가만히 앉아있지?"
"경비실에서 치킨을 시켰나? 왜 저기로 가지?"
뭐 그런 걸 다 궁금해하냐며 경진이가 지어준 내 새로운 별명은 '궁송이'(궁금한 송송이)다. 그 이후로 나 못지않게 궁금한 게 많은 경진이에게도 '궁진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요즘, 궁진이는 툭하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는다. 그러면서 또 '미운 24살'이라 이해해준다나.
졸업까지 딱 한 학기를 남겨둔 24살. 미운 스물 넷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고민도 많고 이유를 불문하고 짜증도 많아졌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니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궁금한 거만 많아지는 거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무거운 생각보다는 가벼운 생각이 좋으니까?
궁진이와 밤 산책을 하며 예전부터 하고는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 포기하고 있던 내 오랜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줄곧 해온 궁진이는, 하기만 하면 분명 잘할 거라며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었다.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다가도 언제나 긍정적인 궁진이의 조언을 들으면 괜히 시도해보고 싶어 진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는 요즘, 미운 스물넷과 함께 세상만사 다 궁금한 궁진이 덕에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