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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Oct 11. 2019

자이언 캐년 Zion Canyon 에메랄드를 찾아서

루나 세계 여행/미국 횡단 캠핑여행 6



□ 라스베이거스 - 자이언 캐년 Zion Canyon 트레킹


4월 30일. 4월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캠핑장의 아침은 추위로 싸늘하지만 상쾌하다.

밖으로 나가려다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코드를 꼽았다.

잠이 깨면 밥솥부터 챙기던 나의 아침 습관이 여기서도 이어진다.


잘 자란 나무 사이로 캠핑카들이 제각각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신선하다. 아직 사방은 고요하다. 캠핑장을 한 바퀴 돌고 화장실에 가려니 화장실 비번이 또 생각나지 않는다. 에구, 짝꿍에게 물어보고 다시 와야겠다.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외딴곳임에도 불구하고 왜 캠핑장 화장실에 잠금장치를 철저히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도 열쇠 구멍에 넣고 좌로 우로 한참을 낑낑거려야 열리는 열쇠가 내내 불만이었다.


이제 서서히 멤버들이 보인다.

농담인듯 진맏을 즐기는 덩치가 큰 쇼핑 즐기는 A,  여행 끝날 때까지 직업을 밝히지 않은 말이 별로 없고 차분한 B, 마도로스 Madoros가 되어 세계 지역 안 가본 곳이 없는 어르신 C, 쿨한 나의 룸 멤버 Dr정, 베스트 드라이버 캡틴, 나를 포함하여 우리 차에 총 6명이 한팀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고생을 기꺼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분위기이다. 각자 색깔은 다르나 형형색색이 한 장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 듯 어울려 가고 있다.


눈을 뜨면 아침 메뉴는 빵이냐 밥이냐를 결정하고 꼭 캠핑장에서 먹고 출발한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식사 당번이, 나머지 멤버는 꼼꼼하게 캠핑카 정리를 한다. 트레일러 내 짐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이동시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사물함 문도 꼼꼼하게 꼭꼭 눌러 닫는다. 캡틴과 차량 도우미는 오물을 처리하고 마지막에 트레일러를 자동차에 연결한다. 경험한 이는 알겠지만 자동차를 앞뒤로 섬세하게 움직여 트레일러 연결 고리와 맞추는 작업인데 쉽지 않다. 그것을 완성하면 자동차에 오르고 출발이다. 차내 자리는 공평하게 매일 시계 방향으로 한 칸씩 좌측으로 위치를 이동이다. 캡틴만 고정석이다.



□ 색 고운 골짜기 트레킹


멀리 보이는 지평선, 그 위에 곧게 뻗어 있는 직선 도로(93, 25 도로)이다. 오늘 내 자리는 조수석, 더욱 시원하다. 멀리 보이는 도로의 끝이 안 보인다. 땅 넓은 것이 유럽에 소문이 나서 그들이 욕심을 내어 달려오지 않았겠나. 한 자락 잘라서 우리나라 한반도 끝에 붙이면 어떨까.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달리면서 우리나라 영토가 작고 산지가 대부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여행이다.


미국 평원 직선 도로


드디어 오늘 미서부 캐년이 즐비한 유타주에 들어왔다. 넓은 평야를 달리는데 뒤에서 '이제 어느 개년으로 가는 거야' 하는 점 잖은 어르신 목소리... 모두 빵 웃음이 터진다. 가끔 듬직한 어르신 C께서 하시는 개그 한마디로 차 안은 웃음꽃 만발. 잠이 확 깨었다. 15번, 9번 도로를 거쳐 스프링데일 Springdale 도착했다(약 3시간). 이곳은 자이언 캐년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자이온 국립공원 들어서기 전부터 참 묘한 색의 산이 줄줄이 나타난다. 흰색과 핑크 무늬의 색 고운 바위산과 골짜기가 눈앞에 나타난다.

그랜드 캐년은 위에서 깊게 파인 계곡을 아래로 구경하기 때문에 그나마 멀리서 넓은 지역을 프레임에 넣을 수 있었는데 자이언은 좁은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니 고개를 뒤로 젖혀 반짝 쳐들어야 꼭대기가 보인다. 눈앞의 단면만 찍으니 안타깝다. 이때 광각 렌즈가 있었더라면...


자이언 캐년


대부분 미국 국립공원처럼 자이언 캐년도 트레킹 코스가 다양하다. 어려운 난코스부터 쉬운코스까지 19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연중무휴, 물론 가파른 바위산 등 일부는 겨울 동안은 출입 금지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드라이브하는 코스

로어 Low/미들 Middle

어퍼 Upper 에메랄드 풀 코스

앤젤스 랜딩 하이킹 코스 Angels Landing Via West Rim Trail 등... 

각자 시간과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안내소에서 차 타기 전 트레킹 코스를 선택하고 각자의 코스에서 내리면 된다.


우리는 비교적 쉬운 Emerald Pool 코스를 트레킹 하기로 했다. 시간상 테마 기행에서 즐겼던 강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평탄하고 비교적 짧은 트레킹이다. 셔틀버스는 Zion Canyon Line, 정류장은 1번부터 9번까지 약 24km를 운행한다. 셔틀버스(5분 간격)를 타고 트레킹 출발점으로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 도로변에 주차장, 숙소, 기념품 가게, 식당, 등이 보인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자이온 공원에 대해 설명(영어)하면서 천천히 30여 분 계곡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갈색 톤의 그랜드 캐년과는 달리 갈색에서부터 보라색, 분홍, 회색, 흰색 등  무지개 떡이다. 여기 와서 웬 떡 타령, 촉촉한 시루떡이 먹고 싶은가 보다. 아, 진한 갈색 바위산도 보인다. 아마도 철 성분을 많이 포함하여 진갈색으로 산화된 것 같다.


버스는 계속 버진 강 계곡을 따라 외길의 포장도로를 천천히 달리는데 유난히 경치가 멋진 곳에는 관광객이 내릴만한 곳으로 주차장이 위치한다. 늘 사람이 많아 자가용 주차는 어려울 때가 많다고. 이른 아침에 오거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장기 여행이 기본이라서 그런지 캠핑카가 많이 보인다. 우리는 5번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진 Virgin강을 건너 트레킹 출발이다. 다리를 건너 그리 낯설지 않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제 막 싹이트는 연녹색 잎이 예쁘다.


철 성분을 많이 포함한 갈색 산
주차장                                버진강


점점 숲 속으로 들어가니 그늘이고 평탄하여 걷기 좋다. 소나무 섞인 숲 속 길을 20분쯤 걸으니 자이온 특유의 절벽 바위가 나타나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인다. 물보라를 맞으며 폭포 뒤로 들어간다.

잽싸게 뛰어가는 이.

두 손 벌리고 물을 맞이하는 이.

멈추고 폭포를 즐기는 이... 각양각색이다.

나는 얼굴 가리고 잽싸게 지나서 물안개 폭포를 뒤돌아 본다. 

폭포수가 얼굴을 때려도 그저 얼굴 가득 웃음이다. 여기는 미국이니까...



폭포를 지나 폭포 위로 가는 길


폭포 수를 지나니 갑자기 엉클어진 험한 바위와 돌계단이 나타난다.

마지막 난 코스... 슬슬 앞사람을 따라 오른다.

드디어 Low Emerald Pool 도착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에메랄드 색도 아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를 기대했는데... 이름만 에메랄드다.

그저 바위를 타고 흐르던 물이

잠시 평지를 만나 폭포로 떨어지기 직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

약간 푸른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Low 에메랄드 트레일로 올라가서 Middle 에메랄드 풀 트레일 코스 쪽으로 내려왔다. Upper 에메랄드 풀 코스까지는 가지 못했다. 오르며 내리며 여유로운 산책과 멤버들과의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멋진 곳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의 여행이지만 오히려 신선하고 편한 시간이다. 


로어 에메랄드 풀 Low Emerald Pool



□ 9번 Hwy 드라이브


이제 자이언에서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으로 이동한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란다.

한참이나 캡틴의 자랑이 늘어진다. 9번 Hwy, 자이언 마운트 카멜 하이웨이 Zion Mount Camel Hwy를 향하여 출발한다.

도로를 달려보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세계적이라 자랑하는 체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보다 이곳이 훨씬 더 멋진 코스이다. 굽이굽이 계곡은 우리나라  옛날 한계령 같았고, 한 굽이 돌 때마다 형형색색의 바위산이 나타나 감탄사 연발이다. 모양과 색이 다른 훌륭한 바위산이 이어지는 9번 Hwy는 정말 끝내 주는 드라이브코스였다. 


형형색색 병풍처럼 펼쳐진 산


9번 Hwy - 구글 인공위성


차가 굽이 길을 전진하며 몸을 흔들 때마다 이리저리 쏠리며 목을 쳐들어 차창 밖 경치를 즐기다 보니 아무리 찾아도 멋진 사진이 없다. 굽이길을 구글 인공위성 사진에서 캡처해 보았다.


자이온 캐년에서 약 2시간 달려 브라이스 국립공원 캠핑장에 도착했다.

브라이언 국립공원 캠핑장은 소나무 숲 속이다. 4월이지만 해발 약 2700m의 높은 산지라서 쌀쌀한 공기가 목을 타고 들어온다. 캡틴이 절차를 확인하는 동안 차에서 내려 엉덩이 근육도 풀고 사방을 둘러본다. 짐을 출고 저녁을 어찌 먹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하다 보니 이곳 밤하늘의 별이 아름다웠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총총히 빛나는 별도 보지 못하고  나는 피곤하여 일찍 곯아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브라이스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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