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a J Oct 30. 2022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고린도전서 13장
CORINTHIANS 13

And now these three remain: faith, hope and lov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문득,


... 귀찮았다.


내 몸 하나, 내 방 하나 치우고 정리하는 것도 할 시간이 안 나는데, 바쁜 시간 쪼개 너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던 어느 날, 너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나가려던 차에 분신과도 같은 전화기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집 안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텐데... 30분, 1시간... 전화기를 찾으면서 엉망인 집안 꼴을 본다. 밀린 빨래며 공부며 해야 하는데 난 왜 지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써야만 하는 걸까 어쩐지 그런 억울함들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숨어있던 전화기를 1시간여 만에 겨우 찾았다. 약속은 약속이니 하며 오늘은... 그래 오늘만... 또 그렇게 집을 나선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문득 이 구절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모든 귀찮은 일들을 하게 하는 힘,


믿음도 애정이 뒷받침이 되어야 (신념의) 동기가 되고,

소망도 사랑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난다.

그러니 사랑이 제 일 순위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는 리처드 롱의 물줄기를 인내의 특징에 비유해서 보여주는 구절이 나온다.  리처드 롱은 20일동안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가로지르며 걸었는데  모르는 길을 알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떻게 가는지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걸어가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걸음씩 걷는 행위는 물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는 것 같은 인내의 행위가 되고 그런 인내가 모이고 쌓여 물줄기가 생긴다.


Waterlines, Sir Richard Long, 1989 사진출처: google arts&culture
이 작품은 사랑을 위한 수업이다. 작품은 사랑의 현실적인 유지와 성장에 기본이 되는 특질, 즉 좋은 연인 관계는 인내에 달려 있음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말다툼에서 이기기, 상대방에게 죄책감 안기기, 내 고집대로 하기)을 버려야 한다. 그런 포기들이 물방울처럼 모이고 쌓일 때 연인들은 그들의 순례를 마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p.110


결국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이물감들을 기꺼이... 인내할  있게 하는 그것. 사랑이란...?!



마지막에 중요한 건…


마지막에 중요한 건 세 가지가 남는다
네가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지
네가 얼마나 품위 있게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네 것이 아닌 것들을 얼마나 멋있게 보내주었는지”

-Buddah


누군가 보내주었던 이 글귀가 한동안 계속 생각 속에 머물렀다. 마지막에 나에게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남길 수 있을까 나의 삶을 희생하고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품위 있게 세워가며, 충분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내 것이 아닌 것들까지 갖고자 하는 욕심을 알아차리며 내려놓는다는 것.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 소유하려는 것 간에는 사실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내 것이구나 하는 소유에 대한 일종의 욕망이 없이는 책임관계나 역할 관계가 불명확해지기도 한다.  


내 것인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어떻게 하면 구분할 수 있을까? 그 차이를 이해하고 그 경계를 다스려 갈 수 있는 것이 지혜.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사실 내 마음뿐이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역할과 범위를 어리석게도 종종 잊곤 한다. 그것이 욕심.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어도 상대방이 받는 것은 그 자신에게 필요한 것, 상대방이 주고 싶은 것을 주어도 내가 받게 되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것. 그러니 서로의 필요와 필요가 아닌 것들을 명확하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내의 시간(성경에는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혹시 이런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는 않을까) 또 수많은 오해들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들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들이 참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큰 힘은 순수함에서 나오는 힘이다. 그런데 그 순수함이란 또 과연 어떤 것일까, 그에 대한 질문도 다시 해보게 된다.   

이전 07화 단상: 잘못된 거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