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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pr 12. 2020

당신은 평생 군만두만 먹어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독자의 편지 - 중국집과 군만두

어느 독자의 편지 - 중국집과 군만두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으러 갈까요?’


정문 앞에 모인 4명의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문학소년은 이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날은 문학소년이 회사 월차를 내고 여유롭게 강의를 하는 날이었다.


문학소년은 학생들을 데리고 근처의 중국요리 집으로 데리고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재빠르게 주문서를 가지고 들어왔다.


‘무엇으로 드릴까요?’


‘자장면 1개, 잡채밥 1개, 짬뽕 1개, 볶음밥 1개, 군만두 1개 주세요.’


문학소년은 주문서와 학생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문을 해버렸다. 학생들은 일제히 문학소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종업원이 조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나로 통일을 해 달라고 했지만 문학소년은 단호하게 각기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어, 식사가 하나 부족한데요? 군만두는 밥으로 먹기가 좀 그렇지 않나요?’


구석에 앉아 있던 D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였지만, 문학소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오늘의 메뉴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주문을 한 메뉴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서 드셔야 합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문학소년을 쳐다보았다. 문학소년은 아래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학생들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고 답장을 보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자와의 직접 대화라 매우 상기되는군요, 보내주신 자료를 가지고 다시 한번 공부해 보겠습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의 이름은 A이고, 현재 백수입니다.


한 15년 전쯤에 S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던 증권회사 국제부(순수 국내 회사)를 시작으로, 그 후 반쯤 외국회사(합작회사, IMF 때 사라졌음)에 갔다가 순도 100% 외국증권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일하고 지금은 잘려서 2년째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다른 쪽으로 갈걸… 보니까 책 쓰실 때 직장하고 지금 직장하고 다르시네요.. 재주도 좋으십니다.


저자님의 저술하신 책 분야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는데, 최근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시도 중입니다만, 워낙 이런 쪽으로는 깡통이라 걱정입니다. (제가 그래도 경제학과를 나왔습니다만, 제가 다니던 학교는 맨날 노동경제학이니 정치경제학이니 이런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쪽만 가르쳐놔서 아주 유감입니다.)


책 보다가 질문 생기거나 하면 또 메일 보내겠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소주나 한잔 하죠. 백수라도 소주 값 정도는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인 연습 08]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다양한 도전으로 평생 같은 일만 하지 않도록 하자.


‘방금 나눠드린 편지는, 예전에 제가 어느 한 독자로부터 받았던 편지입니다. S군, 이 편지를 읽고 난 소감은 어떻습니까?’


‘암울합니다. 강사님은 왜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저희들에게 이런 우울한 편지들만 보여주시는 거죠? 앞날에 대한 자신감만 상실되게 말입니다. ’


‘저는 결코 여러분들을 암울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내용을 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사 이 이야기가 우울하다 하더라도 저는 결코 그것이 결코 여러분의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미래를 보다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편지의 A 씨 와는 그 후 만나지 못했습니다. 연락을 준다 하였는데 연락이 없으셨습니다. 편지의 내용에서와 같이 이 분은 S대를 나와서, 한때는 국내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되던 모 증권사의 국제부를 다니시다가 아까운 나이에 권고사직을 당하신 분입니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주시면 만나서 소주 한잔하고 싶기는 합니다.


‘식사 나왔습니다.’


이윽고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장면 어느 분이 드실 거죠?’ 종업원이 물어봤다.


‘가운데 테이블에 일단 다 놔주세요.’ 문학소년은 주문한 모든 음식을 식탁의 가운데에 몰아넣었다.


‘자, 여러분은 이제 앞에 놓인 5가지 음식 중에서 하나를 고르셔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오늘은 자기가 선택한 음식만 먹어야 하며, 절대로 나눠서 먹을 수 없습니다. 혹시 음식을 나눠 드시는 분이 있다면, 오늘 이후 매주 수요일 저녁식사 비용을 모두 부담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10주 정도 남았으니 그 금액이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저는 볶음밥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문학소년은 볶음밥을 가져가서 먹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당황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자기들끼리 잠시 서로 이야기를 하더니, 각자 음식 하나씩을 자기 자리로 앞으로 가져가서 먹기 시작했다.


‘아, 한 가지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군요, 여러분은 제 강의가 종강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방금 선택을 한 음식만을 먹어야 합니다. 실례로, D군은 군만두를 선택했으니, 앞으로 10주간 계속 매주 수요일 저녁은 군만두만 드셔야 합니다. ’


‘아니, 영화 올드보이도 아니고, 이런 게 어디 있습니까.?’


군만두를 집어먹던 D군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이러한 D군을 보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까 우리가 만나자마자 여러분에게 저녁으로 무엇을 드시고 싶은지 물어봤었죠?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중국요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정말로 여러분의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자의던 타의던 오늘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들어온 중국집과 같은 회사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는 한정된 메뉴 안에서 평생 동안 그 메뉴만을 드셔야 합니다.


원래부터 군만두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배정이 된 만두에 맘에 들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만두를 식사 대용으로는 잘 먹지 않습니다. 평생 군만두만 먹기는 힘들겠죠? 그런데도 여러분에게 군만두가 배정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요.’


D군이 마지막 남은 군만두를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그러한 D군의 모습을 보고 다들 또다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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