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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Aug 01. 2022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지금도 매번 힘들 때마다 내 속으로 되뇌는 말이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극 중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였지만, 난 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 

먼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피부에 와닿으려면, 내가 쓰려는 왕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떤 모양의 왕관인지, 이걸 쓴 사람은 어떤 왕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왕이 되고픈지 생각했다면, 이제 그 왕관을 써야 하는 일이 남았다. 먼저 관을 들어야 한다. 그 무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울 수 있다. 그러나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내야만 한다. 내려놓는 자는 왕관을 쓰려는 자가 아니다. 견딘 사람만이 왕이 될 수 있다. 목표를 정했으면, 견뎌라. 그리고 당당히 고개를 들어야 한다. 


전쟁과도 같은 고등학교 3년이었다. 어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있다. 처음 만난 여자친구 이야기,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놀곤 했던 이야기들 말이다. 나는 이런 추억이 없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난 pc방을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묻은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일부러 피해 다녔다. 왕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도 새로 나온 비디오 게임들이 있으면 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이다. 그렇기에 단 한 번도 PC방을 가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이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에게 담배를 아침에 한 모금만 피우고 하루 종일 못 피게 하는 느낌과도 비슷할지 모른다. 한 번 시작하면 그게 내 삶에 들어오고, 끝없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결국 나는 몇 단계 뒤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써야 하는 왕관은 무거웠다. 남들과는 달라야 했다. 


수없이 괄시를 받고, 무시당해왔기에 친구들과의 사회생활을 끊는 것쯤이야 사실 어렵지 않았다. 지독한 외로움이었지만 견딜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무거운 왕관의 무게가 느껴질 때는 당황스러웠다. 전략이라는 것을 만들어 공부했지만,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 공들여 탑을 지었는데, 신의 장난인지 단 한 번의 튕김으로 모든 게 무너져 내리곤 했다. 특히나 들어야 할 왕관이 무거웠기에, 힘도 정교해야만 했었고, 단순히 힘만 세다고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첫 모의고사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이 나온 나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정시로 목표했었지만, 이 계획은 정시에서 수시로, 그리고 붙었던 수시도 수능 최저에서 탈락하고, 6개의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지며 마지막 대학에서 합격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모두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마음가짐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중간중간 회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러 선생님들도, 부모님 마저도 의대가 아닌 대학을 가는 것이 어떨지 물었다. 그러나 나는 확고했다. 죽어도 의대를 가겠다고 했다. 내가 의사가 되는데 재수, 삼수가 필요하다면, 나는 내가 내 학비를 벌어서라도 목표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이렇게 명확하게 무개를 각오하고 나면, 그 고통은 살을 찢어도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왕관을 쓸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표하는 바가 있는가? 죽어도 이루겠다는 각오를 하고, 버티자. 그럼 그 왕관은 당신의 것이다. 


다음 편: 

 피눈물로 이루어낸 내신. 전국 1명을 뽑는 전형에 합격하다.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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