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입니다. 평소 걷는 길이 눈으로 덮여 색다른 배경이 되었습니다. 몇 컷을 찍습니다. 수평을 맞추고 잘라냅니다. 편집된 사진을 아내와 지인들에게보냈습니다.사진에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멈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악보에도 쉼표가 있듯 삶에도 다양한 쉼표가 필요합니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쉼을 놓치게 되면 일상이 건조해집니다. 일상의 주도권을 반복적인 일들에 내어주게 됩니다. 최근 쉼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떠올려봅니다. 아이에게 이모티콘 선물, 매일 필사 명상, 좋은 문장 옮기기, 틈틈 영단어 익히기, 출퇴근 회화 듣기, 감사일기, 고마운 분과 식사, 독서 모임 참여.... 작은성취가 완급 조절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짜증 나는 일이 부쩍 늘었다거나 별일 아닌 일에도 급발진한다고 들었다면 저는 잠시 멈추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십중팔구 삶의 리듬이 깨어져 있습니다. 왜 그럴까를 돌아보면 만성피로, 나쁜 습관, 추진되지 않는 일, 불편한 관계 등 복합적입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화하려고 합니다.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부딪히며 부담감을 지워갑니다.
말과 행동이 오버할 때면 주문처럼 '잠시 멈춤, 그리고 리셋'이라 외칩니다. 덜 후회하게 되니까요.
#2 출근길
출근하면서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사진을 남기곤 합니다. 같은 길이라도 매일 다른 모습입니다. 길 위의 주홍빛 그러데이션은 강력한 흡입력이 있습니다.가끔은 색다른 풍경에 설레기도 합니다.
사진은 마치 시작과 끝이 함께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사진만으로는 일출인지, 일몰인지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 한쪽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관계의 불편함이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