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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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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May 03. 2024

식탁에 왼팔을 올리고.

혼자서도 익숙해지기까지...


밥을 먹다가 

식탁 건너편 

빈 의자를 본다.


비어 있어서 

아니 아직 누가

앉아 있어서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인다.


한 사람을 위한

두 개의 의자가

마음이 자꾸 불편하다.


혼자라서 쓸쓸하다는 거짓말.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고

천연덕스럽게 

빨라지는 수저질이 부끄럽다.


혼자서도 잘해요

아이처럼 어설프니 

그래도 

꾸역꾸역 밥이 넘어가는 

그래서 

목이 더 메이는지


나에게 사랑이란 건

당신의 말들과

웃음이 앉을

자리를 바라며

그저 소심하게

식탁밑으로 

왼팔을

떨구며

흔들리고 있는 풍경.


그 좁은 식탁에서도

위태롭지만

빼곡히 올려진 접시들처럼

우리는 마음이 풍성했던

그 시절.


저린 왼팔이

나의 마음이란 걸

사랑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조금 불편하고

아픈 것을 감내하여야 한다고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우리는 비집고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는 추억.


지금 

나는 양팔을 올리는

욕심쟁이가 되어 버렸다.


식탁위에 탁상시계는 

째각거리는 말을 잊어버렸고

시곗바늘이

이제는 둘로 갈라져 

돌아간다


당신의 시간이 흐르는 곳으로부터

나는 점점 더 멀리 뛰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

빼앗긴 것

빼앗은 것

버린 것

버려진 것


나일까?

당신일까?


망각으로

들어서는 시간 앞에서

아직도

숨이 쉬어지고

세끼 밥을 챙기고

잠이 드는

나는


나의 사념 속에서

영원히 도망치지 못하는

당신.


우리는

참 가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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