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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May 24. 2020

나 혼자 9주차

힘겹게 지나간 한 주

0517 SUN

오늘도 콘푸러스트로 시작하는 아침. 콘푸러스트만 먹는다고 엄마께서 걱정하시는데, 이렇게 먹는데도 안 질린답니다! 헤헤


낮에 친구들이랑 근처 호수에 가서 비타민D 충전하고 온 날. 해가 언제 또 쨍쨍할지 모르니까 있을 때 즐기기!

돌아와서 저녁은 카레국수. 나름 신박한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볼 때는 요상한 조합인가보다. 밥을 먹기엔 배부르지만 따뜻한 요리를 먹고 싶을 때 참 좋은 메뉴인데!


먼저 국수를 11분 삶는다. 스파게티 삶는 것처럼 국수 삶을 때 소금을 뿌린다. 중간중간 거품이 올라오면 찬물을 넣어서 가라앉히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고기를 넣는다. 버터도 한 스푼 넣어주고 미리 썰어둔 감자를 넣어준다. 뜨거운 물을 1인분 카레 양만큼 넣은 후 블락 카레를 넣는다. 뚜껑을 덮고 끓여주면 끝.


국수 위에 카레를 부어주면 맛있고 건강한 한 끼 완성이다. 다른 향신료가 있다면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훌륭하지만!


0518 MON

간단한 아침. JACOBS '2 IN 1'을 다 먹어서 '3 IN 1'을 사봤는데 너무 달다. 칼로리가 높을수록 맛있어야 하는데 이건 설탕 단 맛 밖에는 안 난다. 커피라서 마시긴 하겠지만, 언제 다 먹지?

월요일은 뭐 해 먹기 귀찮으니까 토달볶. 여기 와서 처음 해 먹던 요리 중 하나가 토달볶인데, 이것만 봐도 요리가 꽤 괜찮아진 것 같아서 재미있다.


토마토는 8등분해서 달궈둔 팬에 먼저 익힌다. 껍질 부분이 팬 바닥에 닿도록 해야 결과물도 촉촉하고 팬도 안 탄다. 그 사이 보울에 계란 두 개를 풀고 우유 살짝, 후추, 소금, 굴소스 약간을 넣고 섞는다. 토마토가 익으면 젓가락으로 휙 저어서 골고루 볶아주고 접시에 담는다. 팬에 계란물을 부어서 잔열로 볶아주면 끝!


원래는 토마토랑 계란이랑 같이 볶는데, 나는 따로 볶아 먹는 게 좋아서 그냥 이렇게 먹는다. 칠리소스도 위에 살짝 뿌려 먹기.

구독자 분이 50명이 되었다! 참 감사한 순간이다. 나 혼자 해 먹는 요리가 아니라 50분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0519 TUE

내가 좋아하는 에데카 레몬 케이크. 레몬의 향긋함을 아침부터 즐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점심은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공들여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러다 생각 난 샥슈카 aka. 에그 인 헬! 의외로 만들기 너무 쉬워서 팔 걷어붙인 내 모습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필요한 재료는 토마토소스, 굴라쉬용 돼지고기, 아기 양파 반 개, 마늘 3알, 계란 1개, 버터, 올리브유.


굴라쉬용 고기를 한 마디 정도 사이즈로 작게 썬다. 마늘은 잘게 썰고 양파는 조각내어 썰어준다. 팬을 달구고 올리브유와 버터를 올린다. 중불에서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굴라쉬용 돼지고기를 넣어서 익힌다. 굴라쉬용 고기는 빨리 익기 때문에 타지 않게 불을 잘 봐야 한다. 고기 면이 하얗게 익으면 토마토소스를 100그램 정도 넣고 물은 반 컵 정도 붓는다. 10초 정도 후에 끓기 시작하면 달걀을 하나 톡! 뚜껑을 덮고 불을 끈다. 잔열로 달걀을 익혀주면 샥슈카 완성. 다른 팬에 빵을 구워 사이드로 준비하면 된다.


시중 토마토소스를 이용했기 때문인 것 같긴 하지만, 완성물에 비해 노력도 거의 안 들어가고 속이 따뜻해지는 스튜를 먹을 수 있다. 기분만은 요리왕이다!

괜히 심심하니까 양배추 샐러드 만들기.


양배추 1/4과 당근 1/3을 채 썰어 스위트 콘과 함께 보울에 넣는다. 작은 숟가락으로 설탕 반 스푼, 머스터드 소스 반 스푼. 큰 숟가락으로 마요네즈 2 같은 3, 식초1. 마지막으로 후추를 솔솔 뿌린다.


사실 심심해서 샐러드를 만든 건 아니고 머리가 복잡해서 만들었다. 최근 들어 혼자 있을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돌아다니지도 못했는데 교환기간의 반이나 흘러서 그런 것일지. 혼자 더 강해지는 내가 되길 바란다!

자기 전에 일기 쓰면서 고구마 먹기. 고구마 정말 맛이 없다. Sweet potato면 이름처럼 달아야 하는 게 아닌지? 꿀로도 역부족이어서 결국 설탕 찍어 먹었다.


0520 WED

아침은 콘푸러스트나 레몬 케이크가 없으면 해 먹기 너무 귀찮고 뭘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과 하나만으로는 절대 든든할 수 없으니까. 아침에 건강하고 간단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뮤즐리 말고도 뭐가 있을지 마트 구경하면서 살펴봐야지.

볶음밥 먹을까 오므라이스 먹을까 고민하다가 만든 '그 사이 어디쯤' 메뉴.


당근 반 개와 양파 반 개를 짤게 썰어서 볶다가 밥을 넣어준다. 그 위에 미리 만들어 둔 소스를 뿌려서 같이 볶는다. 소스 비율은 작은 숟가락 기준으로 굴소스1 스테이크 소스1 간장1 케첩2 물2.5 후추. 살살 섞어주고 계란도 하나 톡.


마지막으로 후추를 살살 뿌린다는 게 힘 조절을 잘못해서 큰 점을 찍어버렸다. 하지만 맛있어! 소스 비율 아주 칭찬해!

저녁은 어제 만들어놓은 양배추 샐러드와 버터 빵.


문득 이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성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느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람과 인연이 된다는 일이 생각해보면 참 드물고 소중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청춘이란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는 시간이 주어진 순간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괜히 센티해지는 수요일 밤.


0521 THU

힘이 없는 아침. 점심은 간단하게 토달볶을 해 먹었다. 홍콩 음식인 만큼 보울에 담아서 젓가락으로 먹기. 휴. 힘이 안 난다. 뭐가 문제일까?

오랜만에 만난 JACOBS 언니! (JACOBS 커피를 추천해줘서 그렇게 부른다) 내 기숙사랑 다른 곳에 사는데 엄청나게 큰 창문이 있어서 내가 부러워한다. 벽 한 면이 다 창문이다! 저번에 잠깐 놀러 갔을 때 노을 지는 거 보러 오겠다고 했는데 오늘처럼 좋은 날을 잡을 줄이야!


둘이 목살도 굽고 마늘도, 감자도 버터에 구워서 먹었다. 양배추 반 통도 들고 가서 삶아 먹었다. 양배추를 차갑게 먹는지 따뜻하게 먹는지 헷갈려서 찬물에 헹궈 먹었는데, 양배추는 따뜻하게 먹는 게 맛있는 것 같다. 그래도 둘이 먹으니 맛있었다. 고기도 목살은 처음 먹은 것 같은데, 아주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자주 사 먹을듯하다.


0522 FRI

힘내려는 아침! 호랑이야 나에게 기운을 줘! (사실 호랑이 콘푸러스트는 아니지만)

토마토소스 뚜껑을 열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빨리 먹어야 한다. 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순 없어~


스파게티를 10분 삶고 달궈둔 팬에 토마토소스를 넣어서 졸인다. 달걀 하나도 톡 넣어서 뚜껑 덮고 익혀주기. 토마토소스를 졸여서 먹으면 더 리치하고 풍부한 소스가 된다.


예전에 이탈리아 친구한테 맨날 파스타 해 먹냐고 안 질리냐고 물었을 때 했던 답이 떠올랐다. "응! 파스타만큼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도 없을 거야! 종류도 여러 가지니까." 맞아. 한식을 몇 번 해 먹어 보니 파스타가 가장 만만하다.

마트 다녀오셨어요? 양배추 샐러드도 조금 꺼내고 장 보고 산 헤이즐넛 번. 나는 시나몬 번을 참 좋아한다. 시나몬도 좋고 돌돌 말린 빵을 먹는 것도 좋다. 헤이즐넛 번은 처음인데 역시나 맛있다! 빵과 우유는 언제나 옳은 선택.


0523 SAT

정말 대충 만든 파스타. 모양에서부터 드러나는 귀찮음. 후다닥 토마토소스에 계란을 풀어서 파스타를 해 먹었다.

카카오 과자가 얼마나 맛있겠어? 싶지만 이건 꼭 먹어야 한다. 카카오가 훨씬 진하고 과자가 촉촉하다.

이번주는 HK dinner! 홍콩친구는 또 다른 홍콩친구를 불러서 세 시간 동안 요리해줬다. 여기에 만두도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요리를 참 잘한다. 특히 저 두부가 너무 맛있었다.


닭날개 요리도 맛있었는데 서양권 친구들은 콜라를 닭고기 요리에 넣었다는 얘기를 듣고 엄청 놀라 했다. "콜라를 넣었다고?"

그리고 나는 케이크를 구웠다. 왼쪽은 내가 만든 케이크, 오른쪽은 인도친구가 만든 비건 디저트. (먹기 전에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요거트 케이크 레시피로는 처음 구웠는데 정말 맛있고 친구들도 좋아했다. 만들기는 너무 간단해서 요리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열심히 섞었다고 해야 하려나?


액티비아 플레인 요거트 1개, 계란 3개, 요거트 통 기준으로 박력분 2.5컵, 설탕 1.5컵, 해바라기씨유 1/2컵, 바닐라 설탕 7.5g, 베이킹파우더 5.5g, 버터 10g, 슈가파우더 약간. 보울에 넣고 반죽이 뭉치지 않게 섞는다. 180도로 예열해 놓은 오븐에서 30분 정도! 위에 생크림도 설탕 코팅된 견과류도 체리도 올렸다. 너무 간단하지만 아주 달달하고 기분 좋아지는 케이크 완성.


친구네 기숙사 오븐을 쓰면서 느낀 건데, 미니 오븐보다 확실히 큰 오븐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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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한 주가 지났다. 이번주 내내 집중도 안 되고 컨디션 난조에 불안함만 가득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똑같은 하루만 반복되고. 하지만 한 주가 끝나고 보니 어차피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었다. 내 컨디션 난조도 지나갈 것이고, 잘 되던 집중력도 곧 제자리를 찾을 터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이었다.


내가 밥을 잘 챙기는 것보다 내 정신과 감정을 잘 보살피는 것, 그것이 우선이라는 걸 깨달은 한 주였다. <뮌헨에서 자취하기>를 시작한 이유가 밥을 잘 챙기는 게 내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것보다 우선인 것은 내 정신이었다. 육체적 건강을 챙겨도 내 마음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내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영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 주가 지나갔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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