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나 최영숙 Oct 16. 2019

콜로라도강이 형성한 홀스슈 밴드

루나 세계여행/미국 횡단 캠핑여행 8


□ 와입Wahweap RV & 캠프그라운드 도착


오늘도 맛있는 점심 식사.

무엇을 먹어도 반찬이 입에 착 붙는다. 한식 반찬이 귀한 외국이어서 그런 건 더욱 아니다. 출발할 때 산더미만 한 반찬(한식) 상자를 받으며 저걸 누가 다 먹냐고 한마디 했는데 지금 너무 많이 먹어 눈치가 보인다.

여행 팀장 카페지기님이 반찬 소비량을 확인할 텐데 어쩐다. 멤버 중 한 사람 왈, 반찬 떨어지면 식당 가서 먹지 뭐. 좋아요. 멤버 모두가 찬성이다. 말은 그래도 냉장고에서 반찬을 접시에 담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시작한다.

그런데 나의 룸메이트 Dr정은 설거지 담당인데 오늘 유난히 참밖에 시선을 두고 설거지에 관심이 없다. 오늘도 싱크대는 내가 정리야겠다. 바깥 일이 적성에 맞는지 밖으로 나가 서성인다. 매사 관심이 없는 듯하나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나침이 없는 쿨한 성격이다. 바깥 팀 섞여 오수 처리하고, 물탱크 채우고, 트레일러와 자동차 연결하는 그것들에 흥미가 있는 듯...


아차, 밥솥 위치 다시 한번 점검해야지. 어제 캠핑장 도착해서 문을 여니 밥솥이 싱크대에서 떨어져 내내 바닥을 뒹굴었다. 부서진 줄 알았다. 다행히 고장 나지 않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확인 또 확인 후에 마지막으로 슬리퍼까지 차에 올리고 출발한다. 이제 비교적 손발이 척척 맞는다. 모든 일이 숙달되어 정리 시간도 짧아지고 눈치껏 알아서 각자 역할을 하니 점점 여행이 즐겁고 발걸음 가벼워진다.


브라이스 캠핑장을 출발하여 89 도로를 타고 푸른 파월Powell 호  와입 캠핑장에 도착했다. 일반 패키지 관광객은 대부분 Page에 머물며 홀스슈 베드와 앤터 로프 캐년을 구경한다.


파월호는 콜로라도 강에 글랜 캐니언Glen Canyon 댐을 건설하여 만들어진 큰 호수이다. 3일 차에 들렀던 후버댐의 미드호 다음으로 거대한 호수이다. 캠핑장도 매우 크고 와입만을 끼고 있는 캠핑장 주변에 각종 수상 스포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변 호수와 지층 단면이 다 드러경치도 훌륭하다. 깊고 푸른 잔잔한 호수와 켜켜이 드러난 지층이 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산, 여기서 한달살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홀스슈 밴드 Horseshoe Bend 트레일


자동차에 올라 기대하던 홀스슈 밴드로 향한다. 캠핑장에서 30분 걸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유료 주차하고 여기서부터 트레킹이다. 홀스슈 밴드 트레일(약 2.2km)에 들어섰다. 우리 일행은 트레킹 할 때 특징이 있다. 시작은 함께 하는데 끝까지 무리 지어 다니지 않고 걷다 보면 각자 취향대로 코스에 심취해서 뿔뿔이 흩어졌다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집합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함께이며 홀로인 여행이다. 따로 또 같이.



홀스슈 밴드

이곳은 그늘 전혀 없는 태양 아래 사막 트레킹이다.

길은 얕은 언덕도 있는 평탄한 사막 길.

그래서 반드시 편한 신발, 물병, 모자, 선글라스 등을 꼭 챙겨야 한다.

홀스슈 밴드~.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곳이다. 곡류하는 콜로라도 강이 오랜 세월 깎은 어마한 절벽 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강이 곡류하며 깎아 만든 말발굽 모양의 지형이다.


 우리나라에도 산지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는 곡류천(뱀이 기어가는 모습 - 사행천)이 많이 발달해 있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형성 과정은 같으나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탄한 사막에 발달한 매우 좁은 협곡으로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평창강(2018)      홀슈스 밴드(구글)


사방이 절벽이라 장소는 멋지지만 사진 찍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주변이 200~300m 높이 절벽(270도)인데 안전시설은 전혀 없다. 물을 보려고 절벽 위에서 고개를 숙이니 순간 아찔했다. 절벽 끝 큰 바위에 올라 사진 찍는 이를 보니 쳐다보는 내가 무다.

사진을 찍으려니 사진의 각이 여유롭지 않다. 곡류하며 흐르는 강을 다 나오도록 담으려니 어렵다. 프레임 속에 둥글게 휘어진 강이 잘린다.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간신히 한컷 담았다. 위쪽이 좀 잘렸으나 이것으로 만족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 강물이 검푸른 색이다. 해의 위치에 따라  블루, 그린, 블랙 등으로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지평선이 아득한 사막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파 놓은 강줄기가 멋진 경관을 선물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따라 뱃놀이하는 관광객도 보인다. 주변은 붉은 벌판을 배경으로 큰 바위들이 장관이다. 바위마다 인증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법석이다. 재잘거리는 발랄한 젊은이들 구경하다가 들뜬 기분에 나도 한 컷 찍었다.


홀스슈 밴드



붉은 바위를 배경 삼아 한참을 머물다 따가운 햇살을 벗 삼아 주차장으로 향한다. 지금 걷는 황량한 벌판이 미국 서부의 작은 사막 일부이지만 나는 서부 사막을 다 밟은 것 같은 느낌이다. 70년대 중학교 시절 자주 보았던 주말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먼지 속 키 작은 나무 숲 사이 걷다가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바싹 마른 벌판에 흰구름이 뭉게뭉게 하늘을 덮는다. 서부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앞 팀은 벌써 언덕을 오른다.


홀스슈 밴드 트레킹


미서부 캐년은 이름마다 전혀 다른 지형이 나타나 놀라웠다.  가는 곳마다 전혀 다른 지형이 발달해 있어 산지나 평야, 사막이 신기하고 볼수록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다양한 자연지형,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여행지이다. 대부분 트레일이 평지라서 힘들지 않은 산책길도 좋은 추억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 저녁 생일 파티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주변이 궁금하여 푸른 호수 가까이도 가보고 토끼도 만나며 한 바퀴 돌았다. 유럽 백인이 왜 그리도 매몰차게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곳에 정착했는지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캠핑장이 정말 넓다. 세탁실, 샤워장을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넘버를 붙인 캠핑장이 여러 곳이라 번호를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헷갈리니 방향을 잘 잡고 가야 돌아올 때 고생을 덜 한다.


오늘 저녁에는 생일 파티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페이지 시내 마트에 들러 소고기. 소시지. 옥수수, 마시멜로, 과일 등을 먹거리를 푸짐하게 사 왔다. 캡틴의 요리 솜씨가 훌륭하다는 소문과 자화자찬이 있었으니 무척 기대를 했다.


오늘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난 스테이크는 처음 먹었다. 요리 과정은 너무 간단했다. 두툼한 소고기 덩이를 쟁반에 죽 펴고 마트에서 구입한 미국산 양념 뿌리고 떠들며 20분쯤 기다린다. 모닥불에서 벌건 숯이 만들어지면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겉이 바삭하도록 구워낸다.


접시에 담을 새 없이 한 입씩 맛보더니 계속되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와아~ 고기 덩어리가 입안에서 녹는다. 이럴 수가. 진짜 첨 맛보는 스테이크 맛이다. 모두 정말 많이 먹었다.(물론 그 맛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 양념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음식 사진 찍는 것이 습관이 안되어 여행 중 음식 사진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카페에 올라 있는 사진을 퍼왔다.


모든 일정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쭉 계속되었다. 특히 모두를 헤아려 주고 일정을 조화롭게 이끌어 주는 캡틴에게 감사의 뜻을 꼭 전하고 싶다. 캠핑은 깊어가고 우리의 여행도 무르익어간다.











이전 07화 브라이스 캐년은 브라이스가 만들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