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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Aug 02. 2022

150분의 1의 확률

"김민규 학생, 교무실로 오세요. 김민규 학생, 교무실로 오세요." 


 2012년, 나를 찾는 방송이 고등학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직감했다. '아 합격이다!' 

나는 슬리퍼가 벗겨지도록 뛰어 교무실로 다녀갔다. 담임선생님이 불합격인데 전교 방송을 하실리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도 이 소식을 예상했는지, 교무실 밖에 구름처럼 모여있었다. 

"민규야 수고했다. 최종 합격이래! 이제 수능 최저등급만 맞추면 된단다. 열심히 지금처럼만 해주렴."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담임 선생님을 끌어안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쁨의 눈물이 넘실넘실거렸다. 나는 뒤로 돌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엄지를 척하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합격자의 웃음을 지었다. 

"우와!!" 내가 교무실 밖으로 나오자, 모든 아이들이 같이 소리를 지르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 해 첫 타자로, 의대 합격을 했기 때문에, 부러움과 내가 해냈으니 다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은 탄성이었다. 


이야기는 2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수시 원서를 낼 수 있는 카드는 6개가 있었다. 최대한 합격을 할 수 있는 대학을 골라야 했다. 하나하나의 카드가 너무나도 중요했다. 그중 내가 고른 카드는 학교장 추천으로 낼 수 있는 학교였다. 무려 전국에서 1명을 뽑는 전형이었다. 몇 명만 지원해도 엄청난 경쟁률이 되어버리고, 작년에는 없던 전형이었기에, 지원율 예상도 되지 않았다. 위험한 카드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에게 매력적인 전형으로 보였다. 진정성이 장점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학교와 부모님은 만류했다. 너무나도 리스크가 크기에 무조건 다른 학교를 지원하라고 했다. 나는 고집을 부렸다. 내 인생이고, 내가 정한다고. 결국 학교장 추천서를 받아내고, 원서를 냈다. 


 결과는 150 대 1이라는 충격적인 경쟁률로 돌아왔다. 마음속으로는 포기해버렸다. 도저히 될 확률이 없다고 생각하고, 나는 정시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러던 중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로 150명 중 3명 안에 들어서, 면접을 보러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적이 한 번만 일어나라는 법이 있는가. 나는 끝까지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며칠간 대학교 면접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 생활기록부를 읽으며, 누군가에게 들려줄 나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면접날 아침은 안개가 짙게 낀 날이었다. 아버지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차분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긴장을 했지만 당황하지 않는 상태. 나는 이 날 끝까지 이 기분을 유지했다. 중학교 3학년, 과학고등학교 면접을 시원하게 날린 기억이 있기에, 오만하지도 자신감이 없지도 않은 그 중간 상태를 유지했다. 3명 중 나는 맨 마지막이었다. 한 명씩 일어나고 나만이 남았다. 나는 긴장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진행요원과 조금 친해져서 힘내라는 말까지 듣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빈 강의실에 책상 4개에 교수님들이 앉아 있었고, 나는 5 발자국 뒤쯤에 덩그러니 있는 의자에 앉았다. 대기하다 보니 해가 저물어가, 교수님들의 시선과 햇빛이 모두 나 엑게로 향했다. 마지막 순서이니 만큼, 앞에서 했을만한 이야기는 줄이고, 내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 고개를 내리시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모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질문들은 예상 가능했다. 왜 의사가 되고 싶었는지,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이 학교 말고 다른 곳에 의대 원서를 냈는지였다. 면접은 순식간에 끝났다. 면접관들은 몇 안 되는 질문만 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고, 시간이 되어 면접이 종료되었다. 저녁노을과 함께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3년 전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후회가 없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주를 꿈을 꾸며 기다렸다. 이 학교에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매일 상상했다. 


그리고 교무실에서 방송이 울렸다.

"김민규 학생, 교무실로 오세요. 김민규 학생, 교무실로 오세요." 

나는 직감했다. '아 합격이다!'라고. 


내 자기소개서는 달랐다. 나는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하려 소개서를 쓰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내가 의사를 꿈으로 삼을 수밖에 없던 스토리를 녹여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소개서가 통했다고 생각한다. 

면접에서 이게 진짜 나의 이야기인지 감별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당당하게 엄지를 치켜들 수 있었다. 감동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열어봐야 아는 대입이었다. 높은 최저기준은 내 마음속에서 오히려 내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미끌어져 추락하다.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책과강연 #면접 #공부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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