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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May 17. 2020

혼자 산 지 두 달째

요리가 조금씩 재밌어지고 있어

0510 SUN

바나나 오트밀 그리고 살구. 촉촉한 오트밀과 씹히는 식감의 바나나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사진만 보면 살구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살구는 데코이다. 살구가 너무 셔서 오트밀이랑은 안 맞는다.

며칠 전부터 길거리 토스트가 먹고 싶어서 한 양배추 계란 토스트. 계란 2개를 풀고 당근도 양배추도 썰어 넣고 설탕, 소금, 후추를 넣어 계란물을 만들고 계란을 부쳤다. 빵 위에 살라미 한 장, 계란 부침을 올리고 토마토케첩을 뿌린다. 마요네즈도 살짝 뿌렸다.


길거리 토스트는 우유랑 먹어야지. 계란을 두 개나 넣어서인지 오후까지 든든한 점심이 되었다.

같은 기숙사 한국분이 만들어주신 투썸플레이스 아이스박스 케이크! 이런 케이크까지 만들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능력자이다. 오후에 친구들이랑 자전거 투어를 하고 와서 달달한 게 먹고 싶었는데 너무 감사했다.


한 입을 먹었는데 반이 없어지는 마법.

오전에는 일 보고 집안일도 하고 오후에는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정원 근처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컵라면 먹으면서 <빨강머리 앤>을 보는 일상이라니. 독일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참 건강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부러워했는데, 내가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벅차다.

또 배고파져서 먹은 란트예거(Landjäger).


란트예거는 반건조 소시지이다. 휴대하기도 보관하기도 편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서 예전에 배를 타던 사람들이 많이 먹었다는 육류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란트예거는 반 개만 먹어도 배부르다. 배가 부르기보다 든든하달까? 고기를 구워 먹기 귀찮지만 고기는 먹고 싶은 날에 먹게 될 것 같다.


유효기간도 길고, 보관도 키친타월에 싸서 상온에 두면 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것 같다. 대신 조금 짜기 때문에 빵, 버터와 함께 먹으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양치를 했다.


0511 MON

삶은 달걀, 사과. 그리고 어제 잠들기 전에 생각한 조합. 빵, 버터, 란트예거.

이번주는 리터슈포트 할인 주간! 신기하고 먹어보고 싶은 종류로 몇 가지 사봤다. 럼이 살짝 들어간 초콜렛, 건과일이 들어간 다크 초콜렛, 트로피칼 에디션 화이트 초콜렛. 아직까지 트로피칼 에디션만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나 초콜렛 너무 좋아해서 어떡하지?

월요일에는 도대체 뭘 했길래 아침저녁 밖에 안 먹은 걸까? 점심 사진을 깜빡한 걸까?


저녁은 샐러드와 치킨너겟! 샐러드는 대충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꺼냈다. 양배추를 썰고 오이와 토마토를 자르고, 식초와 발사믹 소스를 섞어서 뿌린다. 치킨너겟 2개는 굽고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2개만 먹고 만족할 내가 아니지! 맛있는 거는 물릴 때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0512 TUE

아침은 빵 두 장 구워서 버터, 계란 후라이와 함께. 식빵만 있으면 한 끼가 쉽게 해결된다. 그리고 어젯밤에 만들어 놓은 밀크티.

배는 고프고 밥은 하기 귀찮고. 일단 엉금엉금 주방으로 가서 밥을 했다. 찬장을 뒤적거리다가 컵밥 찬스 쓰기! 간편식을 조금이라도 남겨놔서 다행이다.

저녁에는 콘 빠진 콘 샐러드 만들어 먹기! 감자칼로 양배추 1/4개를 썰고, 당근은 반 개 정도. 큰 숟가락 기준으로 머스터드 소스 1, 식초 1, 설탕 1, 소금, 후추, 마지막으로 마요네즈는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


0513 WED

어젯밤에 만들어 놓은 오버나이트 오트밀. 간밤에 우유를 촉촉하게 머금은 오트밀을 먹으면 속도 편하고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찬밥을 데우고, 계란 두 개를 꺼내고, 양배추 샐러드를 꺼냈다. 계란 두 개를 보울에 넣고 우유 조금, 소금과 후추를 살살 뿌려서 계란물을 만들고 팬을 달궜다. 오늘은 빛깔 좋은 계란말이 만들기 성공! 밥 위에 밥이랑도 솔솔 뿌려서 한 끼 완성시키기.


의외로 쉽게 한 끼를 뚝딱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너, 많이 발전했구나!

간식으로 과자를 먹다가 괜찮은 조합을 발견했다. 프레첼 스틱과 허브 쿼크! 프레첼 스틱만 먹으면 과자이기도 하고 나중에 얼마나 배부를지 몰라서 끝없이 먹을 수 있지만, 사워소스 같은 허브 쿼크랑 먹으면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후 간식으로 딱이라는 말이다.

저녁은 양배추 샐러드와 잘못 산 굴라쉬. 돼지고기 뒷다리라고 번역돼서 샀다. 삶은 양배추에 쌈장이랑 먹으려고 샀는데, 팬에 올리자마자 하얗게 변해서 매우 당황했다. 흰 스테이크의 악몽(?)이 떠오르며. 어쩔 수 없으니까 양파도 볶고 스테이크 소스도 뿌려서 찹스테이크 흉내내기. 식감이 아주 단단하고 질긴걸 보니 물을 넣고 끓여야 하는 종류의 고기인 것 같았다. 다음에는 카레에 넣어서 먹어야지.


0514 THU

G&G의 솔티드 카라멜 케이크. 저번에 레몬케이크를 먹고 반해서 다른 맛으로도 샀다. 역시나 성공적. 나중에 친구들이 놀러와서 내줬는데 나보다 더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레몬케이크가 더 취향이다.

점심은 토달토달 토달볶! 양배추 샐러드를 꺼내고 소세지를 굽다가 토달볶을 만들었다.


보울에 계란 두 개를 풀고 소금, 설탕, 굴고스, 우유를 넣는다. 팬을 달구는 사이에 토마토 두 개를 꺼내 8등분 한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토마토를 먼저 살살 볶는다. 대신, 토마토는 껍질 부분이 팬에 닿도록! 과즙이 다 빠지면 팬에 눌러 붙는다. 토마토가 익으면 옆으로 살짝 치우고 계란물을 위에 붓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몽글몽글 익으면 불을 끈다. 이후로 잔열로 익힌다.


위에 치즈를 뿌리려고 피자 치즈를 꺼냈는데 거뭇거뭇하게 무언가 생겨있었다. 아, 치즈는 냉동고에 넣어야 하는구나. 두번째 피자 치즈를 버리면서 깨달은 교훈.

전부터 먹고 싶었던 카프레제 샐러드. 발사믹 소스가 있으니 할 수 있는게 많아졌다.


토마토 두 개를 꺼내서 한 입 크기로, 모짜렐라 치즈는 반 개를 썰어준다. 발사믹 소스, 머스타드 소스, 식초, 올리브유, 설탕을 넣고 샐러드 소스를 만든다.


라들러를 꺼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산 나를 위해 건배!


0515 FRI

ELINAS 요거트를 먹고 다른 요거트를 먹으려니 맛이 없다. 처음에 ELINAS 요거트를 먹을 때에는 맛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액티비아보다도 맛있다. 요거트 하나로 맛있다 없다 구분할 정도가 되다니. 입맛이 이제 맛있는 걸 조금씩 구분하기 시작했나?

점심은 소세지 빵. 이건 정말 혁명이다. 내가 요리한 건 없지만, 소스랑 양파 볶음이 다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겉바속촉 바게트 종류의 빵을 반으로 가르고 머스타드 소스를 충분히 발라준다. 샐러드를 조금 넣어주고 양파를 볶아서 넣어준다. 양파는 작은 양파가 맛있다. 일반적으로 볶음밥 할 때 쓰는 양파 말고, 아기 양파를 쓰면 더 달달하다.


소세지는 칼집을 낸 후 구워준다. 칼집을 안 내면 팬 위에서 구울 때 기름이 팡팡 터지니까. 소세지를 빵에 넣으면 먹기 불편해서 따로 플레이팅 했다. 소세지 위에는 THOMY의 케찹+마요네즈 소스를 뿌리기.


이렇게 먹으면 팔아도 될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힘들게 요리하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는 한 끼를 만들 수 있다니. 소스를 잘 사는게 이래서 중요하구나!

저녁에는 친구들이 놀러왔다. 홍콩 친구가 이번주는 homesick week 라면서 마라샹궈를 만들어 먹자고 해서 모인 마라팟. 정작 본인은 프랑스 친구보다도 매운 걸 못 먹더라. 잘 먹는 나를 보며 '이렇게나 매운 마라샹궈를 잘 먹는 네가 아시안의 자존심은 지켰으니까 됐어!' 결국 홍콩 친구랑 다른 한국인 친구는 다시 요리해 먹었다.


재료는 배추, 송이 버섯, 당면, 숙주, 마늘, 파, 건두부, 마라샹궈 소스. 당면과 건두부는 찬물에 담궈둔 후 나머지 재료를 손질한다. 배추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파 기름을 낸다. 배추, 송이버섯, 건두부, 당면 순으로 넣고 마라샹궈 소스를 넣는다. 우리는 맵기를 조절하려고 굴소스도 약간 넣었다. 간이 배면 숙주를 넣는다. 숙주의 숨이 죽으면 마랴샹궈 완성!


확실히 마라샹궈는 고기가 추가된게 맛있는것 같다. 저번에는 소세지를 넣었었는데, 확실히 이번 마라샹궈는 맛이 조금 모자란 느낌이었다.


0516 SAT

아침에 콘푸러스트 두 그릇을 뚝딱하고 버터링 과자도 먹다보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치즈가 거뭇해지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서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하나를 꺼냈다. 샐러드도 싱싱한 부분만 꺼내서 플레이팅하기!

저녁은 홍콩 친구네 기숙사에서 매주 있는 저녁 모임에 초대되어서 갔다. 이번주는 Korean week 이어서 한국 친구를 도와 한국 음식을 만들었다. 떡볶이 소스도 가져가서 잘 먹었다. 신전 떡볶이처럼 치즈도 넣고 참치 주먹밥도 만들고. 유부초밥도 만들어서 매운 음식 못 먹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메뉴를 선택했다. 소고기를 못 먹는 무슬림 친구도 있어서 원래 떡볶이에 넣으려고 했던 고기로 고기 완자 튀김을 만들었다.


한국인 친구가 요리를 잘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친구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어서 다행히 음식을 망치는 일이 없었다. 다른 나라 친구들은 맵다고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잘 먹었다. 역시 한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다니까!

그리고 이탈리아 친구가 저번주에 이어 만들어준 블루베리 케이크. 케이크에서 발랄함이 묻어난다.


다른 기숙사에 사는 나까지 챙겨주는 친구들이 특히 고마웠던 날. 코로나 때문에 학교 행사랑 파티 등 모든게 취소되었지만, 마음 따뜻한 친구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럼 이번주도 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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