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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ul 31. 2022

학교를 가르는 자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남고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전교에서 40등을 잘라 기숙사를 쓸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하였다. 학교 입장에서는 키워준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기숙사생들은 나름대로 자긍실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나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율적으로 공부핳 수 있는 시간이 없고,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것은 나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이런 행동이 기숙사생들에게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본인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 생각했을까? 이 친구들은 알게 모르게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같이 어떤 활동을 하려 해도 끼워주지 않고 기숙사생들끼리만 뭉쳐 다니고 나를 중요한 모임들에게서도 배제시켰다. 또 시작이었다.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남는 일 말이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았다. 이런 따돌림 따위, 내가 성적으로 눌러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대결 구도는 복수 정답처리가 된 내신 문제에서 전쟁과 같이 터져버렸다. 지구과학 기말고사가 치러졌다. 한 문제가 정말 어려웠고, 많은 학생들의 답이 갈렸다. 이렇게 해석하면 1번, 저렇게 해석하면 2번이 나왔다. 시험이 끝나고 몇몇 친구들이 뭐가 정답인지 물어보기 위해 찾아왔다. 나는 이러저러해서 1번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금세 전교에 소문이 돌았다. "민규가 1번이래!" 잠시 후 다른 아이들이 와서 우리 반에 이야기했다. "얘들아 아니야 00 이가 2번이래!" 공교롭게도 기숙사생 중 1등인 OO 이와 답이 갈려버린 것이다. 나도 듣고 움찔했다. 

'왜 2번이지?' 그리고 다시 한번 문제를 풀어보았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1번이 결국 정답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 그럼 2번이겠네!' 하면서 2번을 찍었던 친구들은 기뻐하고, 나와 같은 답을 했던 친구들은 금세 침울해졌다. 


 한 기숙사생이 와서 나를 조롱했다. "너 1번 했다며, 00 이가 그거 2번이래. 너 틀렸더라 하하" 나는 얄미운 이 친구를 옆에 앉혀 놓고 왜 1번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몰라, 그냥 oo이가 2번이래" 하며 나를 무시했다. 결국 정답은 1번으로 밝혀졌다. 한 문제 갖고도 내신 1,2 등급이 왔다 갔다 하는 과목이었기에 모든 친구들이 예민해져 있었다 OO이 파 친구들은 정답이 나온 후 모두 교무실로 찾아갔다고 한다. 정답을 바꿔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마치 이게 내가 당했던 스카이캐슬 아이들의 다른 버전인 것 같았다. 목적을 위해 무리를 짓고, 자신들을 위해서 답마저 바꿔버리려고 시도하는 아이들은 그 존재 자체로도 일반적인 친구들에게 폭력이 되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학교가 나와 oo이로 인하여 2개로 갈라져버렸다. 


 기숙사를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자유를 얻었지만, 학교를 갈라버릴 만큼의 아이들과 등을 지는 것은 그만큼의 외로움으로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러나 학원 꼴찌로 엘리베이터에 이름이 도배되었던 자의 멘탈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는 이 외로움을 굳건히 유지하는 성적으로 지켜내고자 했다. 계속되는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교우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어릴 적 세상을 보는 눈이 작을 때, 내 주변에서 생기는 사소한 일들이 마치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크게 보일 수 있다. 공부는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공부를 잘하려고 할수록 남들과는 다른 답을 낼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 길에 혼자 서고 다른 모든 이들이 등을 돌리 수 있다. 때로는 그게 학교 전체와 선생님들일 때도 있다. 인간은 사회성이 큰 동물이기에 외로움과 싸우다 보면, 자연스레 친구들을 놓치게 되는 게 너무나도 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수험생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와 학원은 너의 긴 인생을 대입해보면 너무나도 작은 사회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리 이것을 알고, 나처럼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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