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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r 19. 2024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무작정 밤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세상 인연 끊어진 깊은 산골 종점 시골역에 내리면 약속도 없었는데 그리움 속의 그 얼굴이 서걱이는 새벽길 풀잎을 헤치고 수양버들 숲길을 걸어와 환한 미소로 날 반겨줄 듯한


가방 속 시집 한권 수많은 싯구들이 가슴을 울리는데, 불현듯 절대 헤어져선 안 될 그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곁을 떠나가 버린 , 나도 모르게 헤어진 이별의 눈물이 떨어진 그곳에 가서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연두빛 들판길을 걸어가다 딱 한 번 뒤돌아보고 하염잆이 사라져 간 얼굴

긴 세월 한 번은 볼 수 있었으면, 딱 한번이라도 보았으면 하늘색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은 기억을


늦여름 들판에서 정신없이 들일을 하는데, 진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문득 고개 돌리니 기다란 둑길에서 새하얀 교복 소녀가 잔잔한 미소로 내려다고 보고 할 말 잃은 나도 딱 한 번 마주치다 외면했던 참 바보 같은



늘 꿈꾸었던 낙향과 은거로 산간오지 마을에 들어가 새벽이면 물안개 곱게 피어오른 지천(支川) 끝에 가만히 앉아 부드럽게 유영하는 물고기기 떼를 바라보며 내 삶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을 꿈을


봄날 따스한 기운이 마당 한 곁에 가득한 밤, 보름달 휘영청 솟아올라 온세상 환하게 밝혀주는데 인적이 드문 돌담 골목길을 홀로 걷다 돌아와 방 한 켠에 가득한 책들에 기대 반쯤 열린 창문 너머 길게 난 길을 보며


아득한 세월 저 너머 기억을 더듬어 찾아온 흰머리 고운 미소 가득한 얼굴이 기다리는 찻집에 나도 모르게 들러 열일곱 소년 시절 들판에 만난 얼굴에 주름이 이쁘게 내려 앉았다면




다시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들길 동무들과 달리던 두 손 가락 사이로 메뚜기 떼가 마구 스쳐 간다면, 마을 앞 냇가에 벌거숭이 또래들이 족대를 둘러싸고 장단 맞춰 노래부르며 발로 물을 밟아 미꾸라지를 올리고


가난해도 마을 전체가 가난하여 가난을 제대로 몰랐던 어린 시절 골목길엔 아이들이 정말 많아 정신없이 뛰어놀았던 추억을 공간을 다시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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