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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Oct 19. 2019

석양이 아름다운 모뉴먼트 벨리

루나 세계여행/미국 횡단 캠핑여행 10


 모뉴먼 벨리 Monument Valley 도착


캠핑장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고 모뉴먼 벨리 Monument Valley 캠핑장을 향해 출발한다.

중학교 시절 즐겨보던 미서부 영화 배경 속으로  영화 한 편을 찍으러 간다.(2시간 30분)

98, 160번 도로를 따라 Monument Valley로 달린다.

그런데 옆에서 보니 캡틴은 운전하며 해바라기 씨를 계속 먹기에 '해바라기씨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했더니

졸음을 깨우려고 먹는 거라고... 껍질이 있는 해바라기씨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껍질을 벗기는 동안 졸음이 깬다고. 달리는 도로 대부분 직선이고 장거리 운전이니 운전자에게 졸음이 큰 문제이다.




드디어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늘어선 미서부 영화 속 배경이 나타났다. 직선도로 끝에 모뉴먼트 벨리. 그 유명한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 Forrest Gump Point가 눈앞에 나타났다. 직선도로를 달리는 달리는 차가 두려워 왼쪽 도로변에서 찍었나 보다.

나의 이번 미국 횡단 캠핑여행은 나의 끝없는 호기심과 딱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선택이다. 장거리 이동하며 도착하는 곳마다 마음속에서 환호가 터진다.


모뉴먼트 벨리


캠핑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한참을 걸어 샤워장(화장실)에 갔다. 열쇠를 넣어도 잠긴 출입문을 열지 못하여 다시 돌아와 짝꿍을 데리고 화장실로. 오른쪽 왼쪽 빙빙 돌리다가 운이 좋으면 열리니... 아무리 설명을 듣고 열어도 도대체 방법을 모르겠다.

화장실 대부분이 비번이나 고전적인 열쇠를 쓰는데 급할 때는 안절부절이다. 비번도 볼일 보러 가다가 도중에 잊어버려 갈 때마다 다시 확인, 또 확인이다. 캠핑하면서 제일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이동할 때마다 바뀌는 캠핑장 화장실 비번 또는 수동 잠금장치이다.


모뉴먼 벨리는 콜로라도 고원의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위치한다. 그랜드 캐년은 좁은 골짜기 형태인데 이곳은 반대로 화산과 풍화와 침식을 견디고 살아있는 화성암 바위산이 여기저기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곳이다. 미서부 영화(Forrest Gump , Back to the Future 3 등)를 찍던 단골 장소로 흑백 영화 속에서 역마차가 질주하던 곳. 어릴 적 TV에서 미서부 영화를 많이 상영했는데 배경이 되었던 바로 그곳에 왔다. 정식 명칭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이다. 이곳도 나바호 부족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그들에 의해 운영되는 관광지이다.


모뉴먼트 벨리 입구


이곳은 지프를 렌트하거나 본인 자동차로도 투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포장 도로라서 차량의 종류를 고려해야 한다. 말타기 투어도 가능하다.

공원 내 더뷰 호텔 The View Hotel에 투숙하면 자차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투어를 할 수 있다.

입장료는 공원 입구에서 1인당 지불했기 때문에 주변 투어는 자유다.


캡틴과 카페지기님이 투어 준비를 하는 동안 공예품 상점에 들러 한 바퀴 돌았다. 이곳 인디언 그들은 소박하고 친절하다. 남미 지역 원주민은 사라고 조르거나 졸졸 따라오는 경우도 많으나 이들은 아무리 구경하고 만져봐도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모뉴먼 벨리는 나바호 부족이 거주하며 관리하는 나바호 인디언 자치 구역 Navajo Nation이다. 미 정부군에 패배한 뒤 동부의 비옥한 땅을 마다하고 그들이 성지로 여겨온 성스러운 이 땅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이곳을 자부심으로 지키며, 나바호족의 신성한 땅이자 자랑스러운 생활터전으로 여기며 살아오고 있다. 

스쳐 지나는 나그네가 잠깐 본 그들의 삶. 가진 것 없이 단순하고 고단한 분위기. 얼굴에 표정이 없다. 어린 시절 표정 없는 얼굴을 의도적으로 바꾸기 위해 가슴에 스마일 배지를 달고 스마일 운동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전개한 적이 있다. 그 옛날 우리의 모습을 이곳 원주민에게서 본다.


안내 센터 앞


□ 모뉴먼 벨리 오프 로드 지프 투어


모뉴먼 벨리에서 지프 투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캡틴이 골짜기 안내를 맡기로 하고 지프만 빌려 드라이브 시작이다(2시간 투어-27km). 캡틴이 미리 철저히 준비시킨 마스크와 바람막이를 입고 차에 올랐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산(Bute와 Mesa)을 돌아보는 흙길 투어(Off Road)이다.


출발부터 메마른 벌판에 덩치가 큰 바위산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초를 서는 듯하다. 모뉴먼트 벨리의 상징 뷰트 Butte와 메사 Mesa가 보인다. 봉우리 형태가 뾰족하면 뷰트 Bute, 반대로 넓고 평탄하면 메사 Mesa라 한다. 서부 영화나 교과서 사진으로 많이 보았고 컴퓨터 배경 화면으로 익숙한 그림이다.


모뉴먼 벨리 대표적인 뷰트 Butte와 메사 Mesa


우와~ 눈앞에 나타난 뷰트는 어마하다.

거인의 벙어리장갑 한 세트.

오른손, 왼손.

어쩌다가 한 쌍의 벙어리장갑이 되었을까요.

저 가느다란 엄지 손가락이 얼마나 버티어 주려나.


West Mitten Buttet (오른손 벙어리장갑)


East Mitten Butte(왼손 벙어리장갑)


매릭 뷰트 Merric Butte

학생들에게 그저 건조지역의 풍화 침식으로 남은 지형이라고 설명은 했으나 이렇게 크다고 말하지는 못했으니 어쩐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이용할 줄도 모르던 시기이고 해외 답사는 꿈만 꾸고 있을 때였으니...


안타깝지만 현실은 코 앞이고 이상은 늘 바다 건너에 있다. 교단은 떠났으나 이제부터라도 망설이고, 눈치 보고, 뒤로 미루지 말자. 인생의 뒤안길에서 벗어나 통 크게 앞으로 전진하는 거다.


Mesa메사

오늘은 원주민 나바호 족이 길거리 좌판이 모두 비어 있고 주민들도 보이지 않는다.

휴일인가. 달리던 차에서 내려 바위를 건드려 본다. 움직이려나. 밀어 보니 어림도 없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캡틴이 흔들어 보라 하여 흉내를 내보았는데 인증사진은 지금 보아도 재미있다.


차를 따라오는 뽀얀 먼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큰 목소리로 캡틴의 설명이 내내 이어졌으나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포인트마다 멈춰 섰던 바위 이름은 기억에 없고 아래 사진을 보니 멤버들이 생각난다. 빈 좌판에 올라 사진 찍는 내 짝과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 반복하며 먼지 속을 달리던 추억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느새 3년 전의 일이다.

그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큐브 바위 The Cuve

나중에는 갑갑하여 마스크도 휙 벗고 먼지를 마시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문다. 그림자가 점점 바위를 점령하고 투어 자동차들은 서둘러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우리는 안내 센터 넓은 테라스에서 여유 있게 일몰을 맞이한다. 막 지나온 길이 하얀색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해가 기울고 그늘이 길어진다.


넓은 평지에 깎이고 남은 단단한 부분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침식 물질이 곱게 쌓여 그림을 만든다.

황야의 무법자가 바위 뒤에 숨어 총을 겨누고 나를 노려 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아, 점 점 선명해지는 빛과 그림자.

묵묵히 해넘이를 지켜본다.

사방은 고요하고 먼 곳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먹먹해진 모두는 한동안 침묵이다.

어둠이 내리는 그곳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모두가 황야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은 이 땅에서 일몰과 일출을 보며 이곳을 성지로 삼았으며 일출 일몰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아침저녁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땅에서 그들은 기도를 시작했으리라. 조상님께 감사하고 마음을 달래며 고달프게 살아온 황량한 들판, 비옥한 동부의 땅을 포기하고 선택한 이 땅에서 주어진 삶을 묵묵히 견디는 나바호족이 있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이곳은 그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강제 이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뒤 초기 정착 생활이 너무 힘들었던 추장은 영화사를 찾아가 촬영을 부탁하게 되었고, 그 일이 있은 뒤 영화 속의 멋진 모습이 소문이 나고 그 후 계속되는 영화 촬영과 함께 관광객이 줄지어 찾아오는 명소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혜를 갖춘 추장 한 사람이 후손들에게 베푼 은혜가 부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소원한다.


1592년 콜럼버스가 황금을 찾아 인도를 향해 출발했는데 배는 편서풍을 타고 인도양을 향하지 않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는 이곳이 인도라 여겼으며 원주민을 인디언 Indian이라 불렀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인디언이 아니다. 그 이후 교과서에서도 물론이고 인도인이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을 우리는 인디언이라 칭해왔다. 콜럼버스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 스페인의 세비야 성당 내에 4명의 왕이 그를 어깨에 메고 떠받들고 있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원주민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노을을 안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달달하고 톡 쏘는 미국 맥주 한잔하고

화장실 문(수동 열쇠?) 어렵게 열어 볼일 보고 나는 먼저 피곤을 베개 삼아 곯아떨어졌다. 등 뒤로 유쾌한 젊은이들의 대화가 잠결에 계속 이어졌다.


모뉴먼 벨리를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며

캡틴이 한 명씩 다시 뛰라고 명령하여 한번 더 점프하여 얻은 사진.

볼수록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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