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나이들면서 고민해 보는 존엄사

by 이상훈

우리 사회의 노인부양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효 사상이 유지되고 있는데다가 정치권의 지지율 변동에 노인표가 큰 역할을 하면서 정부 예산도 매년 일정 수준의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 본격적으로 노인사회 진입하는 5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는 낀 세대라고도 불린다. 한국전쟁 당시 어린시절을 보낸 만큼 힘든 것에 대한 기억도 많다. 또 어느 세대보다 전통적인 효사상이 충만한 세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세대는 이후 60년대에 출생한 세대와 함께 성인이 된 자녀들을 오랫동안 부양해야 하고 아울러 노인을 부양하는 의무도 감당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청년들의 취업문이 크게 좁아진 상황에서는 자녀들이 학업과 취업 준비로 오랜동안 경제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까닭이다. 최근엔 캥거루족이 되어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와 동거기간을 연장시켜 가는 30~40세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 평균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정부 및 개인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국에는 현재의 정부의 지원책이 계속될 것인지 장담하기도 매우 어렵다. 정부 예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 의료비 부담의 경감은 기대하기가 더욱 힘들다. 현재 소요되고 있는 정부예산 또한 지금의 경제활동인구가 납부하는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니 정부가 부담하는 공적 비용도 어찌보면 현재의 50대나 60대의 의료비 지출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지인 분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단다. 치매에는 걸렸다 하더라도 24시간 내내 인지능력이나 언어능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고 하루 중 한두시간 정도에 국한하여 인지능력이나 언어능력 등이 상실되는 것 처럼 보인단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전문 요양보호소에 의탁했는데 낯선 병원내에서 환자도 긴장을 했는지 과잉행동 등 이상행동을 지속하여 다시 집으로 모셨다고 하는데 이 번에는 집에서 발작 증세가 원인이 되어 낙상을 하는 통에 뇌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어느 남성 어르신은 팔순이 지나고 갑자기 찾아온 치매로 밤마다 일어나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과 방을 오가거나 집안의 전등을 온통 밝혀 놓기도 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 통해 온 가족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과 같이 핵가족화는 물론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치매환자를 집에 모시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환자를 전문요양병원 맡긴다고 하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중증 치매가 아닌 바에야 상당시간 환자의 의식 흐름이 정상적인 경우도 많아 요양사들의 지시와 목욕 그리고 배변활동에서 많은 치매환자가 수치심을 고스란히 감래해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비용이지만 핵가족화된 시대에 장래에 나에게 닥칠 치매나 알츠하이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나에게 닥친 것이 아니라 해서 “이 문제는 내문제가 아니다”라고 외면해버릴 수 없기에 말이다. 남들과 같이 돈을 많이 벌어 놓은 것도 아니고 자식이 장성하여 나를 돌볼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해결책이 있다면 치매가 오기전에 존엄사를 선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유층이어야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번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존엄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인간다운 죽음을 맞으려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답게 삶을 영위해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숨만 쉬게 하는 연명치료와 요양소 위탁 관리는 사회적 비용만을 증가시킬 뿐 환자나 사회 모두에게 좋은 대안은 되지 못한다.
더욱이 50~60년대에 출생한 이들의 경우 누구보다 부모를 봉양했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성인 자식들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였음에도 종국에는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현재의 구조적 모순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매일 매일 죽음을 연습하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산다고 하여도 나도 모르게 내 몸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치매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들이 본격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02화68. 어른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