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그러나 일거리가 많아 마음이 분주하다. 며칠 후면 서울 올라가야 할 일이 있어 그런 것 같다. 김장은 했지만 적은 양이라 누구와 나누어 먹을 정도가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다. 배추를 조금 더 사면 나누어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살아가는 일은언제나 지나고 뒤돌아서면 금방 알게 되는 일, 후회 없이 살겠다는 다짐은 그 순간을 놓치고 잊는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란 말에 공감한다.
세월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 한번 지나가면 다시 거슬러 올라올 수없을진대...
아쉬운 마음에 문득 떠오는 생각은 동김치 담아 나누어 먹고 싶어졌다. 사람마다 잘하는 음식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동김치 담그는 일이다. 아니 이 나이에 동 김치 못 담그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는 이 처럼 자랑을 하고 있으니 말해 놓고 실소를 한다. 나이란 세상 모든 경험을 거치고 살아온 세월이다. 그냥 살아온 시간들이 아닌 것이다.
요즈음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이 동김치다. 남편도 나도 위가 좋지 않아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다. 김장을 하기 전 무가 남아 동김치를 담았더니 얼마나 맛이 있는지 아침이면 고구마를 쪄서 동김치를 남편도 한 그릇, 나도 한 그릇씩 먹고 있다. 속도 편하고 소화도 잘되어 건강식을 먹는 듯 기분이 좋다. 김장하는 날 또 큰 김치 통으로 한통을 담갔다. 집안에 두면 3일이면 맛있게 익는다.
주변에서 맨날 나를 챙기는 고마운 분에게 한통씩 주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남편이 드시고는 맛있다고 레시피를 알려 달라는 문자가 왔다. 별것 아닌 것을 맛있게 드시니 내가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 나눔이란 그런가 보다. 지금은 냉장고에 넣을 곳이 없어 참았다가 냉장고가 여유가 생기면 또 담가 주고 싶은 사람과 나눔을 하고 싶다.
동김치는 배추김치나 다른 김치처럼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시도해 볼만하다. 마음으로 시간만 내고 간단한 재료로 조금 수고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다 쉬운 일뿐이겠는가. 동김치는 우리 조상들이 먹어 왔던 음식이다. 겨울이 오면 땅속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어름 사각사각 한 걸 꺼내여 찐 고구마와 먹는 맛이라니,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세대가 우리다.
동김치를 더 담기 위해 무를 실 하고 단단한 걸로 구했다. 쪽파와 갓도 약간 배추 한 포기 당근, 배하나, 생강 마늘 대파 재료는 끝이다. 동감치 담는 레시피는 유티브 보면 숫하게 많다.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정성 스런 마음과 국물 간만 잘 맞추면 발효되고 맛있는 동김치가 된다. 말 그대로 환상이다. 그 어떤 인공 첨가물이 아닌 자연의 맛이라서 그럴 것이다.
익은 동 김치 바로 담근 동김치
김치를 적게 담으니 커다란 김치통이 남아 동김치를 담갔다. 예전에는 항아리에 담았지만 지금은 아파트라서 김치 냉장고에 넣고 먹어야 한다. 사람 사는 것이 별것 아닌 소소한 일로 기쁘다. 나이 들어 행복이란 이 처럼 작은 것에서도 충분이하다. 올 겨울 동김치를 먹으며 너도 나도 건강을 지켜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