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카페에서 글을 써보았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보낸 하루

by 이숙자

딸은 집에서 자유롭게 일을 한다. 서재를 사무실처럼 만들어 놓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 공부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가끔씩 답답하면 카페에 가서 일을 하고 들어온다. 나는 그게 궁금했다. 집에서도 조용한데 왜 카페에 가서 차를 사서 마시고 일을 하나?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의문이 생겼다. 요즘은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많다.


며칠 전 딸"엄마 나 카페에서 일하려는데 엄마 같이 가실래요?" 나는 멈칫하다가 딸이 있을 때 같이 가보는 거지 언제 가보나 하는 생각에 곧장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러자."


그리고 나서 반색을 하며 따라나섰다. 가끔씩 책에서 보면 작가들도 젊은 사람들도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에서 글을 쓰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도 한번 체험해 보고 느껴보고 싶어서 카페에 가보게 된 것이다. 혼자는 갈 수 없어서.. 나이 든 사람들은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이나 책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 만의 문화다. 서양과는 다르다. 나는 가끔 영화를 보면 서양은 노인들도 모든 일상에서 자유롭게 카페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젊은이들과 똑같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 갔다.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많지가 않아 다행이다. 한적한 쪽에 자리를 잡고 차를 주문했다. 나는 이런 자리가 왠지 쑥스럽고 적응이 안 된다. 나이 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나는 멈칫거리다가 자리에 앉았다. 어쩌랴~~ 한번 해 보는 거지, 차를 한 모금씩 마시고 조용히 책을 읽기도 하고 휴대폰에다 글을 썼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


점심시간은 금세 돌아온다. 딸은 "엄마 마라탕 한번 드셔 볼래요?" 딸이 물어본다.


"그러자,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날이구나." 우리 세대는 변화가 두렵다. 먹는 것도 생활방식도 옛 것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다.


마라탕은 진한 육수에 각종 야채 내지 해물과 다양한 먹거리를 넣고 매콤하게 끓여 먹는 음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국 음식이란다. 지금 젊은이들은 먹는 것도 어른과 전혀 다르다. 젊은 사람만의 먹거리 문화가 있다.


그러니 나이 든 사람과 같이 있으면 세대 간의 갈등이 오기 마련이다. 외식도 같이 하기가 어렵고 선호하는 음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은 젊은 사람 문화를 접해 본다. 어제와 다른 하루 색다른 느낌이다. 그래 한 번쯤은 이런 걸 먹어보는 것도 좋은 현상이다. 나도 때론 젊은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마음 안에 있나 보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지만 맛이 있다. 남편과 둘이 있을 땐 택도 없다. 남편은 변화를 싫어한다. 먹는 음식조차도 습관처럼 먹어온 것만 먹기를 바란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카페 안은 손님이 많아졌다. 우리 자리 앞에도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놓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사람은 자기만의 생활리듬이 있다. 카페에 가서 글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이젠 알 것 같다. 집에서 일하고 글쓰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집에서와는 다른 잡다한 일에 신경을 안쓰니 집중력이 높아져 자기 할 일만 하는 시간이 주어져 좋다.


대화는 없지만 시간과 공간을 같이 공유하고 삶에 생동감과 활력이 느껴졌다. 은은히 흐르는 음악소리가 리듬감이 있어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있어 기분이 올라간다. 집에서와는 다른 답답함이 없다. 잘은 알 수 없지만 고독에서 벗어나 같이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카페 입구 고양이가 한가롭게 새끼 고양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다


나는 더 나이가 들어도 배낭에 노트북 하나 책 한 권 넣고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글을 써 보고 싶어 졌다. 나이를 잊고 젊은 사람들만의 문화가 좋다. 가끔이면 혼자서 생각하고 웃음이 나온다. 노인답지 않게 젊은이들 사는 문화 속에 살고 싶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이 든 세대들 속에 있으면 나는 때론 답답하고 외롭다. 말이 없어진다. 나는 젊음 사람들 문화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만 그럴 뿐 실행은 쉽지 않은 데 말이다. 노인이면서 노인이란 말이 낯설다.


나이가 많은 세대 들은 카페에 잘 가지 않는다. 나는 차를 마시고 커피를 먹지 않아서도 그렇지만 카페엔 젊은 사람이 많아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이다. 비싼 커피값이 아까워서도 어른들은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저마다 때에 따라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잘 가려야 자기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다. 카페는 우리 세대하고는 맞지 않는 문화인 듯 낯설기만 하다.


이제는 젊었을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조심스럽다. 나는 가끔씩 분위기 있는 카페를 가서 보게 되면은 잘 꾸며진 인테리어와 음악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집에서 느끼지 못하는 카페만의 문화가 좋기는 하다.


카페에 도자기 동물 소품들이 귀엽다


나는 내가 꼭 가야 할 곳 아니면 집에 머무는 시간을 즐긴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고 느낄 뿐 그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는 싫다. 나이 들어가면서 달라진 내 마음의 잔상이기도 하다. 시간은 나를 지켜주는 자존감이다. 필요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다. 모든 걸 관찰하고 사유하며 삶을 관조하는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카페에서 글을 써 보았다. 딸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은 젊음으로 돌아가 생경한 경험을 했다. 딸네 가족이 함께 지내니 외롭지 않고 젊음도 느끼고 좋다. 코로나19 로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딸이 곁에 있어 코로나로 잃는 것도 많지만 또 다른 역할도 있다.






keyword
이전 08화내 유품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그림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