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18
"아니. 갑자기 월미도에 관광객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지?"
카페 월미도에서 커피를 내리던 벨사장이 잡자기 폭증한 주문에 놀라면서 혼잣말을 했다. 앞을 바라보니 아직도 수십 명이 주문을 하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벨사장은 앞에서 주문하던 남자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다들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 모두 시칠리아에서 왔습니다."
"시칠리아요? 이탈리아에 있는?"
"네, 여기 월미도도 저희들이 사는 시칠리아 만큼 멋진 곳이네요."
"맞아요. 월미도 좋죠. 어떤 메뉴로 하시겠어요?"
"저는 ‘초코허니라벤더허브솔트진저카라멜블랙당라떼’로 할게요."
"저도요. 저도요."
뒤에 있는 드래곤들도 모두 같은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벨사장은 맨 앞의 고객의 주문을 입력한 후 물었다.
"자리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러자 손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벨사장의 귀에 대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들은 모두 드래곤입니다."
그말을 들은 벨사장이 시익 웃으면서 주문서에 손님의 이름을 ‘giant flying lizard’라고 적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해달 부부는 d래곤의 등에 탄 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엄마 해달이 d래곤에게 물었다.
"아들, 가게를 이렇게 오래 비워도 될까? 월미도 주민들 불편할 텐데."
"아. 괜찮아요. 한달 동안 알바를 고용했거든요."
"알바? 누구?"
"있어요, 춤 잘 추고 랩 잘하면서 성실한 애들로 고용했어요. 김 굽는 것도 잘 알려주고 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오메. 저기 벌써 왔네?"
해달 부부의 눈에 시칠리아 섬의 전경이 들어왔다.
"시칠리아 한달 살기 하면서 막둥이 아들이 가이드 잘해드릴게요. 그때 못 보신 거 다 보고 가요. 꽉 잡으세요. 내려갑니다."
"오메. 자연농원에서 88 청룡열차 타는 것 같구먼."
***
같은 시각,
월미 건어물 앞에서는 시칠리아 드래곤 수십 명이 각을 맞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일부는 구석에서 호호 ~ 입김을 불어가면서 구운김을 만들고 있었다.
쿵짝쿵짝
월미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앞에 있는 건어물 알바의 안내를 받아
한 번에 두 분씩 한 번에 열 분 이서
미역 맛있어요 파래 맛있어요.
생김 맛있어요. 구운 김도 있습니다.
미역 파래 생김 구운 김 모두 다 팝니다.
건어물 집이지만 생선을 안 파는 여기는 월미도
월~ 미~ 돗도로로로로
한번 사면 계속 사는 여기는 월미도 건어물입니다.
각을 맞춰 군무를 추는 드래곤들을 보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월미 건어물 가게를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김 냄새 장난 아니다. 여기 구운 김 한 봉지요 ~"
"저도요."
"저는 파래김이요."
"저는 건미역이랑 몸에 좋은 미역귀 주세요."
***
시칠리아 섬의 해변가를 관광하는 해달 부부에게 한 커플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어머, 혹시 거기 해달 선생님들 아니세요?"
"오메. 이게 누구여? 문 선생 부부 아닌감? 여행 간담시 여기서 만나네 그려."
"네, 저희도 여기저기 여행하다가 이번 주부터는 이곳 시칠리아 섬에 머무는 중이에요. 선생님들을 여기서 만날 줄 몰랐는데, 너무 반가운데요?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구?"
문 선생과 올피는 d래곤을 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해달 부부는 흐뭇한 표정으로 d래곤을 보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