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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청년회장] Tyler Brown

만능(술)꾼

by Justrip


타일러는 미국에서 패션업계 MD로 일하다가 도쿄와 서울을 거쳐 제주에 온 청년이다. 인터뷰어의 오랜 직장동료이기도 하다.


- 안녕하세요.

아! 앉아서 할거 아니면 나무(땔감) 찾으러 가면서 이야기할래요? one stone two birds(일석이조) 하하하


(장갑을 챙겨 뒷동산으로 향한다)


- 자 이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온 타일러… 입니다. 진짜 간단하게 핳ㅎ


- 제주에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올해는… 그러니까 아마 10년 되었네요. 맥파이 양조장 생기고 얼마 안 있다가 탭룸매장이 생긴 지가 8년 되었으니까 진짜 오래되긴 했다.

- 제주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어.. 그때는 서울 맥파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탑동에 매장이 생기니까 일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냥..그냥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때는 직원숙소 같은 거 있어서 처음 한 달 동안 일 하다가 제주가 마음에 들어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맥파이로 시작된 제주와의 인연이었군요. 그때도 현지씨(현 아내) 만나고 있었어요?

그때 이사 오고 나중에 여기서 만났어요.


- 제주에 사는 건 어때요? 앞으로 계속 지낼 생각인가요?


제주 잘 맞아요. 좋습니다. ㅎㅎ 일단 나갈 생각은 없고 제주도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 보통 휴일에는 뭐 하세요?


그냥 똑같은 거 산책하거나, 바다 가거나, 계곡 가거나, 오름 가거나 그냥 그중에서 하나. 거의 똑같아요.

매번 똑같이 해도 재밌어요?

어 엄청 심플한 사람 ㅎㅎ

며칠 전에 Ethan(동료)이랑 이야기했거든요. 항상 똑같은 일 하는 거 쉽지 않은데 타일러는 되게 재밌게 작은 거에 즐거워하고 대단한 것 같다고. 그게 약간 사는 정답인 것 같아요

그냥 가는 바다도 똑같고 맨날 삼양 가고 재밌어요. 아 양말에 모래 다 들어간다!!

2018년. 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4406000&memberNo=36394392&vType=

- 예전에는 막걸리 만드는 걸로 잡지에도 나왔던데 요새도 술 만들어요?


아 맞다. 요새 하기는 하는데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고, 요즘은 한 번 술 만들고 숙성을 엄청 오랫동안 하고 있어요. 요새는 막걸리보다 청주 재밌어서 맑은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소주증류는 안 한 지 좀 오래됐는데 조만간 한 번 만들어야겠다.


- 엄청나게 많은 돈이 생겨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다면 뭐 하면서 지내고 싶으세요?


그냥 나의 가게 하고 싶고! 시간 여유 있게! 그리고 약간 텃밭 같은 거 크게 하고 나의 마음대로 채소 키우고, 음식 만들고, 사람들이랑 나눌 수 있게. 그렇게 하면 너무 좋겠다. 그것도 진짜 심플ㅋㅋ 그냥 야채 키우고 사람들한테 술 주고 재밌을 것 같아요.


타일러의 텃밭. 재작년 여름에는 바질을 수확해 매장에서 1년간 사용할 페스토를 만들었다.

- 뒤에 텃밭은 언제 또 시작해요?


음.. 조금 더 따듯해지면? 오일장 가서 모종 사 오고.. 또 심어야지. 지금은 작년에 심어놓은 마늘이랑 상추 있는데 마늘 봄에 수확하고 다른 거 심어야지 아마 6월쯤? 저기 대정인가 마늘 유명한 동네 있다고 하던데 한번 사 와야겠다.

아 요새 우도 마늘도 유명하더라구요 마늘 아이스크림도 있고.

아 맞아 원래 땅콩 유명한데 할머니들 농사짓기 힘들다고 해서 바꾸나 보다. 마늘 아이스크림 궁금하다. 여름에 다녀와야지.


- 만약에 다음 주에 죽는다면?


음… 잘 모르겠네. 물건정리?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음… 물건 잘 정리해서… 깨끗하게? 남아있는 사람들 정리할 때 힘들지 않게.. 어차피 인사하고 장례식하고 똑같은데. 어차피 죽을 때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저는 그거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 살던 집 다 가보기

아! 이것도 다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맞네 나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데…다르게 생각하는 게 재밌다 ㅎㅎ

출처 - 타일러씨의 인스타그램 @workbluesky

- 요즘도 음악활동 해요?


음.. 하고 싶은데 요즘 너무 제주에 재밌는 일도 없고. 사람들이 같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 하는데 혼자 열정이 잘 안 나요. 혼자 있으면 그냥 집에만 있고. 약간 push 같은 거 필요하고 혼자 할 수 없고. 원래 책도 많이 읽는데 요새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아 이제 저녁에 책 좀 읽고 해야겠다.


겨울에는 좀 그런 것 같아요. 겨울 제주도는 약간 힘이 없어.


그러니까. 겨울 되면 그런 거 느껴. 사람들한테 연락하면 원래 답장 바로 오는데 겨울 되면 답장 천천히 오고.


- 최근에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


음… 분명히 있었을 텐데 잘 기억 안 나요. 그 재밌는 일한테는 미안하지만(ㅋㅋ) 음.. 그냥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 새해 들어서 The wicker man(1973년 개봉한 영국의 호러영화)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Self?.. 뭐라 그러지? 영어로 이야기해도 돼요. 아니 영어로도 생각이 안 나요.. 흠 약간 take care of yourself? 왜냐하면 나는 스트레스받으면 그걸 잘 숨기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 때가 많은데 그거 별로 좋지 않으니까 건강, 마음, 컨디션 그런 거 잘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 끝으로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당연히 알고 있을 테지만 순희뽀글이정식(청국장) 너무 맛있다. 근데 거기 사람들 너무 많이 가서 리영식당(몸국, 고사리해장국)도 자주가요. 근데 거기도 할머니가 하는 가게라 힘드시니까 너무 자주 가면 좀 미안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매장으로 들어오니 한 동료의 가족이 놀러 왔다. 너무 귀여운 선우)


타일러씨는 제주의 삶, 더 나아가 삶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향유인이였다.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애정 어린 손길로 보살필 줄 알고 사랑하고 나누는 법을 안다. 단순 명료한 그의 생활패턴 속에서 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해법을 찾은 부처의 모습이 떠올랐다. 반복을 지루해하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즐기는 여유의 원천은 호기심과 관찰인 것 같다. 그의 순수하고 솔직한 호기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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