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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Oct 18. 2019

매혹적인 지하 협곡 앤텔로프 캐년

루나 세계여행/미국 횡단 캠핑여행 9



앤텔로프 캐년 Antelope Canyon


오늘도 이른 아침에 잠이 깨었다.

슬리퍼를 끌며 캠핑장을 한 바퀴 돌았다.

어제 오후에 도착할 때와 또 다른 분위기이다.

숲 속에 이곳에서 밤을 지낸 캠핑카들이 즐비하다.


부스럭 소리에 놀랐토끼가 날 보고 있다.

슬쩍 지나가려다 쪼그리고 앉다.

전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나무와 풀이 아직 이슬을 잔뜩 머금고  고요한 아침이다.


와입 Wahweap 캠핑장


오늘 아침 식사는 빵으로 결정되었다. 베이글에  딸기, 초코 두 가지 잼을 잔뜩 발라 배를 채운다. 아침 커피는 위장이 불편하여 잘 안 마시는 편인데 이상하게 커피가 당기고 평소와는 다르게 속이 편하다. 여행이 약이다. 쉼 없이 이동하고 호기심 가득하니 몸과 마음이 쉴 틈이 없다. 평소에도 이렇게 부지런하면 일과 행복을 좀 더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캡틴이 준비한 잔잔한 음악이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앤텔로프 캐년 Antelope Canyon 황홀한 빛과 그림자


와입 캠핑장을 나와 페이지를 지나 89번 도로 타고 텔로프 캐년으로(30분 소요) 이동한다. 그리 멀지 않아 느긋하게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큰 차들이 이미 여러 대 도착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라 기대했는데 주변 시설이 썰렁하다.




주차장과 어설픈 화장실, 그리고 왼쪽으로 안내소가 자리 잡고 있다. 어제 홀슈스 밴드는 주차료만 부담하고 자유롭게 트레킹 했는데 이곳 앤털로프는 원주민 가이드를 포함하는 입장 티켓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원주민들에 의해 운영되고 반드시 현지 원주민 가이드의 인솔 하에 입장이 가능하다. 나바호 인디언 자치 구역이다. 나바호 족은 현재 미서부 인디언 부족 중 가장 큰 부족이란다. 원주민 가이드의 안내 없이는 절대 입장할 수 없다(약 30분 간격). 예약을 했지만 차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입장 소식이 없다. 현지 가이드와 미팅하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11시가 다 되어 가이드의 주의 사항을 듣고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지층이 갈라진 틈으로 내려가는 철계단이 나타났다. 조심하라는 말에 난간을 잡고 지하로 내려간다. 빼꼼하게 열린 좁은 틈으로 빛이 받는 지하 동굴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다. 물이 흐른 흔적이 벽면의 바위에 섬세하게 드러나있다. 사람 손으로 빚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현지 가이드는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곳 독특한 지형의 발견 당시 이야기부터 현재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까지를 신나게 설명한다. 이곳 동굴을 자랑스럽다며 자부심이 넘친다.


눈에 보이는 바위 모양이 놀랍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았지만 정말 대단한 지하 세계이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고 있는 동굴의 모습에서 물이 흐르며 깎은 세월의 흔적이 섬세하게 잘 드러나 있다. 수백 년에 한 번씩 노아의 홍수가 있었을까. 줄무늬 곡선이 예술이다. 어떻게 이런 곡선 지형이...  바위틈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발을 옮길 때마다 조각된 바위의 형상과 색이 현란하다. 바위에 그려진 완만한 곡선이 조용히 춤을 춘다.


캐년 입구



가이드가 앞장서 걸으며 포인트를 안내한다. 

여기저기 손을 치켜들며 집중해서 보라고 잘 보라고 지적한다.

아, 매혹적인 하트 모양이 나타났다.

빛과 그림자가 곱게 어우러진 예쁜 모습이다.

지금 보아도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태다.


아름다운 하트 모양 사암 협곡


넓은 곳을 지날 때는 햇살이 눈부시고 좁은 곳을 통과할 때는 잠시 컴컴하다. 빛과 그림자가 엮은 레이저 전시장이다. 11시쯤 입장하여 줄기 직사광선을 만났으나 사진으로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못내 아쉽다. 그러나 지금도 행복을 주는 사진들이다. 지금 다시 찍으면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까.

2~3만 년 단위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고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홍수가 깎아 빚은 빗살무늬 사암 협곡이다. 지금도 우기에는 물이 넘칠 수도 있어 출입을 금지하기도 한다고 했다.

 

협곡의 빛과 그림자
협곡의 아름다운 곡선


여고 시절 여름 방학 보충 수업 기간이었다. 선풍기가 돌아가도 덥기만 한 교실에서 5명이 교실 탈출 계획을 세웠다. 내일 아침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고수 동굴을 가기로. 책가방 속에 사복을 준비하고 단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동굴 앞에서 윗도리만 사복으로 갈아입고 교복 치마를 입은 채 동굴로 들어갔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땀이 쏙 들어간다. 와아 너무 시원하고 좋다. 여름에는 동굴이 시원한 피서지이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소문처럼 멋진 동굴이었다. 축축한 바닥의 진흙 때문에 밖으로 나오니 검정단 화가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70년대 나의 여고 시절에는 영화 관람과 근처 관광지를 찾는 것이 가장 큰 일탈행동이었다. 

(우리나라 동굴은 제주 용암굴을 제외하고 대부분 석회석 동굴이다. 지하에 매장된 석회석이 지하수의 침식으로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다양한 형태의 돌기둥이 어우러져 멋있다.)


앤텔로프 캐년


걷다 보니 여기저기 부서진 크고 작은 돌들이 흘러내린다.

세월과 함께 만들어진 멋진 바위벽이 침식되어 

아름다운 전성기를 끝내고 한 줌의 모래로 사라지는 중이다. 

얘들아, 우리 함께 밖으로 나가자.

문 밖을 나서면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너희는 아는지... 

아시아에서 태평양 건너 이곳까지 날아온 나처럼 작은 모래로 몸이 가벼워지면 콜로라도 강을 따라 웅장한 그랜드 캐년 골짜기를 지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거치고 넓디넓은 태평양까지 함께 날아보자꾸나. 

그래 날자. 날아 보는 거야.

태어난 이곳에만 머물다 사라지면 생이 너무 아쉽잖아. 

육지에서 머물렀으니 바다로 나가 보자.

파도타기도 하고 해변을 즐기는 사람도 구경하며 강이 아닌 바다에 몸을 부딪혀 보자.


시간과 함께 부서지고 흘러내리는 퇴적물을 앞에 두고 짧고도 긴 나의 삶의 여정이 잠시 파노라마로 머리를 스친다. 묵묵히 셔터를 누르며 멋진 붉은 계곡에서 들뜬 분위기를 뒤로하고 잠시 안으로 잠기는 순간이다. 인생 뭐 있겠나. 이렇게 원하는 것 찾아다니다가 힘 빠져 생을 다하면 산으로 바다로 먼지 되어 사라지는 거겠지.


동굴벽에서 부서져 내리는 모래와 자갈


강물이 흐르며 만들어진 곡선의 미묘한 절벽 동굴은 모양도 색도 화려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오랜 정성으로 협곡을 빚어낸 강물은 온 데 간데없고 멋진 곡선으로 절묘하게 깎인 붉은 바위 자태는 보는 이에게 행복을 선물하였다.


잠시 별천지에 머물렀으니 이제 캐년 밖의 현실로 돌아가야지. 입구에서 출구까지 1시간 40여분 소요된다. 빛이 가장 많이 드는 정오 전후가 가장 현란한 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니 사진을 찍는 이는 이 시간에 작가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좋다.(물론 비용은 추가된다.)



출구


동굴 밖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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