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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Jun 22. 2020

친구들과 International Dinner

10, 11, 12주차

0528 THU

프랑스 친구가 비빔밥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 해먹은 비빔밥. 호박, 양파, 당근을 볶고 계란후라이 탁. 그리고 고추장까지. 먹고 보니 버섯을 깜빡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프랑스 친구가 일주일치 밥을 만들어왔는데 넷이서 다 비웠다. 마지막에는 김가루도 솔솔 뿌려서 먹었다. 이제 친구들은 한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지?

말리부 콜라와 내가 만든 요거트 케이크. 요거트 케이크라고 해도 별 게 없다.


액티비아 1개 (나중에 계량컵으로 사용한다), 계란 3개, 박력분 2.5컵, 설탕 1.5컵, 바닐라 설탕 7.5g, 베이킹파우더 5.5g, 포도씨유나 해바라기씨유 1/2컵, 버터 10g. 보울 안에 요거트, 박력분, 설탕, 바닐라 설탕, 계란을 뭉치지 않게 반죽하여 섞는다. 기름을 3-4회 나눠 넣고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섞는다. 오븐 온도 170-175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20분 뒤 확인한다. 포크로 찔렀을 때 보송보송하게 아무것도 안 묻어 나오면 완성이다.


친구들이 좋아해서 너무 뿌듯했다. 내 케이크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행복해진다. 물론 내 입에도 너무 맛있었다!


0530 SAT

이번 주 International dinner의 테마는 러시아 음식! 친구는 블린과 고기 요리를 선보였다. 러시아 블린은 프랑스 크레페와 아주 비슷하다. 친구가 요리해준 양을 보고 인원수에 비해서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고기 요리, 요거트, 꿀, 잼 등과 먹다 보니 금방 배가 불렀다. 러시아 음식은 기름이 많아서 그런 걸까? 그래도 블린, 요거트, 꿀, 고기 요리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단짠의 조화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음식. 레몬티와 함께하면 기름까지 잡아주는 완벽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0531 SUN

LMU 버디와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 나와 다른 한국인 친구, LMU 버디. 이렇게 셋이서 요리를 했다. 메뉴는 떡볶이와 참치 주먹밥! 한식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한국인 두 명과 요리하느라 고생했을 우리 버디. 떡볶이에 치즈를 너무 많이 넣어서 먹을 때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요즘은 이날 먹은 '투 머치 치즈 떡볶이'가 생각난다. 역시 치즈는 많을수록 좋다.


0606 SAT

이번 주 요리의 주인공은 독일 친구! 사실 이 친구는 교환학생이 아니다. 우리가 매번 요리하는 공동 주방을 쓰는 친구인데, 언젠가부터 우연하게 조인하게 되었다. 그 덕에 우리는 독일 음식도 맛볼 수 있었다.


독일 하면 소세지! 감자 크누들과 빵 크누들! 크림 버섯 요리! 무 요리?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프레첼. 특히, 빵 크누들은 친구가 할머니 댁에 다녀오면서 할머니께 직접 받아온 소중한 음식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현지인과 접촉이 거의 불가능한 교환학생들을 생각한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저녁이었다.

디저트는 이탈리아 친구가 구운 초코 브라우니 케이크. 브라우니와 케이크 사이의 디저트였는데, 너무 맛있었다. 맛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착한 이탈리아 친구를 보며 더욱 맛있게 먹었던 기억.


0607 SUN

한국인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사실은 책 교환을 하려고 잠깐 들린 건데,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는 바람에, 마음씨 착한 친구의 배려 덕에 쓸쓸하지 않은 저녁을 먹었다.


구운 감자와 슈니첼. 토스터기로 바삭하게 구운 식빵. 각종 샐러드. 보랏빛 샐러드는 청어 샐러드이다. 처음 먹었는데 너무 맛있고 새로웠다. 나도 친구처럼 가기 전까지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가야지!


0610 WED

홍콩 친구가 Hotpot day를 주최했다. 넷이서 배 터지게 먹은 날. 웃겨서 웃는 건지 배불러서 웃긴 건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먹은 날. 보울에 떠있는 것들은 피쉬볼이다. 오뎅보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홍콩 문화에 대한 신기한 얘기를 들었다. 홍콩에서는 점심을 먹기 위해 오전 11시 정도부터 식당에 가서 준비한다고. 가족 식사라면 어린아이들을 먼저 보내서 자리를 잡게 한다고 했다. 가족 식사뿐 아니라 친구들과 모이면 두세 시간밥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디저트 가게나 카페를 잘 안 간다고. 대신 차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오전 찻집에서 누군가 차를 따라주면 테이블을 두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린다고 한다. 고맙다고 표현하는 방법이란다. 예전에 신하가 왕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나도 홍콩에 간다면 꼭 해보고 싶다!


0612 FRI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여행! 물론 나는 친구네 마을인 Erbendorf에 다녀왔지만, 같은 교환학생 친구들과 근교 여행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또 설렜다. 비싼 샌드위치와 아름다운 창 밖 풍경. 바보같이 샌드위치가 가장 비싼 뮌헨 중앙역에서 산 점심을 먹으며 이동했다. 그래도 아주 맛있었으니까 용서한다!

날씨가 좋다 못해 너무 더워서 각자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다. 과일이 그대로 느껴지는 상큼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귀여운 친구들과의 우정 팔찌. 이탈리아 친구가 특히나 우정 팔찌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탈리아인답게 로맨틱한 이유가 있었다. 친구는 팔찌를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한 여행, 교환 생활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꿈같은 교환학생의 막바지에 왔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피하고 싶어 진다. 지금! 딱! 이대로만! 멈춰줘!

사연 있는 스모키 비어(Smokey beer). 10분 만에 나오고, 10분 만에 원샷을 했다.


이날 아침에 기차를 놓친 게 화근이었다. 뉘른베르크행 기차가 출발하기 2-3분 전에 계획을 바꿔서 재빨리 올라탔다. 뉘른베르크를 3시간 만에 둘러보고 이번에도 가까스로 기차역에 도착했다. 밤베르크를 1시간 반 만에 보고(걸어 다녔다고 해야겠다), 맥주를 20분 만에 먹고, 막 뛰었다. 뛰는 와중에 이탈리아 친구가 길바닥에서 10유로 구해서 피자를 샀다. 모두가 취해서 뛰는 와중에 10유로를 발견하다니. 보통 매의 눈이 아니다. 피자를 딱 손에 받고 나니 기차 출발 시간을 1분 남기고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못 탈 줄 알았다. 도전해보자고 해서 1분 만에 달려서 탄 기차. 1분 만에!


그렇게 공수해 온 피자의 모습. 보통의 하루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모험을 한 날이었다.


0613 SAT

이번 주는 Italien night! 이탈리아 친구들이 아페리티보(Aperitivo)라는 문화를 소개했다. 아페리티보는 저녁 식사 전에 칵테일과 핑거푸드를 먹으면서 식욕을 돋우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핑거푸드 중 모짜렐라 치즈와 올리브가 있었는데, 궁합이 너무 좋았다. 요새는 집에서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아페리티보 분위기가 좋은 날에는 저녁을 따로 먹으러 이동하지 않고 끝없이 얘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보다 사람과 시간을 나누는 게 소중한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여름의 서늘한 밤 뜨거운 열기의 이탈리아를 경험하고 싶어 졌다.

본 저녁 메뉴는 라자냐! 라구 볼로녜세, 베샤멜 소스, 치즈, 라자냐를 겹겹이 쌓은 요리이다. 이탈리아 친구들이 파스타를 직접 만든 게 아니라서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이탈리아 풍미 가득한 환상의 맛! 이탈리아 음식 너무 맛있다. 이탈리아는 음식, 노래, 분위기, 사람들, 그 어떤 것도 빼놓을 수 없이 아름답고 로맨틱한 나라라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_+


이탈리아 친구들은 라자냐라고 안 부르고 라구 볼로녜세라고 부르길래 이유를 물어봤다. 라자냐는 파스타 한 장을 부르는 말이란다. 지금까지 내가 본 메뉴판에는 모두 잘못 적혀있었던 건가?

미스터리 인도 친구가 만든 비건 크림 파스타. 알고 보니 이 분은 친구가 아니라 약혼자까지 있는 서른 살의 청년이었다. 공용 주방을 쓰면서 우연하게 우리의 저녁 식사에 함께한 분이었는데, 당연히 학생일 줄 알았죠!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모두가 놀라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하면 당연히? 티라미수! 티라미수에 필요한 커피를 만든다고 버너에 올려 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가 춤추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음식뿐 아니라 에프레티보, 노래와 분위기, 이탈리아 사람들의 시끄럽고(?) 행복한 분위기를 선물한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렇게 나의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로 정해지는 것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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