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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따 요가] 유은이

강유겸전(剛柔兼全). •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함

by Justrip


제주시 화북동 삼화지구에 위치한 암리따요가는 하타요가를 수업하는 요가원으로 재야의 고수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의 요가이야기와 제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주에서 요가 수련하고 지도하는 유은이입니다.

수련시작 전 차를 내어주신다.

- 제주에 지내신 지는 얼마나 되셨을까요? 제주를 선택하신 이유는?


2018년 8월에 내려와 6년 반 되었습니다. 육지에 있을 때 제주의 한주훈선생님께 수련받은 선생님들에게 요가수련을 받았었습니다. 30대가 된 기념으로 한주훈요가원에 가서 한 달 동안 요가에만 전념해 보고자 2028년 1월에 내려와 하루에 3번씩(우와..) 꼬박꼬박 수련하고 올라갔습니다. 다시 직장을 다니다가 내가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니다는 걸 느끼고 같은 해 8월, 온전히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 요가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IT업종에 근무했었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탈출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몸으로 하는 건 잘 못하는 편이라 다른 운동은 어려울 것 같아 동네에 있는 요가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요가를 할 땐 잡념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 뒤로 점점 빠져 들었어요.


요기 한주훈 선생님 | 출처 -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802414.html


- 아침 수련과 저녁 수련의 다른 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침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몸이 풀려있지 않기 때문에 각성시키는 과정들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하나 아침엔 공복으로 수련하기 용이해 에너지의 흐름이 더 원활합니다.

저녁엔 몸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련을 하기 때문에 금방 몸이 풀려 동작을 하기에 조금 더 수월합니다.


보통 어느 시간대에 많이 오시나요?


예전에는 아침, 저녁 비슷했는데 요새는 아침에 오시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오전 6시, 8시 30분. 오후 7시 수련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8시 반 수업 시간이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근데 저도 10시 반에 한주훈 선생님 수련을 하러 가야 해서 그 시간밖에 안 되겠더라구요. 그렇다고 하루에 두 타임만 하기엔 조금 나태해지는 것 같고 해서 우선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부분들이 오시기 좋은 시간이기는 한 것 같아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수련하고 10시부터 일과 시작하기가 좋으니까..


수련을 매일 가시나요?


매일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 맨~~처음 요가 지도를 하셨던 날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대강으로 처음 수업을 했습니다. 시퀀스(요가 동작의 코스)도 다 짜고 외워서 갔는데 너무너무 떨려서 중간에 엄청 생략하고… 10분이나 일찍 끝내버렸답니다. ㅎㅎ


- ‘암리따’는 어떤 의미인가요? 요가원의 이름으로 채택하시게 된 이유는?


감로, 넥타, 불멸의 음료라는 뜻으로 한주훈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불멸의 약 암리따를 얻고자 우유의 바다를 휘젓는 비슈누와 신들(좌) | 암리따가 든 병을 갖고 나타난 단반타리 (우)

- 주변인들에게 요가를 추천하면 유연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몸이 뻣뻣하다는 걱정 때문에 접근하기가 조금 망설여지시는 것 같아요. 요가와 유연성의 관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는 몸이 경직되고, 몸을 이완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요. 어린아이들의 뼈 마디 사이 관절은 어른의 것에 비해 부드럽습니다. 몸과 연결된 마음에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죠. 어른이 되어 갈수록 습득한 지식들로 생각의 틀이 생기게 되며 마음은 경직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배척하게 됩니다. 생활습관에 따라 몸도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굳어가게 됩니다.

유연성을 기른다기보다 원래의 유연함을 되찾고 그에 따라 굳어졌던 생각의 유연함도 찾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웨이트 트레이닝과 요가동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요가는 웨이트처럼 근육을 크게 만드는 강인함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도 요구됩니다. 부드러움에서의 단단함이, 단단함에서의 부드러움이 필요합니다.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 [왕 비둘기 자세]

- 휴일은 보통 어떻게 보내시나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지와 산책을 가고 아지와 누워있습니다.


- 최근에 본 기억에 남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무빙. 현실과 다른 세계관을 좋아합니다.

유아지씨. 항상 수련에 참관하신다.

- 짝꿍 아지와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아지가 1살 반때 만났어요. 혼자두면 너무 짖는다고 파양 된 아이였는데 아버지가 데려왔습니다. 그때 저는 대학교 방학 때여서 주 보호자가 되었어요. 혼자 모르는 집에 버려졌다고 생각되어 무서웠을 텐데 방학 동안 하루종일 함께 하니 저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14년 가까이 아지의 최애자리는 제가 되었죠.

아 그리고 아지는 혼자 있을 때 짖는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의 도반 싣다크세마님의 굿즈 | 인스타 @yogahaza_

- 나의 하루에 이것은 꼭 있어야 한다!


수련을 꼭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현재도 매일 오전수련을 가고 있지만 일이 생긴다면 흐름에 따라 다른 일을 하기도 합니다. 집착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오전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보통 낮잠타임.


-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풍어 회 센타(제철 생선). 오픈런, 웨이팅이라는 장벽이 있어 잘 가지는 못합니다. 대방어철이라 조만간 갈 예정입니다.


- 제주살이의 장단점? 특별히 소중히 여기는 제주만의 특징과 고민거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주는 반려견 키우기에 아주 좋습니다. 어딜 가도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오름과 해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기견이 많습니다. 요가원 근처 화북공단만 해도 들개들이 자주 출몰하곤 해요.


-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주도적인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참고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못하는 삶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는 것만 하다가 갑자기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한 마디 해주신다면?


하기 싫은 일을 함으로 삶이 무너진다면 그 일에서 벗어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아직 없다면 그것을 찾아나가는 여정도 즐거울 겁니다.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배워보고 하고 싶은 것은 해보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깨닫는 과정도 분명 흥미로울 거예요.


섬세하고 조밀한 선생님의 지도방식처럼 그녀는 단단함과 유연함의 균형 더 나아가 일과 생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추구하고 이뤄가며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기나긴 직장생활에서 농축된 고민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추구로 과감히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용감하게 도전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삶을 사는 선택권은 모두에게 주어져있다. 그 카드를 꺼낼 때 필요한 것은 여러 실험과 약간의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포용의 태도이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녀의 유연한 태도들과 그것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강인함에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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