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이기주
말이란 본디 내 마음 안에 자라난 것들을 다른 마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므로.
단 한 번의 소리로 나의 마음을 넘어 나의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므로.
그러므로 나는 말을, 말이 가진 힘을 경계한다.
제 때에 필요한 말을, 어떠한 그릇에 담아 어떤 채취를 얹어 상대에게 보여줄지는 모두 스스로가 선택한다.
잔잔한 우아함, 넘치지 않는 자신감, 냉랭하지 않은 솔직함, 눈치채지 못할 뻔한 따뜻함.
내 그릇에 어떤 말이 담겨야 내가 원하는 품격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말이라도 당장 쏟아낼 수 있는 내 그릇 안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지, 채울지 멈춰 서서 돌아본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형체가 굽으면 그립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로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굼가 세 개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작가는 말 이전에 먼저 듣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사람의 품격은 발화하는 때가 아닌, 듣는 눈과 열린 귀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태도로 존중하고, 어떻게 경청하는지, 상대에게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말한다.
말을 하는 자와 듣는 자의 태도에서 말하는 침묵의 가치와, 타인의 질책과 시선에 둔감하지만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을 지키는 것의 의연함을 발견한다.
말과 말로 이어지는 대화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본성, 본질, 진심을 깊이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