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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Jun 15. 2020

시리얼, 뮤즐리, 디저트

10, 11, 12주차

0525 MON

빵과 시리얼이 조금씩 남아서 만든 시리얼 토스트. 계란 두 개를 풀어서 소금을 조금 넣는다. 계란물에 식빵을 푹 적셔서 스며들게 놔둔다. 뽀개어진 시리얼 가루를 겉면에 무쳐서 버터 두른 팬 위에서 굽는다. 바삭하고 단짠 조합이 딱 어울리는 시리얼 토스트 완성!


0528 THU

기대에 찬 마음으로 꺼낸 시리얼과 초콜렛 우유. 둘 다 실패할 줄은 몰랐지. Alpro Schokolade는 보이는 것처럼 엄청 진했다. 달달한 초코우유가 아니라 카페에서 초코 음료를 만들 때 쓰는 베이스 음료 같은 느낌이다. 시리얼은 Knusperone의 White Wheaties인데 정말 맛이 없다. 갈색 종이를 바삭하게 먹는 기분. 그렇다고 건강한 종류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맛없는 시리얼을 파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대감에 부풀어 눈을 떴다가 실망감으로 끝난 아침.


0529 FRI

옆집 사는 친구가 뮌헨 기숙사로 돌아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팔을 걷어붙이고 레몬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친구가 달달한 걸 많이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눠먹고 남은 케이크는 내가 가져왔다. 냉장고에 며칠 넣어두니 비스킷처럼 바삭해진 식감. 스코티쉬 쇼트 브레드 같은 식감이다. 달달한 베리잼과의 조합이 꽤 괜찮다. 모닝커피도 홀짝.


0601 MON

어떻게든 맛없는 시리얼을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잘 익은 바나나도 썰어 넣고 오트밀도 흰 우유에 퐁당. 다른 재료의 조합은 완벽한데, 맛없는 시리얼이 모두 망쳐버렸다. 다신 먹지 말아야지. 어떻게 처리한담?


0606 SAT

친구네 마을인 Erbendorf로 놀러 갔다가 어제 돌아왔다. 거의 일주일 동안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아침식사로 먹은 뮤즐리.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뮤즐리는 건강하기도 하고 뇌가 좋다고 반응해서 뮌헨 돌아가서도 이렇게 먹어야지 했다. 사과와 바나나를 반 개씩 잘라서 담고 각종 견과류를 넣는다. 호두, 아몬드, 캐슈넛, 해바라기씨, 치아씨드, 오트밀을 넣고 우유를 부으면 끝!


오트밀과 뮤즐리의 차이를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다시 소개하자면 이렇다. 오트밀은 귀리를 볶은 다음 납작하게 만든 것이고 뮤즐리는 오트밀과 견과류, 과일을 곁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매일 아침 먹는 건 오트밀을 넣은 뮤즐리. 정리 끝!


독일에는 여러 종류의 슈퍼마켓이 있다. 기숙사 안에 있는 슈퍼마켓은 EDEKA이다. 가격이 전체적으로 조금 비싼 대신 신선하고 프리미엄인 경우가 많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는 ALDI가 있다. ALDI와 LIDL은 가격대가 저렴한 대신 프리미엄 재료는 찾기 힘들다. 그래도 장을 많이 볼 때나 건조식품 등을 살 때에는 ALDI를 이용한다. REWE는 우리 기숙사에서 가는 방법이 복잡해서 잘 가지는 않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가장 좋아하는 슈퍼마켓이다. 뮌헨 첫 주에 REWE에서 사 먹은 레몬 쿠키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 때문인가 싶다.


뮌헨 중앙역 근처에 있는 REWE에 들려서 산 초콜렛. 보자마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올 것 같이 생겨서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내가 사 온 건 카라멜 초콜렛이다. 달달한 아메리칸 스타일 초콜렛.


0607 SUN

아침 공부를 하고 후다닥 해 먹은 것 같은 설정이다. 실상은 자고 일어나서 아침부터 먹어야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나. 사과, 바나나, 건조 바나나, 각종 견과류, 오트밀에 우유를 붓는다.


0608 MON

일주일 내내 아침으로 뮤즐리를 먹으니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되었다. 조금 늦게 일어나더라도 오후까지 무언가를 하는데 힘이 되어준다. 치아씨드를 넣어서인지 굉장히 배부르다. 견과류를 많이 넣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매일 먹어서인지 살이 조금씩 붙는 것 같기도 하다.


낮에는 친구와 카페에서 만났다. 뮌헨은 슈퍼마켓 물가 빼고 외식이나 집값 등 모든 게 비싸다. 라떼 두 잔이랑 크로아상 하나 먹었는 데에도 10유로가 나왔다. 이날 만난 친구는 철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이탈리아 친구. 토요일마다 친구네 기숙사에서 하는 International dinner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인데,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얘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로 만나게 되었다.


기대한 것보다 배운 게 많은 오후였다. 만난 친구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끌린다는 명제는 참이다. 그리고 우주의 기운이 존재한다는 걸 입증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고 신기하다. 코로나 때문에 문화생활이 거의 없는 교환 기간이었지만, 다시 유럽을 찾아와도 반가워해줄 친구들을 사귄 것에 감사한다.


0609 TUE

LMU 버디가 알려준 빵집 겸 카페에 왔다. 독일 전통 수제 도넛을 만드는 곳이라면서 꼭 와보라고 추천한 곳이다. 마리엔 광장 쪽 빅투알리안 마켓 근처에 있는 Schmalznudel Cafe Frischhut. 오래된 목조 건물 안에서 세 가지 도넛 종류만 판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살짝 쫀득한 도넛을 그 자리에서 먹으면 고소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에 올 때에는 커피도 마셔봐야지.


본교에서 같이 교환학생을 온 친구가 2주 정도 있으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갔네. 집에 돌아오니 괜히 센치해져서 말리부 체리를 마셨다. 쿠키는 REWE에서 산 Walkers의 쇼트 브레드. 버터향이 아주 진하게 나는데 너무 맛있고 맛있다. 버터 오일이 많지도 않고 버터링처럼 너무 맛있어서 끊지 못하는 맛도 아니다. 기분 좋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식.


뮌헨에서 지내는 동안 친구들한테 배운 게 정말 많다. 언제나 child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 순간을 즐기고 소중히 여기기. 내 기분에 따라 사람들을 다르게 대하지 않기.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하도록 두지 않기. 나 스스로를 매일 똑같이 대하기. 정말 좋은 말들인데 내가 스스로 느끼면서 조언을 흡수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소중한 순간이라고 느낄 때 이런 말을 생각했지 순간의 소중함을 항상 깨닫기는 어려웠다. 친구 덕분에 언제나 즐겁게 살아가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서 기쁘다.


0610 WED

같은 뮤즐리. 좋은 컨디션을 위하여!


0613 SAT

뮤즐리에 넣던 오트밀이 떨어져서 이번에는 그래놀라 같은 종류를 사 왔다. 덜 건강한 것 같긴 하지만, 달달해서 맛있다. 건조 바나나는 뮤즐리에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서 간식으로 먹고 있다.


0614 SUN

사과와 바나나, 호두, 아몬드, 캐쉬넛, 해바라기씨, 치아씨드, 그래놀라와 우유. 오늘도 건강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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