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1, 12주차
0526 TUE
옆집 친구랑 요리해먹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친구가 'KptnCook'이라는 앱을 소개해줬다. 거기에 나온 연어 요리인데, 만들기도 엄청 간단하고 건강하고 맛있다.
필요한 재료는 연어, 브로콜리, 생강, 우유나 코코넛 우유, 소금, 후추와 각종 향신료. 브로콜리와 생강을 손질한 후, 달궈진 팬에 우유를 적당량 넣고 익힌다. 우유로 익는 브로콜리는 고소하게 부드러워진다. 8분 후에 연어를 위에 올린다. 각종 향신료를 넣어서 간을 맞추면 끝.
연어 요리를 자주 해 먹다 보니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생각나는 날이 적어졌다. 이상하게도 아예 생각이 안 난다. 어쩌다 보니 페스코 채식을 하는 중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윤리적으로 먹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진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간단하게 먹자고 해서 만든 카프레제 샐러드.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자르고 보기 좋게 배열한다. 발사미코와 식초를 섞어서 발사믹 식초를 만든다. 발사믹 식초와 후추를 위에 뿌리면 완성.
0527 WED
참치 로메인 상추 샐러드. 로메인 상추 두 포기를 썰고 기름 뺀 참치캔 세 개를 넣는다. 미니 양파도 하나 썰어 넣고 미리 만들어 둔 발사믹 식초와 후추, 소금을 넣고 섞어주면 끝. 너무 맛있고 든든하고 배불러지는 한 끼이다. 가끔씩 생각나는 맛.
0528 THU
연어와 참치를 자주 먹다 보니 냉장고에 있는 돼지고기를 깜빡하고 있었다. 상하기 전에 양파랑 같이 후다닥 구워 먹기.
0529 FRI
여러 가지 샐러드를 해 먹는 데에 취미가 들렸다. 오늘은 구운 두부 샐러드! 원래는 가지도 구워서 먹어야 하는데 마트에 가니 다 떨어져서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먼저 두부는 물을 빼서 큐브 모양으로 조각낸다. 소금을 뿌려 버무린 후 10분간 절인다. 그동안 드레싱을 만들어 보자. 발사믹 식초 3큰술, 올리브유 4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작은 양파 반 개, 꿀 1큰술, 후추와 소금. 두부의 물기를 제거한 후 후추와 올리브유로 버무린다. 팬에 두부를 올리고 약불로 굽는다. 방울토마토를 잘라서 베이비 채소, 드레싱과 함께 섞어주고 구운 두부를 올리면 끝!
드레싱의 꿀 1큰술이 적지만 큰 역할을 했다.
0602 TUE
친구네 마을인 Erbendorf에 놀러 왔다. 친구 방에 있는 신기한 창문. 영화 속에서만 나오던 지붕에 달린 창문의 모습이 안에서 보면 이렇구나. 햇빛도 잘 들어오고 하늘도 잘 보여서 좋았다. 하늘이 잘 보이는 창문이라니, 그래서 내가 좋아했나 보다.
친구네 옆집 정원에 예쁜 꽃이 폈길래 찍은 사진. 각자의 집에 작은 정원이 있는 건 참 낭만적인 것 같다.
저녁에는 친구의 친구와 함께 셋이서 등산을 했다. 두 친구 모두 뮌헨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댔나. 어릴 때부터 등산을 놀이터 가듯이 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상황에 매우 능숙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양말이랑 옷가지를 여러 벌 챙기라고 하더니 오두막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땀이 조금이라도 났던 옷을 입고 있으면 곧 얼어버릴 거라면서.
한 시간 반을 숲 안으로 걸어가 굉장히 높은 오두막집 위에서 먹은 것들. 햄과 치즈, 빵의 조합이 너무 맛있었다. 올리브도. 친구가 가져온 소스 중에 토마토 바질 페이스트가 있었는데, 빵에 찍어 먹기만 해도 굉장히 맛있었다. 누가 독일 음식 맛이 없대!
날씨가 엄청 맑지는 않아서, 불빛이 많지는 않아서 탄성이 나오는 절경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뿐.
0604 THU
친구네 동생이 만들어준 점심! 뇨끼 요리이다. 뇨끼가 파스타보다 좋은 이유는 꼽자면 밀가루가 아니라 감자로 만들어서 포만감도 있고 더부룩하지 않다는 점? 친구 동생이 요리를 좋아하는 덕분에 친구네 집에서 머무는 동안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 친구와 친구 동생을 위해서 만들어 본 야매 한식. 원래는 친구가 좋아하는 비빔밥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고추장이 없어서 만들지 못했다. 비빔밥의 하이라이트는 고추장인데, 된장도 못 구하는 작은 마을이라서 아쉬웠다.
고민하다가 선택한 메뉴는 참치 버섯전과 간장 버터 밥! 호박, 양파, 파를 작게 썬다. 마늘도 다진다. 참치는 물을 빼준다. 계란, 후추, 소금을 함께 보울에 넣고 섞는다. 버섯은 밑동을 떼어내고 밀가루를 뿌려둔다. 버섯 밑동 부분에 참치 반죽을 넣고 살짝 재운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부치면 완성. 칠리소스랑 먹으면 완전히 찰떡궁합이다. 완전한 한식은 아니지만, 친구와 친구 동생이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0605 FRI
친구네 집에서 오픈한 홈카페. 친구 동생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고 엄청 설레면서 커피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지붕에 달린 창문 사이로 하늘을 보면서 참새 짹짹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살랑이는 바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 전형적인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를 느낄 수 있는 게 행운이겠지?
친구네 집에서 뮌헨으로 돌아온 날. 연어를 굽고 양파를 볶았다. 양파는 언제 볶아도 맛있다!
0606 SAT
혼자 먹어서 조금은 쓸쓸한 파스타. 파스타면을 삶는다. 마늘을 굽다가 양파를 볶고 파스타면과 소스를 함께 팬에 넣는다. 오랜만에 혼자여서 그런지 괜히 궁상맞게 공부하면서 파스타를 먹는다.
0609 TUE
남은 연어 한쪽 먹기. 가루 소스를 이용해서 먹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를 구웠다. 양파, 당근, 버섯을 볶다가 연어를 올려서 녹이는 식으로 구웠다. 버섯과 당근은 따로 빼두고 양파와 연어를 더 굽기. 가루 소스를 넣고 물을 조금 붓는다. 어제 빅투얼스 마켓에서 산 마늘 들어간 올리브를 꺼내고 빵을 구웠다. 가루 소스 연어 요리는 생각보다 맛이 환상적이었다.
0611 THU
어제 옆집 친구가 뮌헨으로 돌아왔다. 같이 있을 때 평소에도 자주 해 먹는 시금치 연어요리를 했다. 요리는 항상 친구가 주도해서 정확한 레시피는 모르지만, 기억을 되살리면 이렇다. 팬 하나에는 올리브유를 넣고 양파를 볶고 연어를 으깨서 볶는다. 얼린 시금치를 팬에 올려서 녹이고 시금치가 잠길 정도로 우유를 붓는다. 우유와 크림을 넣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볶아둔 양파와 연어를 올렸던 것 같다!
파스타나 바게트와 함께 먹으면 굉장히 고급스러운 음식이 완성된다. 친구한테 레시피 다시 물어봐야겠네.
그리고 다시 물어본 레시피. 양파를 자른다. 올리브유 두르고 양파를 굽는다. 보울에 양파를 뺀다. 같은 팬에 올리브유를 조금 더 두르고 연어를 굽는다. 연어가 다 익으면 마늘을 넣는다. 연어에 허브랑 향신료, 소금, 후추를 넣는다. 다른 팬에 시금치를 넣고 녹인다. 시금치가 담긴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익힌다. 마지막으로 우유를 넣고 기다리면 끝! 우유랑 크림을 함께 넣어도 맛있다.
저녁은 간단하게! 카프레제 샐러드를 후딱 만들고 렌드예거와 버터 치즈, 통밀빵, 올리브와 함께하는 느낌 있는 저녁. 어떤 음식을 먹든 누구와 함께, 어떤 얘기를 하면서 먹는지가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혼자 먹으면 외로울 수 있는 많은 저녁들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친구야.
0614 SUN
후딱 파스타를 만들고 Weißtwurst를 삶아서 먹은 점심. 평일도 아닌데 이 날은 왜 이렇게 바빴을까? Weißtwurst는 구워서 먹는 게 아니라 삶아서 야들야들하게 먹는 것이라고 친구가 설명해줬다. 아주 전형적인 Bavaria 음식이라면서. 전통에 따르면, Weißtwurst는 13시 이전에 Weißbier와 함께 먹어야 한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저 소스! 나의 냉장고에서 저 소스를 발견하더니 내가 자신의 친구인걸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이 Bavarian으로서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면서. 그만큼 전통적인 소스란다. 나는 별생각 없이 홀그레인 머스터드소스가 필요해서 산 거였는데. *_*
저녁은 우리 집 재료를 이용하는 대신에 친구가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어줬다. 버섯, 토마토, 양파를 넣은 영양가를 생각한 에그 스크램블! 향신료를 많이 써서 그런지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느낌이다. 그걸 아는지 친구도 웬만하면 자신이 메인 셰프로 요리하려고 한다. 그래도 예전보다 요리가 나아진 건데 이전의 내 요리를 보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