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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May 02. 2020

우리는 회사에서 월급 이외에 무엇을 더 쟁취해야 하는가

월급쟁이와 샐러리맨 다이어그램

Check Point

□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있다.

□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 명문학과 출신이다.

□ 졸업 후 원하던 직장/부서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 현재 직업과 직장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있다.

□ 앞으로도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확신한다.


상기의 5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의 남은 인생은 남들보다 충분히 잘 풀릴 것이다. 아래를 읽기 위해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아래 글은 당신처럼 인생이 술술 풀리지 않는 나머지를 위한 글이다. 상기 5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분들은 이제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지난 어느 날, 문학소년은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에는 대학과 대학원 강의를 나가고 있었다. 개강 첫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빅데이터와 설문조사방법론 강의 계획서를 나누어 주고 약 30분간 과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였다.


본 과목은 수업 출석 체크를 하지 않습니다, 출석 회수와 여러분이 학기말에 받을 점수하고 연관은 없습니다. 제 수업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으신 분들은 수업에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세상에는 학교 강의보다 소중한 게 수도 없이 많이 있으니까요.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자세한 진도는 다음 시간부터 나가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질문 주세요, 질문은 꼭 수업과 연관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때,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다.


현재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까? 어느 회사를 들어가야 좋은 것입니까? 강사님처럼 대기업에 들어가면 뭐가 좋은 것입니까?


질문의 내용은 수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질문을 받고 한참 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였던 일과 내 힘으로 취업을 하지 못해서 여기저기에 취업을 부탁하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일, 우여곡절 끝에 직원 2명의 이름 모를 조그만 회사에 들어가서 좀 더 나은 회사로 옮기기 위해서 밤낮으로 고민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기 때문이다.


한동안 고민을 한 끝에 나는 칠판에 큰 원을 그린 후그 안에 ‘내가 회사로부터 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방금 질문하신 분, 졸업을 한 후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학생은 질문에 언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그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졸업을 하고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삼성전자나 카카오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왜 하필 삼성전자와 카카오죠?


학생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나는 옆에 또 하나의 원을 그렸다.


이 두 개의 원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회사입니다. 방금 질문하신 분, 삼성전자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학생이 생각하는 삼성전자는 이 두 개의 원이 얼마나 겹쳐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삼성전자 정도면 두 개가 거의 겹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삼성전자에서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기에 두 개의 원이 많이 겹쳐지는 좋은 회사라 생각하십니까?


음.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학생들은 다들 웃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시간을 드릴 테니까 회사에서 여러분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은 이번 학기 진도와 상관이 없습니다. 가고 싶으신 분들은 가셔도 됩니다. 만약 졸업을 후 취업과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저와 진지하게 그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해 보도록 하죠,



 

[노인 연습 07] 회사를 다니는 긴 시간 동안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이 있음을 기억하자.


약 5분 뒤, 몇 명의 학생들이 손에 커피 한잔씩을 들고 강의실로 다시 들어왔다.


회사에서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셨습니까?


당연히 월급이 있겠지요. 한 학생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회사에서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는 월급이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돈’이라고 말하도록 합시다. 이러한 돈의 첫 번째 역할은 조직 구성원들이 경제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다시 말하면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도록 유지시켜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돈 이외에도 여러 가지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답은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앞에 계신 분부터 차례대로 하나씩 이야기해 보실래요?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승진)이 있습니다.

일이나 사람에게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회사가 여러분에게 제공을 해 줄 수 있는 것들로는 돈∙권한∙재미∙안정∙지식 5가지가 있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 이 부분을 다시 그림으로 그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좀 전에 그렸던 도형 옆에 아래와 같은 6 각형의 별 모양을 그리고 각 모서리마다 학생들이 이야기한 5가지를 적어 내려갔다. 한 곳의 꼭짓점이 채워지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져 있는 상태였다.     

제가 알고 있는 마지막 하나가 아직 안 나왔군요, 소위 발하는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회사에게서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반면에 찾기가 가장 힘든 것인데 모르시겠습니까?


학생들은 서로 멀뚱멀뚱 얼굴을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돈∙권한∙재미∙안정∙지식 이외에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니




여러분이 나중에 회사에 입사를 한 후 돈 이상으로 반드시 찾아야 하는 중요한 것은 바로 ‘기회’입니다. 문학소년은 나머지 칸을 아래의 그림과 같이 채워 넣었다.

이 도형이 샐러리맨들이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6가지를 표현한 ‘샐러리맨 다이어그램’입니다. 여러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셨을 때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 준 대가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제가 원하는 회사를 갔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요새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곳은 고사하고, 원하지 않는 곳에서도 일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도 잘입니다. 아까 '삼성전자’에 입사를 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소 무례가 되는 질문이지만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졸업 후 원하던 삼성전자나 카카오에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D 군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나는 칠판에 다른 도형을 그렸다.

상기 도형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현황입니다. 맨 위 5%는 자신이 희망했던 곳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을, 중간 10%는 1순위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곳으로 취업을 한 학생들, 나머지 85%의 학생들은 전혀 원하지 않는 곳으로 취업을 한 학생과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두 합친 비율입니다. 문학소년의 말을 듣고 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자신이 희망했던 곳으로 취업을 하였다 하더라도 다시 그중에서 5% 만이 회사에 대해서 만족을 느끼고, 나머지 95% 는 일을 하면서 불만을 느끼게 될 겁니다.


학생들의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전혀 원하지 않는 곳으로 취업을 한 학생과 취업을 하지 못한 85%의 학생들은 100% 불행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설사 원하는 곳과 정 반대의 직장에서 일을 한다 하더라도 그중에서 5%는 만족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일하고 싶은 최고의 회사가 실제로 여러분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비율은 여러분과 같은 졸업 예정자들은 물론 취업 재수생, 심지어는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분들에게 모두 해당됩니다. 물론,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는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5: 10: 85와는 비율이 다소 다른 20: 30: 50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 회사를 대상으로 하면 비슷한 비율이 나올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혹시 다들 원하시면 다음 주부터는 매주 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으시면 당연히 수업만 하고 종료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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