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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 사는Joy Jan 02. 2023

근심이 향하는 곳

다른 도구를 찾아라


내 근심이 향하는 곳

“나랑 동생의 나이를 합쳐서 엄마의 나이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걸릴까요?”

둘째가 어쩌다가 그런 질문이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셈하기가 귀찮아 “글쎄?”로 일관했고 남편은 머릿속으로 계산 중인지 말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아들이 스스로 계산해보기를 원하면서 남편이 대답하지 않기를 눈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정답 20년. 20년 후에는 두 아이의 나이의 합이 엄마의 나이를 따라잡는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엄마 나이가 64세예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그때까지 살 수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전에 이미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나의 근심 걱정들이 떠올랐다. 요즘 큰아이를 키우면서 후회되는 일들을 둘째와 셋째에게 하지 않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챙기고 있다. 언제까지 살지도 알 수 없는 내가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내가 없는 미래를 살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산에 살며 일이 없어 사물의 이치를 가만히 살펴보니, 바삐 움직이며 노심초사하는 것은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었다. 누에가 알에서 깨면 뽕잎이 먼저 움트고, 제비가 알에서 나오면 날벌레가 들에 가득하고, 아이가 세상을 갓 나와 울음을 터트리면 젖이 나온다. 하늘이 만물을 낳을 때는 아울러 그가 먹을 양식도 마련해 준다, 그런데 어찌 깊은 근심과 지나친 염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잡을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가? 옷은 몸을 가리면 그만이고 음식은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 봄에는 보리가 나올 때까지 쌀이 있고, 여름에는 벼가 익을 때까지 낟알이 있다. 그러니 말지어다. 말지어다. 올해 내년의 일을 꾀하지만 어찌 그때까지 살지를 알 수 있겠으며, 어린 자식을 어루만지며 증손 대의 삶까지 설계하지만 그들이 생각 없는 바보들이겠는가?』     

-다산이 제자 정수철에게 주는 글 중에서-     


너나 잘하세요

큰아들이 중3을 앞두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1 때부터 잊을만하면 얘기하던 피아노인데 이제서 못 이기는 척 레슨을 시작할 수 있게 등록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도 탐탁지 않다. 왜일까? 어렸을 적에 배웠던 피아노는 나에게 즐겁지 않은 기억이다. 내 기억이 안 좋으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버틴 것 역시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도 내가 사는 오늘을 잘 살았다고 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해야 할 것들을 정해주고 권유하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일까? 오늘 하루 내가 선택하는 모든 일들 중에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의 과제는 이 선택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떠올려보기.

아들이 얘기했던 20년 뒤에 각자의 삶은 어떤 모양의 도자기로 빚어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책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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