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민 Jul 16. 2023

경단 씹어먹기, 아작!

 특강 의뢰가 왔다. 코로나 전에 자주 다녔던 곳인데 잊지 않고 나를 불러주었다. 그렇다면 쌩하고 가야지. 서울에서 청도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이다!


출산과 이사로 요가원을 정리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어쩌면 매트 위에서 티칭을 한다는 게 요원해지지 않을까 하며 ‘경단녀의 길로 들어서는구나’하던 찰나에 들어온 제안은 내 마음을 다시 날아오르게 했다.


 이때다 싶어 새로 산 요가복을 입고 특강장소로 룰루랄라 가는 길, 비가 와도 마음은 맑다. 하하하하

가족단위의 행사였는데 부비부비하는 부자도 있고 사춘기를 맞은 모자도 있고 왜요 병에 걸린 아이도 있었는데 회원들로만 보였던 예전과는 달리 신랑의 모습도 보이고 내 모습도 보이고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아빠들의 볼록한 등과 엄마들의 살짝 돌아간 골반이 남일 같지 않아 함께해 보자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끊임없이 재잘대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 눈을 맞춘다. 사실 특강 내내 내가 제일 신났다!


일중독이던 요가강사 였을 땐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표정과 참여자들의 땀과 미소가 보였다. 최대한 조용한 상태에서 몰입과 집중으로 리드하는 것이 그전의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수련 전보다 행복하다면 된 게 아닐까 싶어진 것이다. 억지로 되는 건 없고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니까!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 품은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와 신랑을 담으며 넓고 깊어져서 사람들과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히 만나고 있었다. 역시 고통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건가.


경단 따윈 아작아작 씹어버리고

아무쪼록 쫄지 말고 잘살아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고 소중한 연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