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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May 01. 2020

노인이 된 후에도 패키지여행만을 고집할 것인가

비수기 가장 저렴할 때, 언제든 해외 자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자.

얼마 전까지 지구를 뒤흔들었던 코로나 19 (COVID-19) 여파가 이제 슬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생업과 직장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이제 다시 많은 사람들은 여행으로 일탈을 꿈꾸고 있다. 직장인은 꼴 보기 싫은 상사 면전에 사표(실제로는 휴가 신청서)를 던지고, 주부들은 지긋지긋한 시월드와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저금통장을 깨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노인들의 해외여행은 어떨까?


사실 대한민국 노인들의 해외여행 현실은 19만 9천 원짜리 동남아 ‘땡처리 패키지’, 가이드에게 주는 옵션비용이 아까워 저녁에 호텔방에서 TV를 보는 ‘호텔 방콕 패키지’, 가이드가 이끄는 한식당에 가서 저녁마다 김치와 삼겹살을 먹는 ‘한식 패키지’, 8박 9일 동안 유럽 10개국을 찍고 오는, '여권에 도장 찍기 패키지’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환갑이나 칠순 때 자식들이 모은 쌈짓돈으로 가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은행의 VIP 고객들은 고가 패키지 상품으로 자유여행 못지않은 수준의 여행을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VIP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인이 되어 해외행을 포기하고 방구석에 있을 수는 없는 법!!!  




[노인 연습 04] 비수기 가장 저렴할 때, 언제든 해외 자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연습하자.


노인이 되면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물론 돈이 없다는 함정이 있다) 잘만 준비하면 국내 여행보다 훨씬 저렴하고 고품질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많은 노인분들이 해외여행을 가도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노인이 되기 전에 "완벽하게"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노인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곧 노인이 될 우리의 해외여행을 망치는 5가지 중요한 법칙을 알아보도록 하자.


<노인의 여행을 망치는 법칙 1> 사전 공부를 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한 노후의 일탈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우선 공부해야 한다. 모든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젊었을 때처럼  미친 듯 공부할 필요는 없다. 쉬엄쉬엄 짬을 내가면서 관련된 유튜브나 책, 영화를 보면 된다. 이마저 귀찮은 우리 예비 노인들을 위해서 이미 수많은 유투버들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과 같은 방송에서 우리가 일탈하고자 하는 나라를 사전답사를 해 왔다. 이곳에서 가고자 하는 나라를 찾아서 주말에 느긋하게 차 한잔 하면서 살펴보면 된다.  


그 나라와 관련된 좋은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화를 감상한 후 그곳을 방문하는 것과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 생각 없이 파리를 방문하고 에펠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나서 파리를 방문하는 것은 여행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바꿔줄 것이다. 기왕 보는 것이라면 단순히 배경이 해당 나라인 영화가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는 물론 예술성까지 갖춘 작품을 보는 것이 좋다. 영화를 본 지 오래됐다면 과감하게 2시간 더 투자해서 한 번 더 보자. 우리 예비 노인들은 시간이 많으니까.


<노인의 여행을 망치는 법칙 2> 여행사 패키지 상품만을 믿고 간다.

혹시 항상 여행사 패키지 상품만을 애용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행을 통한 10 가지 즐거움 중에서 7가지 이상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오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가격이 저렴하다. 패키지여행은 개별여행보다 저렴하다. 나도 예전에 19만 원짜리 베이징 패키지 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갔다 온 적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가격에는 이유가 있듯이, 저렴한 패키지여행의 가격에도 이유가 있다.


둘째. 가이드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가라고 하면 가고, 서라고 하면 서면 된다. 버스에 타면 다음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고 호텔까지 편안하게 모셔다 주기에 긴 여행 내내 머리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좀비처럼 가이드를 따라다니다 보면 여행이 끝나고 우리의 몸은 어느새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고 있을 것이다. 양손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저런 기념품을 잔뜩 안고서 말이다.  


셋째, 유명 관광지의 입장권을 사느라 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유명한 관광지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심지어 어떤 곳은 미리 예매를 하지 않으면 못 보고 올 가능성이 있다. 패키지여행은 여러분을 이끄는 가이드가 미리 표를 확보를 해 두었거나,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단체 배낭객들을 위한 별도의 입장권 구매 통로가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패키지여행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


안 그런 여행상품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에게 돈이 남는 코스는 천천히, 유명 관광지와 같은 돈이 안 되는 코스는 빠르게 지나가거나, 심지어는 아예 일정에서 빼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의 경우 단체 패키지는 그 볼 것 많은 이화원과 자금성을 말 그대로 후다닥! 지나간다. 기념사진 찍는 시간을 준 후, 재빠르게 다음 코스인 차(Tea) 판매점이나 고가의 한약을 살 수 있는 한약방으로 향한다. 왜 한약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세뇌 강의를 30분 들은 후, 단체 여행객 중 누군가 한약을 살 때까지 상점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노인의 여행을 망치는 법칙 3> 무조건 저렴한 호텔을 이용한다.


세상의 모든 가격에는 그 이유가 있다. 특히 호텔의 경우 저렴할수록 여행에 대한 우리 예비 노인들의 기억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100%다. 중국에서 서울로 오는 단체 저가 패키지 고객들은 어떤 호텔을 이용할까? 독산동 혹은 영등포에 있는 호텔 정도일 것이다. 심지어 경기도 군포나 안산에 있는 관광호텔을 이용하는 중국 단체여행객들도 수두룩했다. 독산동이나 영등포, 군포나 안산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근 돌아다닐 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해외를 가도 똑같다. 싸구려 호텔을 예약하면 매일 저녁마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독산역이나 안산역으로 가야 한다. 패키지의 경우라면 오후 5시경에 컴컴하고 후미진 호텔에 우리 예비노인들을 떨궈 놓고 갈 것이다.


좋은 호텔을  찾아 예약하고, 찾아가고, 방키를 받고 호텔방으로 입성하는 방법만 알아도 여행의 질과 만족도는 크게 상승한다.


<노인의 여행을 망치는 법칙 4> 매끼 한식을 챙겨 먹는다.

혹시 해외에서도 매 끼마다 한식을 챙겨 먹어야 하는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여행을 가는 목적은 여행을 하는 동안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여행이 끝난 후다. 여행이 끝난 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추억을 곱씹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에 꼴 보기 싫은 상사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으면서, 베이징에서 먹었던 딤섬과 북경오리, 마파두부의 맛이 기억날 것이고, 주부들은 명절에 전을 부치면서 터키에서 먹었던 터키식 부침개인 라흐마준의 맛이 기억날 것이고, 학생들은 학생식당 카레를 먹으면서 인도에서 먹었던 난과 카레의 맛이 기억날 것이다. 기억들을 곱씹으면서 지내다 보면 힘들었던 직장상사, 시월드, 취업의 문제는 해결되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여행 매 끼마다 한식을 챙겨 먹었다면 해외에서 먹은 삼겹살과 김치찌개의 맛이 문득문득 생각날 리 만무하다. 그만큼, 여러분은 여행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만들 기회가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만약 매 끼마다 김치를 챙겨 먹어야 하는 체질이라서, 한식을 먹지 않는 것이 두렵다면 시간을 내서 그 나라 음식을 파는 전문 식당을 찾아 미리 먹어보기 바란다. 그 음식을 삼키지 못할 만큼 괴롭지 않았다면 된다. 정 미덥다면 컵라면을 여행 일수만큼 가져가면 한식에 대한 갈증은 대부분 해결된다.


자, 선택하시라, 아름다운 곳에서의 멋진 한 끼 식사로 이루어진 여행의 소중한 기억과 해외에서 먹었던 늘 먹던 김치찌개의 맛에 대한 기억 중에서 어떤 것이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가?         


<노인의 여행을 망치는 법칙 5>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무조건 걷는다.

패키지여행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걸어야 할 일도 많이 발생한다. 이때 많은 분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걷고 또 걷는 행위들이다. 여행이 힘들수록 즐거움은 반감된다. 지하철 혹은 버스 한 정거장이라면 모르겠지만, 걸어야 하는 그 길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이 그림 같은 곳이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빠르게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여행을 하러 갔지, 걷기 위해 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지도로 대략적인 위치와 걸리는 예상 시간 정도는 대충 가늠을 한 후,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500미터 앞에 있는 목적지를 빙빙 돌아서 5km 요금을 내고 하루치 여행경비를 날리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노인 연습을 하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여행해야 할까? 당연히 일정이 짧다면 아시아, 길다면 유럽이나 미국이겠지만, 이렇게 간단한 기준으로 노인이 되는 우리의 휴가 계획을 세우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10개의 지역별로 각 여행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다. 이 중에서 각자의 일정에 맞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여행계획을 수립하면 된다.     

 

<1> 가깝고도 먼 일본 : 각 지역별 최소 2일 소요

저렴한 엔화 덕분에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다. 도쿄는 물론 근처의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야나가와, 나고야, 규슈, 벳부, 도야마, 돗토리 모두 좋다. 특히 한겨울의 눈 내리는 노천탕에서의 호젓함과 걸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던 오래된 료칸의 기억은 매 년 겨울이면 생각나는 아련한 추억의 일부가 되었다,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주옥같은 애니메이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지브리스튜디오는 일본 도쿄 여행의 덤이다.      

      

<2> 중국과 그 주변 - 북경, 상해, 대만, 홍콩(마카오): 각 지역별 최소 3일 소요

중국 중에서도 상해와 베이징은 가깝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깔끔한 분들이라면 골목 곳곳의 퀴퀴한 냄새와 웃통을 벗고 길거리를 활보하고 침을 뱉어대는 아저씨들을 보고 진저리를 칠 수 있다. 약간의 더러움만 감수할 수 있다면 중국이야 말로 온갖 유물과 산해진미가 펼쳐진 여행객들의 천국이다.중국은 참 가보고 싶은데 꺼려진다면  대만이 있다.대만은 중국의 1만 년 역사에서 만리장성과 진시황릉과 같은 건축물을 제외한 나머지 들을 그대로 섬나라로 가지고 온 ’깨끗한 미니 중국’이니까. 이곳 사람들의 성향도 일본사람들에 좀 더 가깝다.


역사 유물을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약간의 쇼핑과 오락거리를 찾는 분들이라면 홍콩과 마카오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에 안 가본 분이 없을 홍콩은 단언컨대, 땅 덩어리 대비 볼 것이 가장 많은 관광지다. 더불어 하루만 더 시간을 내면 페리를 이용해서 마카오로 들어갈 수 있고, 이곳에서는 라스베이거스 못지않은 화려한 카지노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아직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의 잔재와 음식은 덤인 셈이다.

      

<3> 아시아 3인방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이판: 각 나라별 최소 4일 소요

기왕 나가는 거 유럽으로 가고 싶지만, 시간과 비용상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예비 노인들에게 ‘말레이시아‘라는 생각지도 않은 뜻밖의 여행지가 기다리고 있다. 이역만리 중앙아시아나 중동에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면서, 덤으로 힌두교와 세계 최고의 휴양지,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다.


혹시 털끝만큼의 지저분함도 용납할 수 없고, 일본 수준의 클린 한 관광을 원한다면 갈 곳은 싱가포르다. 길거리 곳곳마다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상점에서 바가지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곳은 비용만 감수 할 수 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에서 럭셔리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적은 땅덩어리에 수많은 놀이기구들이 밀집되어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면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올 수 있다. 나이트 사파리는 싱가폴 여행의 꽃이다. 혹시 와이프는 멋진 해외여행을 꿈꾸는데 무엇을 보더라도 시큰둥한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된다면 사이판으로 향하면 된다. 바다 옆 위치한 사이판 최고의 리조트 안에는 캐리비안베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은 안전한 리조트 안에서 물놀이를, 부부는 바로 옆의 해안가로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쇼핑과 관광을 하면 안성맞춤이다.


<4> 볼거리 많은 아시아 3인방: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각 나라별 최소 5일 소요

해외에서 호텔에 있는 시간마저 아까운 우리 예비노인들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는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를 들 수 있다.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세의 지배를 당하지 않은 태국은 단연컨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게 당신의 눈과 입을 호강시켜 줄 수 있다. 베트남 하면 하롱베이를 꼽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우리나라 남해안 다도해 해상공원을 보는 눈이 더 즐겁다. 베트남에서 하롱베이를 가면 처음에는 감탄하지만 나중에는 배 안의 사람들 모두 대부분 절경이고 나발이고 뱃멀미가 나서 멍하니 않아 어서 빨리 육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여행을 갔다 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나는 것은 하롱베이가 아니라 하노이 시장 한 구석의 오래된 가게에서 먹은 가물치로 만든 ‘짜까라봉‘의 맛이다.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캄보디아는 국내의 저렴한 패키지여행을 통해서 이미 많은 어머님 아버님들이 다녀간 곳이다. 돌무더기를 보고 저녁에 북한 식당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 먹고 온 여행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캄보디아는 이집트와 같이 화려했던 과거와 철저하게 단절이 된 나라이다. 조상들의 영화가 돌로 무심하게 쌓인 이곳 캄보디아에서 찾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킬링필드로 기억되는 끔찍한 내전을 겼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들만 남아 있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던 크메르 왕국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5>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 인도, 터키: 각 나라별 최소 10일 소요

세계지도를 펼쳐 보면 아시아의 대국인 중국(몽고 포함)의 영향력이 최대로 뻗었던 그곳 너머에 인도와 터키, 그리고 이란이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중국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던 땅의 시작인 셈이다. 인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컴퓨터와 주판이 공존하고, 평생 빨래를 해야 하는 도비와 세탁기가 공존하는 알 수 없는 나라다. 석가모니와 불교의 발생지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대부분의 국민이 힌두교를 믿는다.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 터키는 우리의 역사 고구려 위쪽에 위치한 ‘돌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사람과 생김새도 다르고 유럽 인종에 좀 더 가까운 듯한 이들이 왜 형제의 나라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KOREA의 기원이 된 고구려는 한민족은 물론 말갈, 흉노, 훈족, 심지어는 백인계통의 슬라브족들로 뭉쳐진 지금의 미국보다 더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인종의 도가니였을지도 모른다. 독일 국영방송 ZDF에서 로마를 공격한 훈족의 추장 아틸라가 고구려인이라고 보도된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터키를 방문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빼앗긴 엄청한 영토는 마치 광대한 고구려의 영토를 빼앗긴 우리네 현실과 닮았다. 겁나 머나먼 친척일지도 모르는 이들이 이역만리까지 흘러와서 자리 잡고, 한 때는 유럽을 호령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지는 나라가 바로 터키다.      


<6> 미지의 세계 중앙아시아 중동: 각 나라별 최소 5일 소요

그동안 여행을 가자니 비행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정보가 거의 없어서 머뭇거렸던 곳 바로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과 같은 “스탄”나라들이 있는 중앙아시아다. 일단 한번만 오면 고려인들이 많아서 친숙하고도 이국적인 이곳 중앙아시아의 매력에서 벗어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고대 문명이었던 페르시아를 집게발을 가지고 있는 괴물군대로 묘사한 ‘300‘이라는 영화는 다분히 미국과 적대적인 페르시아(이란)의 찬란한 문화를 깎아내리고 서양의 시초인 고대 그리스를 미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믿는 나는 아직은 정세가 불안한 이란 대신에 그 옆의 아랍에미리에이트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 머무르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페르시아의 숨결조차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대한민국 건설의 산 증인인 버즈 두바이와 버즈 알 아랍 호텔만이 기억에 남는 곳이다.  


나의 노인연습을 위한 다음 여행지는 이란 바로 너!


<07> 유럽 역사의 시작 -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각 나라별 최소 5일 소요

드디어 아시아와 중간지역을 벗어나서 유럽으로 들어왔다. 유럽 여행의 시작은 어디서 해야 할까?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8박 9일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의 서유럽 여행과 7박 8일간의 체코,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번개같이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면 유럽 여행의 시작은 응당 고대 로마의 수도인 이탈리아이어야 한다. 찬란했던 고대 로마와 화려한 르네상스 시대의 유물이 남아 있는 로마는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둘러봐도 볼 것이 넘쳐나는 유럽의 보석이다. 또한 고대 로마의 숙적이자 카르타고의 명장이었던 한니발이 사랑했던 스페인과 과거의 찬란한 대항해 시대를 그리워하는 포르투갈이야 말로 유럽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좋은 출발지이다.      

     

<08> 유럽의 중심이라 우기는 서유럽 – 프랑스/영국/스위스: 각 나라별 최소 5일 소요

프랑스는 세련된 유럽 예술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영국은 다소 투박한 그들의 문화 속에 세계 곳곳에서 약탈해 간 보물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자신들의 문물인 양, 입장료를 받는 나라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동화 속의 풍경을 자랑하는 스위스는 아무리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술 사진 하나 금세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음식이 우리 예비 노인들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입맛이 토종이라면 이들 세 나라를 갈 때에는 배낭 속에 라면과 고추장, 즉석밥을 잔뜩 싸가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깜빡했다면 스위스에서 1인분에 5만 원이나 하는 김치찌개를 사 먹지 않고는 못 버틸 것이다.      

   

<09>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동유럽 – 독일/오스트리아/체코 : 각 나라별 최소 5일 소요

독일을 동유럽에 넣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의아해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독일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서유럽 보다는 동유럽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들 세 나라는 맥주가 정말! 정말! 맛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고대 로마의 최전방 도시였고 로마의 최정예 병사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남녀노소 체격이 좋고 키가 매우 크며 커다란 잔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게 된 것은 바로 이곳의 지정학적인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세 나라의 건축물을 살펴보면 제대로 각이 잡혀 있다.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나라, 바로 동유럽인 것이다.     


<10> 영국의 문화 식민지 – 미국/호주/뉴질랜드 : 각 나라별 최소 10일 소요

미국/호주/뉴질랜드의 공통점은 대영제국의 가장 큰 식민지였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군사력에 바탕을 둔 Military 협력체계라면, 이들 세 나라와 영국은 영국 문화에 근본을 둔 Culture 협력체계다. 인도 역시 한 때 영국의 가장 큰 식민지였지만, 기원전 2000년부터 시작된 인도의 찬란한 문명은 도저히 굴복시키지는 못하고 ‘영어’라는 언어만 인도에 간신히 심어 놓을 수 있었다. 이들 세 나라 모두 땅덩어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들을 한 번에 훑어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만 하더라도 동부/서부/중부로 나누어서 세 번을 방문해도 다 못 본다. 호주 역시 마찬가지고 액티비티와 자연경관이 화려한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나누에서 각각 일주일 이상 봐도 역부족이다.




이제 지긋지긋한 패키지여행을 벗어나서 나만의 자유여행을 한 번 해보기로 결정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고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예비 노인을 위한 여행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Step1> 여행일정 확인하기

젊을 때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의지가 아닌, 바로 시간이었다. 우리가 직장인이었을 때는 여름휴가를 제외하고 장기 휴가를 떠나기에 힘들었지만, 노인이 눈앞으로 다가 온 지금은 달라졌다. 그냥 저렴할 때 가는 게 장땡이다. 당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전부터 언제 어느 나라의 어떤 도시가 저렴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지 부지런히 손품을 팔아 여행준비를 해야 한다. 남는 게 시간일 우리 예비 노인들은 공휴일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여행계획을 짜면 된다.  언제? 가장 쌀 때!


Step2> 여행장소 확정과 비용 준비하기

어디를 갈지 정해야 한다. 앞에서 소개를 들었던 나라들 중에서 가고 싶은 나라를 하나 정하자. 그리고 덜컥 다음 단계로 가지 말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그 나라의 날씨를 확인하자. 만약 5월에 중국 베이징을 가고 싶다면 인터넷에 중국 베이징 5월 날씨를 검색해 보자. 십중팔구 4월~5월은 황사가 극심하다고 나올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친다면 그 여행은 보나 마나다. 그런데, 이때 우리 예비 노인들을 노리는 함정이 있다. 아마 항공권과 호텔숙박비는 매우 저렴할 것이다. 199,000원짜리 저가 패키지는 다 이유가 있다. 스모그가 없는 계절이라면 엄청난 강풍에 만리장성에 가서 걷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창으로 바라만 보거나, 너무 추워서 자금성과 이화원을 두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야 한다거나, 아니면 싸구려 중국차나 한약을 강매당하거나 세 가가지 중 하나다. 다른 데로 눈을 돌려보면 만만한 홍콩과 일본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일본은 주말에 후다닥 갔다 올 수 있고 홍콩과 마카오는 어떨까?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으니 뭐 하러 또 가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또 가면 뭐 어떤가? 정 그렇다면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정취가 폴폴 풍기는 마카오에 포커스를 둬서 럭셔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Step3> 저렴한 항공권 검색하고 확보하기

여행의 목적지를 정했으면 이제 중요한 것은 저렴한 항공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비행기 티켓을 확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행 날자를 먼저 선택하고 그 날자에 출발 가능한 항공권 중에서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방법과, 땡처리 항공권을 먼저 검색한 후, 여행일정을 검색된 땡처리 항공권의 일정에 맞추는 방법이다. 남는 게 시간인 우리 예비 노인들은 당연히 후자의 땡처리 방법을 이용해서 휴가를 떠나야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후 땡처리 항공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지만,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도니까.


가끔 특가로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를 재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치 네이버 웹 서핑을 하듯이 각 항공사 홈페이지를 자주 검색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자고로 일찍 일어내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이고, 부지런한 예비 노인이 조금 더 저렴한 항공권을 확보하는 법이다. 혹시 아직 월급을 주는 고마운 회사에 재직 중인 예비 노인이라면, 저렴한 항공권 일정에 내 몸을 맞추는 두 번째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예비노인보다 발 빠르게 좀 더 싼 티켓을 확보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7개월이 아닌 10개월 이전부터 노력해야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Step4> 대략적인 일정을 세운 후, 호텔 검색/예약하기  

비행기를 예약했다면 이제 대략적인 일정을 짜보도록 하자. 만약 홍콩과 마카오를 간다면 시간 단위로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는 계획이 아니라, 일자별로 머무를 도시만 확정하면 된다. 홍콩을 이미 한 번 이상 다녀온 분이라면 이번에는 마카오에 좀 더 포커스를 둬서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평하게 1일~3일은 마카오에, 4일~6일은 홍콩에서 머물러 보는 것도 좋다. 마카오는 볼 게 없다는 말을 많이 하도 많이 들어서 두렵다면 1일~2일 만을 마카오에 머무르는 것도 좋다, 마카오와 홍콩에 다녀온 적이 있는 여행 고수들의 여행 후기들을 검색해서 읽어보자. 아마 대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누구는 볼 게 없는 곳이라 하고 누구는 럭셔리하게 잘 놀고 와서 좋았다고 하고. 선택은 우리 예비 노인들의 몫이다.


이제 여유로운 마음으로 머무를 호텔을 찾아보자. 홍콩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바로 페리를 타고 마카오를 가기로 하였다면 1일~2일은 마카오의 호텔을, 3일~5일의 숙박은 홍콩에 잡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각 현재 수십 개의 호텔예약 사이트들이 난립하고 제각기 다른 비용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호텔이 좋은지 모르겠고,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돈만 받고 냅다 튀어버리는 이상한 사이트가 아닌지 고민스럽다면 방법은 하나다, 아고다(www.agoda.co.kr)와 부킹닷컴(Booking.com)의 호텔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군데가 항상 저렴하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호텔에 대한 정보와 전 세계 여행객들의 호텔 이용후기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이곳에서 호텔을 확인한 후, 그중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항공권과 마찬가지로 호텔 역시 부지런히 발 빠르게 움직여야 싼 가격에 좋은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Step5> 세부 여행일정 짜기  

자, 이제 우리 예비 노인들은 여행준비의 90% 이상을 완료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각 일자별로 세부 여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유튜브에서 여행고수들의 여행후기를 찾아보면서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아직 시간은 무려 6개월 이상 남았다. 혹시 귀찮다면 가이드북을 하나 사자. 가이드 북의 진정한 묘미는 여행 내내 내 몸의 일부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마음대로 적고 구기고, 심지어는 도장도 찍어가면서 가이드북 자체를 여행의 기념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예비 노인의 기억이 가물가물 해질 즈음에 가이드북만 대충 봐도 그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생각날 수 있게끔 말이다. 만약 가이드 북을 빌려서 간다면 소중한 여행의 추억을 그 친구에게 주어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다. 철 지난 가이드 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몸에 지닌 채 여행하는 것과 같다, 한 번 해외로 가면 아무리 적게 들어도 50~100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그까짓 만원도 안 되는 차이 때문에 우리 예비 노인들의 소중한 여행의 기억이 고통으로 얼룩져서는 안 되니까.


다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있다. 지금 당장 시간과 돈이 없다고? 그렇다면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 해외에서 헤매지 않도록 이번 연휴에 방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랜선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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