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높은 진짜의”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의 가르침 첫 페이지에서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언급한다.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현재까지 나는 이 표현들에 공감하며 좀 더 다양한 해석을 접하며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에 닿기를 바라고 있다.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에게는 무거운 짐이 허다하다. 정신의 강인함은 무거운 짐을, 더없이 무거운 짐을 요구한다. 무것이 무겁단 말인가?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짐이 가득 실리기를 바란다.... 중략
외롭기 짝이 없는 저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예서 정신이 사자로 변하는 것이다. 정신이 자유를 쟁취하여 그 자신의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중략
정신도 한때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령을 더없이 신성한 것으로 사랑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사랑으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더없이 신성한 것에서조차 미망과 자의를 찾아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강탈을 위해서 사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말해보라. 형제들이여. 사자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아이는 해낼 수 있는 것이지? 왜 강탈을 일삼는 사자는 이제 아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니체 전집 13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정동호 옮김
기존의 사회질서, 규율 속에서 낙타의 삶을 배우며 지나고 나면, 독립적인 사자의 삶(어쩌면 사회적 성숙도의 개념에서는 리더로서의 삶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으로 변화한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이 자신과 조직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사자의 단계에서, 한 뼘을 더 넘어서야 비로소 다시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으로 재탄생(부활)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내가 추구하는 "진짜의 순도가 높은" 순. 진. 한 삶이란 이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불어 지금의 인류는 사자의 시대를 거치고 있지 않은가 짐작해본다. 사회 질서와 규율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집단적인 삶을 추구하던 인류는 이제 개인의 독립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서 있다. 니체가 말하는 이 세 가지 정신의 변화는 개개인의 삶에서도 물론 조직의 삶에서도, 어쩌면 인류의 전체의 삶에서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점들이 존중되면서 위대한 개인들만 추앙받던 시대에서 이제는 위대한 모든 개인들이 네트워크 되는 소통과 협력의 시대로의 이행 속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또 다른 단계의 창조와 놀이를 위한 어린아이의 순수한 긍정이다.
그런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어른들이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많아진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풍요로운 부와 깊이 있는 인성과 지성이 삶으로 펼쳐 나는 아름다운 리더들의 직간접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히 배우며 깊이 있게 성장해나가는 즐거운 삶을 늘 꿈꾼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진짜 어른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삶이라는 것이 참 살만한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그 삶의 모습으로
배워 닮을 수 있는 사람
현재까지 내가 이해하고 있는 진짜 어른에 대한 나름의 정의이다.
언제나 어린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진짜 어른이 아니었다. 대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어디에 있는 걸까? 늘 궁금했다. 저건 어른이 할 말이나 행동이 아닌데... 나는 저런 어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진 않은데... 어른에 대한 환상이 너무나도 컸던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위인전의 위인들의 삶을 상상해보아도 어쩐지 빈 틈들이 보이고, 대중들에게 유명한 훌륭하다는 분을 보아도 어쩐지 어떤 한계들이 보인다.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느 날 나이가 든 나 역시도, 내가 만나왔던 여느 어른들과 다름없이, 아니 오히려 말 그대로 순진하기만 한 '진짜 어른'이 아니었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몸은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런 나와 같은 어른들은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갈 수 있는 걸까.
내 삶의 열정은 오직 그것에 있다. 풍요로운 부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인성과 깊이 있는 지성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숙. 삶이 주는 어른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며 기품 있게 살아가는 모습들.
그렇게 늘 고민해 왔던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심사들을 활용하여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엮어보고 싶다.
삶에 대한 순도 높은 이해들이 서로 즐겁게 소통되며
품격 있는 인성과 깊이 있는 지성이 삶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어른들이,
삶을 즐기며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기를…
사람을 통해 펼쳐지는 예술,
보이며 또 보이지 않는 그 세상들을 여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