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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ul 20. 2022

걸어서 들어온 환자가
누워서 나갔다 2

환자의 입장

 병원에만 오면 긴장이 되고, 진료실에 막상 들어가서 궁금한 것도 다 못 물어보고 나오고, 막상 이해가 잘 안 되지만 병원을 나오게 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치료를 받고도 아직 불편한 상태인데, 의사가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여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멀쩡해 보였던 사람이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로 들어가면, 황당하기도 하다. 설명이라도 듣고 싶은데 수술한 의사는 만나기가 힘들고, 어렵게 시간을 맞춰 설명을 들었는데 불친절하기까지 하면 병원을 다 뒤집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대화와 설명의 부재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정의를 살펴보면, '언어, 혹은 몸짓이나 화상 등의 물질적 기호를 매개 수단으로 하는 정신적·심리적인 전달 교류.'인데, 정신적, 심리적인 전달 없이 사실에 입각한 정보의 전달만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의사들은 한 환자가 받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학은 아직까지 치료 과정 중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 통증, 두려움에 대해서는 기술된 바가 적다. 그러다 보니, 내가 느끼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특정 상황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느끼게 되는 감정들에 대해서 굉장히 무감각해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의학적인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다 보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듣기에 더 무서운 단어들로, 더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의학적인 내용들을 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감정적으로 미숙한 대화를 하게 되고, 정신적, 심리적 전달 교류가 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환자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걸어서 들어간 환자가 누워서 나왔다.' 


 환자 또는 보호자로서의 경험보다 의사로, 의대생으로 경험한 시간이 많다 보니, 사실 내가 환자의 입장을 전부 안다고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인 치료보다도 사람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동료들 사이에서 나약하다, 괴짜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에 신경을 썼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책도 쓰고, 글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인간적이어야 하는 직업의 현장에서 비인간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러나 의사들이 환자의 입장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환자도 의사의 입장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커뮤니케이션은 일방통행이 아닌, 교류, 양방통행이기에. 


 의사의 입장... 다음 편에...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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