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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야?

응 우린 남이야

 10년 연애 싸움 없는 커플에서 이제 싸움 없는 부부의 삶을 시작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결정 이후에 우린 '삶을 행복하게 하는 소소한 기준'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고 2달의 시간 동안 우린 싸움이 없었다. 왜 우리는 싸움이 없을까?


 결혼을 하는데 회사나 주변에선 이런 말을 정말 많이 했다."결혼해봐라, 무조건 싸운다." , "연애랑 결혼이 같냐?", "항상 같이 붙어있어 봐라, 연애 때처럼 좋은가." 이런 핍박(?)에 '그렇게 싸우셔서 가정은 참 행복하시겠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나는 씁쓸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왜 결혼을 하면 싸우게 된다고 하는 것일까? 


중국 판타지 무림보다 더 살벌한 자강두천 부부싸움 무림의 결정체


 난 TV프로를 거의 보지 않지만, 그날따라 먹방이나 볼까 하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부싸움, 편 가르기, 고성과 무시가 난무하는 부부 무림의 결정체 동치미(?)라는 프로를 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남이야?라는 질문 속에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그걸 따르지 않는 사람을 욕하고 서로 싸우는 신개념 프로그램이었다. 몇 분을 더 보지 못하고 TV를 껐다.



Q. 우리가 남이야? 


 수많은 커플들이 10년을 함께 지내도 싸우는 이유는 어느새 마음속에 자란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10년이면 한 몸 같을 텐데 가끔씩 보이는 서로 다른 모습에 상대방에게 더 쉽게 실망하고 이내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해? 

부부가 싸울 때 

'정리를 왜 이렇게밖에 못해?'

상사가 부하직원을 나무랄 때 

"일을 왜 이렇게밖에 못해?" 

엄마가 아들 성적표를 보고 

"공부를 왜 이렇게밖에 못해?"


 싸움과 갈등에 참 많이 존재하는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밖에'의 기준은 어디 있을까? 오로지 그 자신이다. 자신과 같은 생각, 같은 마음, 같은 등급, 같은 레벨로 행동하지 못함을 욕하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게 되어버린다.


그 사람은 내가 될 수 없다. 나랑 똑같이 생각할 수 없고, 내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지 않을뿐더러, 내 말대로 무조건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과 나는 남이기 때문이다.



A. 응 우리는 남이야!


 10년 연애 + 싸움 없는 부부는 왜 싸우지 않을까? 우리가 싸우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남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같이하지만 우리는 남이다. 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 갈등을 일으킬 상황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준다.


같을 때 더 기뻐하고

다를 때 더 관대하게


 우리는 남이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는 메뉴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할 때면 너무 신기하고 행복하다. 우리는 남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때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 더 관대하게 이해해준다. 우린 이렇게 이해하고 기뻐하며 사랑하고 있다. 


 우리가 남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상대방의 생각, 기준, 살아온 삶, 환경 그 모든 것들을 이해했기 때문에 비로소 싸움이 없는 삶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남을 존중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싸움이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사라질 때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를 존중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아닐까?



핑핑이 커플의 싸움 없는 비결이 더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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