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소년 Apr 30. 2020

노인이 되어 탑골공원을 갈 것인가 교보문고를 갈 것인가

노인이 되는 방법 - 꾸준히 책을 읽고 뇌의 소화량을 늘리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느끼는 확연한 몸의 변화 중 하나가 소화력이다.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청보 곱빼기'라는 라면이 있었다. 하나는 부족하고 두 개를 끓이자니 양이 많은 분들을 위해서 보통 라면 양의 1.5배 정도로 대부분 하나만 끓여도 배불리 먹는 라면이었는데, 당시 나는 그 '청보 곱빼기' 두 개를 끓여 먹은 후 남은 라면국물에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고봉밥 두 공기를  말아먹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너구리 하나 끓여 와이프와 나눠 먹는 수준의 소화력임에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이것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게 설계해서 노인이 되어도 예전보다 조금만 먹어도 생존할 수 있게 한 조물주의 기획력은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이다.  

언제부터인가 점심시간 때 배가 특별히 고프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고 혼자 직장 근처를 배회했는데, 이때 주로 가는 장소가 탑골공원 혹은 교보문고다. 이 두 곳을 가보면 노인 됨을 대처하고 있는 극단적인 두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탑골공원에서는 그저 멍하니 앉아서 계시거나 친구들과 잡담하는 노인분들을, 교보문고에서는 그 반대로 혼자 구석에서 지식에 탐닉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노인 연습 03] 물리적 소화력이 아닌, 급변하는 경제/금융지식에 대한 소화력을 높이고 운동을 하자.


가진 거라고는 매월 상환해야 하는 대출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방문한 금융기관의 직원이 당신의 행복한 노후를 설계해 드리겠다고 말한다면 백 프로 당신의 쌈짓돈을 노리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나날이 늘어나고 무리해서 최근 장만한 집값은 떨어지는 것 같고, 은퇴는 얼마 안 남은 우리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설마 나도 파지를 줍는 수많은 어르신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얼마 전 무리해서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과연 잘한 일일까? 내가 은퇴를 할 때쯤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1/3이 60세 이상의 노인들로 바글거릴 텐데, 그때까지 아파트 가격이 지금과 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럼,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당장 아파트를 팔아야 하나? 20년 후 60세 이상 노인들이 생활비 때문에 아파트를 처분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상상할 수 없을 텐데, 지금이라도 전세로 옮겨야 하나?


대부분의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해주거나 (당신의 이익이 아니라!) 은행의 마진이 많이 남는 복잡한 투자 상품들을 권유하는 것 말고는 우리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 반면 수십억을 예치할 능력이 되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금융상품과 세무지식으로 무장한 전담 PB를 붙여줘서, 가뜩이나 많은 자산을 더욱 늘려주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은행들의 현주소라고 봐야 한다.


은행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공부해서 나의 노후를 준비하고 자산관리를 하는 것뿐이다.


성공적인 자산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목표 가시화(Goal Visualization)라는 기법이 있다. 이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한 후, 선택한 목표 중에서 가장 빠르게 할 수 있으면서 가장 효과가 좋은 곳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인데, 다음과 같은 5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방법을 쓴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계획 없이 노인 됨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방법이기에 설명드린다.)


1단계 | 재무적 목표 설정하기


재무적 목표를 설정할 때는 한 가지의 목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설정해야 하는데. 1년 안에 종잣돈 천만 원 혹은 1억 만들기, 5년 안에 집을 사거나 집을 넓히기와 같은, 노력하면 달성이 가능한 개인의 목표를 설정하면 된다. (어떤 책처럼 10년에 100 억 모으기! 와 같은 허황된 단일 목표는 금물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과 같은 질적인 목표는 인생을 살면서 획득해야 하는 당연한 것이기에, 여기서 설정하는 목표는 재무적인 목표로 한정한다.


2단계 | 목표 우선순위 설정하기


여러 가지 목표들을 정한 후에는 그중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투자 자금이 많다면 부동산도 구매하고 주식도 사고 채권도 사고 상가도 동시다발적으로 매입 후 자산이 증가하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금융기관과 재테크 책에서는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방법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 인생과 재테크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3단계 | 투자 성향 파악하기


사람마다 혈액형이 다르듯이, 선호하는 투자 방법도 각기 다른 유형이 있다. 펀드나 주식과 같이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투자한 원금에 1원이라도 손실이 나면 마음이 심란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손해가 나면 잠도 오지 않는 소심한 투자가가 10년에 10억 원을 벌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후, 모든 자산을 펀드와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주식 시장 시세를 쳐다보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투자 성향을 진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금융투자협회의 ‘표준 투자 권유 준칙’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에 따르면 모든 투자자들은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분류는 우리의 노후를 대비하는데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차피 이 투자성향을 가지고 금융기관에서는 당신에게 고위험 상품을 팔 궁리만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높은 투자성향이 나오게 해서 자신들의 마진이 많이 나는 상품을 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원금 손실에 소심하냐 아니냐만 알면 된다.


4단계 | 현재의 수입과 자산을 바탕으로 재테크 지표 평가하기


정확한 수입/지출 현황은 물론, 자산/부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자산 구조를 파악한 후, 수입과 지출 현황 점검을 통해서 현재 얼마만큼의 저축 및 투자가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당장 투자를 할 만한 여력이 없다면, ‘매월 얼마만큼 저축해서 언제부터 투자를 시작하겠다’라는 상세한 투자 기간 및 시기라도 추정해야 한다.


관련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① 소득 대비 생활비 수준 ② 소득 대비 교육비 수준 ③ 소득 대비 보장성 보험 수준 ④ 소득 대비 금융 자산 투자 수준이 있으며, 부채 관련 지표로는 ① 총부채 비중 ② 담보 인정 비율(LTV) ③ 총부채 비용 비중(DTI) ④ 주택 대출 제외 부채 비중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나의 재테크 패턴이 적정한 수준인지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대비해서 비상 자금의 비중을 알려주는 아래의 두 가지 지표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① 공격적 투자 상품(펀드/주식) 비중

전체 금융 자산 중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펀드나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30대의 경우 높은 비율을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노인 준비를 해야 하는 40대 후반부터는 이 비중을 급격하게 줄이는 것이 좋다. 원금 손실 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최소한의 비중만을 공격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가능하면 아예 안 하는 것도 좋다.)


② 비상 자금(초단기 투자 상품) 비중

갑작스러운 사고 등과 같이 예기치 않게 목돈이 지출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유 자금은 중도 인출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여유 자금이 너무 많으면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월 소득의 2배 정도를 비상 자금 명목으로 가까운 은행의 초단기 상품에 넣어놓도록 하자. 어차피 이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5단계 |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상세 설계


시각화된 목표와 우선순위, 투자 및 현재의 재무 현황을 파악한 후, 자산 증식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금융 기관의 PB 센터에서는 돈 많은 고객들에게는 위험 설계, 투자 설계, 세금 설계, 부동산 설계, 증여 설계, 상속 설계, 은퇴 설계, 사업 승계 설계 등을 진행하는데,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이라고 해봤자 현재 살고 있는 집 한 채뿐이고, 이마저 담보 대출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기만 하면 몇 억 원의 돈을 벌어다 줄 거 같았던 아파트 가격은 내가 사니까 안 오르는 거 같고, 담보 대출 이자만 매월 잊지 않고 빠져나가고 있다. 세금을 줄일 데라고는 일 년에 한 번뿐인 근로 소득세 환급밖에 없으며, 자식에게 물려줄 사업체가 없기 때문에 상속이나 사업 승계 설계와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이처럼 자식에게 물려줄 사업체가 있거나 현금이 수십억 원 이상이 되거나, 강남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금융 기관에서 전문 상담을 받기도 힘든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 더 공부하고 치열하게 재테크를 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노인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탑골공원으로 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틈 날 때마다 교보문고로 가는 습관을 들여서 금융지식을 부지런히 높여야 한다. 위장의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만큼 뇌의 소화력인 금융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당신의 발걸음은 뇌의 소화력을 높이는 곳을 향해야 한다. 탑골공원과 교보문고, 이 선택에 따라 당신이 맞이하는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꾸준한 건강관리는 노인연습 과목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탑골공원에 앉아 하염없이 장기를 두는 것보다는, 인근 교보문고에서 서서 책을 한 권 읽는게 정신은 물론 육체적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전 02화 나이 60 넘어 월 백 벌기도 쉽지 않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