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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ul 15. 2024

어쩌다 영국(9)

내가 이 여자를 그냥!

 우리가 사는 집은 오래된 큰 저택을 개조해 3층까지 5 가구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2층에 살고 있었는데 집 전체에 카펫이 깔려 있었다. 카펫 밑은 마룻바닥으로, 집의 연수를 알려줄 만큼 삐그덕거렸다. 애들 있는 집은 우리밖에 없었고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조용히 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던 터라 아이들에게 늘 발꿈치를 들고 다니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난 슬리퍼를 사다 신겼다.

 한 번은 아이들이 잔디가 깔린 앞마당에서 놀고 싶어 했다. 8살, 5살 아이의 간절한 눈빛이 보였다. 늘 주차되어 있던 차들이 없는 걸 보니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대문 안이니 내가 내다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감자와 콩알이는 구슬이랑 미니카 등 잡다한 장난감을 들고나갔다. 아이들은 노느라, 나는 모처럼 얻은 자유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감자와 콩알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왜? 뭐 때문에 싸웠어?”

 난 흔하디 흔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건성으로 물었다.

 “1층 아줌마가 나와서 시끄럽다고 화냈어. 엄마, 저기서 놀면 안 되는 거야?”

 그나마 말을 알아들은 감자가 꺽꺽거리며 물었다. 콩알이도 덩달아 꺽꺽거렸다. 창밖을 내다봤다. 여전히 차는 없었다. 차가 없으니 아무도 없다고 속단한 내 잘못이었다. 하지만 화가 났다.

 ‘아니,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시끄럽다고 혼을 내? 내가 이 여자를 그냥!’

 난 호기롭게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1층 그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멈칫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영국에 도착한 지 두 달도 채 안된 때였다. 여전히 영어는 내게 숙제였고 게다가 영국식 발음은 정말 ‘헬’이었다.

 호기롭게 내려갔던 난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가 아이들이 팽개쳐 둔 장난감을 주섬주섬 챙겨 잽싸게 들어왔다, 행여나 그 여자와 마주칠까 봐!

화살표한 곳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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